예능 · 2026

대환장 기안장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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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을 기대했고 다른 것을 받았다

즉흥한모금· 2026. 11. 03.· 2,353자

결론부터 쓴다. 1호점의 혼돈을 기대하고 2호점 문을 연 사람은 중간쯤에서 한 번 어긋난다. 나도 그랬다. 이 글은 그 어긋남이 어디서 왔고, 그래도 무엇을 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기대

근거는 셋이었다. 첫째, 전작. 1호점은 한여름 울릉도, 바다 위에 떠 있는 집이었다. 사장이 다음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서 봤다. 둘째, 예고. 이번 집은 한겨울 대관령 산자락에 세운 초대형 원룸이고, 현관문 높이가 5미터다. 키 192센티미터의 김연경도 문고리에 손이 닿지 않아 둘이 목말을 타야 문이 열린다고 했다. 셋째, 직원 교체. 1호점 식구 둘이 빠지고 김연경, 이준호, 카즈하가 새로 들어왔다. 배구 코트와 무대에서 온 사람들이 민박집 걸레를 잡는다. 기안84 본인도 제작발표회에서 이 집 이상의 집이 나올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사장이 자기 설계에 스스로 질렸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당연히 더 큰 혼돈을 기대했다.

그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신호는 연출진의 말에 먼저 있었다. 시즌 1이 도파민과 날것에 가까웠다면 시즌 2는 따뜻함과 성장, 어울림에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을 벗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 말을 먼저 읽고 들어갔다면 기대부터 고쳤을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았고, 그래서 이 글이 있다.

대환장 기안장 시즌 2 스틸컷

실제

어긋난 장면 하나. 집이 만든 웃음은 문 앞에서 거의 끝난다. 5미터 문, 음료칸을 사다리 삼아 기어올라야 하는 냉장고 속 3층 침대, 수세미 벽을 타고 올라가야 나오는 2층 부엌, 7킬로그램짜리 티셔츠 이불. 처음 공개될 때는 전부 웃긴다. 그런데 그 뒤가 길다. 직원들은 같은 문을 매일 열고 같은 벽을 매일 오른다. 반복은 고생이지 혼돈이 아니다. 설계는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는 성공했고, 사람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연출진 스스로 밝힌 것도 있다. 카즈하가 아이디어를 낸 스케이트장은 카즈하 본인도 쓰지 않았고, 결국 숙박객 삭발식 장소가 됐다. 찜질방은 빨래 건조대가 됐다. 공간은 컸고, 그만큼 비어 있었다.

어긋난 장면 둘. 마지막 밤이다. 숙박객들과 개기월식을 보며 소원을 빌고, 야외에서 촛불을 켜고, 대왕 버튼을 누르면 불꽃이 터진다. 하나하나는 예쁘다. 그런데 셋이 연달아 나오면 이건 민박이 아니라 행사다. 혼돈을 기대했던 자리에 들어온 것은 잘 짜인 감동이었다. 나는 감동을 탓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는 것을 탓한다. 이 예능의 이름은 대환장인데, 열 편을 다 보고 나면 환장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잘 해냈다. 그것이 내 실망의 전부다.

왜 그랬는지는 짚을 수 있다. 신입이 너무 잘했다. 김연경은 흔들리는 사장을 붙잡아 중심을 잡았고, 이준호는 궂은일을 말없이 가져갔다. 카즈하는 초반 적응하는 동안 눈물을 보였지만 그 뒤로는 묵묵히 따라붙었다. 사장이 흔들리면 직원이 잡아 주는 구조에서 혼돈은 오래 살지 못한다. 1호점의 재미가 사장 한 사람의 예측 불가능성에서 나왔다면, 2호점은 그 예측 불가능성을 세 사람이 둘러싸고 흡수했다. 보기에는 편했고, 환장하기에는 모자랐다.

대환장 기안장 시즌 2 스틸컷

남은 것

그래도 건진 것이 하나 있다. 손목시계다.

입대를 앞둔 숙박객이 왔다. 16년 지기 둘이 동반 입대를 꿈꾸며 왔고, 입대 전날 기안84에게 삭발을 부탁했다. 기안84는 폭설이 내리는 바깥에서 머리를 밀어 줬다. 그러고 나서 자기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숙박객에게 건넸다. 준비해 둔 선물이 아니다. 차고 있던 것이다. 불꽃놀이 버튼은 제작진이 만들었지만, 그 시계는 아마 아무도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 노래방에서는 입대하는 숙박객을 위해 「이등병의 편지」가 울렸다. 그것도 행사라면 행사다. 그런데 시계는 다르다. 열 편 중에 내가 믿은 장면은 그것 하나다.

기안84는 마지막 영업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가슴이 많이 식었는데 사람에 대한 묘한 감정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뒤로 갈수록 감정이 촉촉해졌다고. 그리고 모두가 떠난 뒤 혼자 남아 집을 천천히 돌아봤다.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 공간이 꿈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이 사람은 집을 다 짓고 손님을 다 받고 나서야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순서가 이상하다. 보통은 사람이 좋아서 민박을 한다. 이 사람은 민박을 하다가 뒤늦게 사람 쪽을 봤다. 나는 그 순서를 비웃을 수 없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하다 보니 마음이 늦게 따라온 일이, 당신에게도 하나쯤 있을 테니까.

대환장 기안장 시즌 2 스틸컷

정리한다. 1호점의 날것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실망할 것이다. 그 실망은 정당하다. 집은 컸고 혼돈은 작았다. 대신 받은 것은 추운 방에 둘러앉았을 때만 나오는 이야기와, 설계되지 않은 시계 하나다. 그것으로 열 편을 버틸 수 있는지는 당신이 정한다. 나는 버텼다. 신나지는 않았고, 버틸 이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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