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대환장 기안장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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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현관문 높이는 5미터다. 문고리는 사람 키 위에 있다. 키 192센티미터의 김연경이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목에 태운다. 위에 탄 사람이 문고리를 잡는다. 문이 열린다.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같은 일을 한다.
이 집은 한겨울 대관령 산자락에 있다. 기안84가 설계했다. 처음에는 걸어 다니는 집, 나무에 매달린 곤충집 같은 안을 냈다. 연출진이 만들 수 없다고 돌려보냈다. 그다음에 나온 안이 이 집이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원룸이다. 자취방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 되면 어떨까 하는, 대학 시절의 상상이 바탕이다. 냉장고 문을 열면 안에 3층 침대가 있다. 음료칸이 사다리다. 3층에서 자는 사람은 음료칸을 밟고 올라간다. 부엌은 2층이다. 수세미 모양의 벽을 손으로 잡고 발로 밟아 오른다. 이불은 티셔츠 모양이고 무게가 7킬로그램이다. 4미터 행거에 걸려 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은 노래방이다. 초대형 휴지가 있고, 거대한 티셔츠가 걸려 있다. 싱크대에는 어른 여럿이 들어가 몸을 담글 수 있다. 수전은 물을 내지 않는다. 개수대는 바닥에 묻혀 있다. 기안84는 뒤로 하얀 설원이 보이고 따뜻하게 몸을 담그면 좋겠다고 연출진에게 말했다. 그 말대로 만들어졌다.
1호점은 한여름 울릉도의 바다 위에 있었다. 2호점은 눈 속에 있다. 직원들은 손님을 받기 전부터 고생을 시작한다.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은 넷이다. 기안84, 김연경, 이준호, 카즈하. 촬영은 8박 9일이었다. 숙박객은 지원해서 왔다. 연출진은 청춘인 사람들을 모으려 했다고 밝혔다. 군 입대를 앞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일은 손으로 한다. 빨래는 손으로 한다. 폭설이 오면 사람이 치운다. 마지막 영업 즈음 대관령의 적설량은 50센티미터였다. 직원과 숙박객이 앞마당의 눈을 치웠다. 설거지는 이준호가 맡았다. 청소, 요리, 운전도 맡았다. 연출진의 말에 따르면 촬영이 끝난 뒤 공항에서 이준호의 지문이 찍히지 않았다. 손끝이 닳았다. 김연경과 카즈하는 무릎에 멍이 들었다. 수세미 벽을 오르고 냉장고 침대에 기어오르는 무릎이다. 김연경은 촬영이 끝나면 하루 종일 자고 싶다고 했다.
밥은 매일 나온다. 저녁 반찬을 만드는 손이 2층 부엌에 있다. 부엌에 가려면 벽을 오른다. 재료를 들고 오른다. 내려올 때도 같다. 밥 한 끼에 등반이 두 번 붙는다. 밤에는 텔레비전을 연다. 안이 노래방이다. 숙박객과 직원이 번갈아 마이크를 잡는다. 마지막 영업 밤에는 입대를 앞둔 숙박객을 위해 기안84와 덱스가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다. 노래도 이 집에서는 몸으로 하는 일이다. 목청이 도구다.
영업 7일 차에 덱스가 온다.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다. 직원 넷의 체력이 떨어진 때다. 덱스는 목말 없이 문을 연다. 저녁 반찬을 준비한다. 눈을 치운다. 몸 하나가 들어오자 집의 설계가 잠시 힘을 잃는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마지막 영업일에는 몸을 다르게 쓴다. 숙박객들과 싱크대에 몸을 담근다. 기안84가 상의를 벗고 눈밭에 나간다. 눈싸움을 하고, 눈을 공으로 야구를 한다. 눈사람을 만든다. 눈을 입에 넣고 샤베트라고 말한다. 일주일 넘게 문을 열고 벽을 오르던 몸이 하루 노는 데 쓰인다. 그 몸이 그날 밤 숙박객들과 둥그렇게 앉는다. 촛불이 켜진다. 기안84는 진짜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열심히 할 만큼 했으니까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이 결말에 남긴 것은 소감에 있다. 김연경은 힘들었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좋은 기억뿐이라고 말했다. 이준호는 사장님이 말한 꿈과 희망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즈하는 집에 돌아간 뒤에도 빨래를 손으로 해야 할 것 같고, 쓰레기를 보면 치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셋 중 몸이 남은 말은 카즈하의 것이다. 일은 끝났는데 손이 아직 일을 찾는다.
이 집에서 몸은 두 번 일한다. 한 번은 손님을 위해, 한 번은 집을 위해. 문을 여는 데 두 사람, 침대에 오르는 데 두 손, 부엌에 가는 데 두 발. 민박은 손님이 쉬는 곳이다. 여기서는 직원이 쉬지 못하는 곳이다. 그 차이가 열 편을 만든다. 그 고생이 즐거웠는지는 출연자들만 안다. 카즈하의 손은 집에 가서도 빨래를 찾았다. 그것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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