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너에게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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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들어앉은 얼굴로 열 회를 버텼다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몸이 바뀌는 드라마를 볼 때 배우가 남자 흉내 내는 대목에서 먼저 민망해진다. 목소리 깔고 다리 벌리고 앉으면 그걸로 끝인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너에게 다이브」를 틀기 전에 이미 비웃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 준비가 쓸모없어지는 데 두 회가 걸렸다.
12부 중 10회까지 본 상태에서 쓴다. 쓰려는 건 한 사람이다. 톱배우 윤하나를 맡은 배우, 그리고 그 배우가 하나의 몸에 들어온 쌍둥이 오빠 윤하루까지 같이 맡으면서 한 선택들. 설정만 짚어 두면, 시상식 날 경호원이자 첫사랑인 정우재가 하나를 지키다 죽고, 하나는 오빠 하루와 캠코더를 들고 물에 빠져 과거로 간다. 그런데 둘의 영혼이 서로 바뀐다. 그러니 이 배우는 한 드라마에서 하나를 연기하다가, 하나의 몸에 든 하루를 연기하다가, 열여덟 하나와 서른 넘은 하나까지 오간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본인이 여러 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찍는 착각이 들었다고 했는데, 엄살이 아니었다.
하나 더 적어 둘 게 있다. 제작진은 윤하나를 감정 인지가 둔해진 증세를 가진 톱배우로 소개했다. 남의 감정을 연기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 제 감정을 늦게 알아차린다. 이 배우가 연기해야 하는 여자가 그렇다.
장면 1 · 관객석에서 캠코더를 놓치는 손
1회. 하나의 영혼은 2010년 유도장에서 시합 중인 하루의 몸에 떨어지고, 하루의 영혼은 관객석에 앉은 하나의 몸에 들어간다. 이 배우가 맡는 건 관객석 쪽이다. 남자 유도 선수가 갑자기 여동생의 몸에 들어앉은 상황. 흔한 선택은 거울을 찾거나 제 몸을 내려다보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여기서는 낯선 몸에 놀란 하루가 캠코더를 떨어뜨리고, 그 캠코더가 떨어지면서 둘은 현재로 튕겨 나간다. 손에서 물건이 빠져나가는 것 하나로 1회가 끝난다. 배우가 제작발표회에서 현실적인 남자 학생의 포인트를 살리려 했다고 말했는데, 내 눈에 그 말이 처음 보인 자리가 여기다. 놀란 건 놀란 건데, 적어도 내가 본 것은 비명이 아니라 놓친 물건이었다.
장면 2 · 사채업자 앞에서 거칠어지는 말투
2회. 과거로 다시 간 남매는 우재에게 틈만 나면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가 있고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린다는 걸 알게 된다. 하나의 몸에 든 하루가 사채업자들에게서 우재를 빼내려고 나선다. 톱배우의 얼굴로 깡패 앞에 서는 장면인데, 여기서 배우는 말투를 바꾼다. 평소의 하나답지 않은 거친 말과 스스럼없는 행동. 리뷰들이 이 드라마를 두고 한 회 안에서 하나와 하루를 오간다고 적었고, 나는 거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다. 배우는 서른 넘은 하루만 톤을 낮추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 열여덟 하루는 목소리로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고, 남는 건 말투와 태도다. 소리로 남자를 만들지 않고 태도로 만든다. 이게 얄밉다. 쉬운 길이 바로 옆에 있는데 안 갔다.
장면 3 · 같은 회에 두 번 밀려나는 얼굴
7회. 2013년에 제 몸으로 돌아가 있던 하나가 우재를 지키려고 그를 따로 불러낸다. 「부탁인데, 제발 너만 생각하고 살아.」 선을 긋고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뜬다. 연인을 제 손으로 떼어 내는 얼굴이다. 그러고 나서 같은 회 끝에, 몸싸움 중에 캠코더가 떨어지고 남매는 영혼이 바뀐 채 2026년으로 돌아온다. 바뀐 현재에서 우재는 경호원이 아니라 톱배우다. 하나의 몸에 든 하루가 반가워서 우재를 끌어안는데, 우재가 「우리가 이럴 사이는 아니지 않나? 손대지 마, 나한테」라고 밀어낸다.
한 회 안에서 같은 얼굴이 두 번 밀려난다. 앞은 하나가 제 발로 물러난 것이고, 뒤는 하루가 영문도 모르고 밀쳐진 것이다. 흔한 선택은 뒤의 장면에서 하나의 상처받은 표정을 꺼내는 것이다. 카메라가 찍고 있는 건 하나의 얼굴이니 그게 더 예쁘게 나온다. 나는 배우가 그러지 않았다고 본다. 속에 든 사람은 친구한테 밀쳐진 하루고, 하루에게 우재는 연인이 아니라 친구이자 유도 라이벌이다. 앞 장면의 눈물과 뒤 장면의 당혹이 같은 얼굴에서 나오는데 같은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걸 설명 없이 해낸다.
가장 좋았던 1초는 따로 있다. 2회에서 하나는 우재가 죽던 시상식 전날에 떨어지고, 거기엔 우재가 경호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하나는 「네가 없는 오늘, 난 반드시 살아서 널 꼭 지켜낼 거야. 정우재」라고 다짐하고 사람들 앞에 선다. 감정을 늦게 알아차린다는 여자가 제 감정을 또박또박 말로 붙드는 순간이다. 말이 나오기 직전의 그 한 호흡이 열 회 가운데 내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는 1초다.
투덜거릴 것도 있다. 과거의 하나와 현재의 하나가 섞여 나오는 중반에는 지금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 박자 늦게 알아차릴 때가 있었다. 배우 탓인지 편집 탓인지 가리기 어려운데, 배우 탓으로 몰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트집을 잡고 싶어진다.
졌다. 남자 흉내를 비웃을 준비를 하고 앉았다가 두 회 만에 접었고, 열 회가 끝나니 한 얼굴에 두 사람이 사는 걸 당연하게 보고 있었다. 부럽고 얄밉다.
윤하나, 남은 두 회는 네 몸으로 네 얼굴로 끝까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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