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1
최혹적세계: 오늘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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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과 식대 보조 사이
누군가 묻는다. 새 회사에서 인턴으로 다시 시작하면 그동안 월급은 나오느냐고. 부편집장이 잠깐 머뭇거리고, 식대 보조는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1화의 회의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이 장면을 웃기려고 찍지 않았다. 잡지사가 문을 닫고 직원들이 인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비장한 순간이다. 그런데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고 나서 조금 미안했다. 그 머뭇거림이 내가 아는 어떤 어른들의 머뭇거림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최혹적세계: 오늘은 인턴」은 2021년에 나온 40부작 중국 드라마다. 퓰리처상을 꿈꾸는 잡지 기자 텅샤오샤오가, 회사가 뉴미디어 기업 YO미디어에 넘어가면서 인턴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이야기다. 진지한 직장 드라마다. 아래는 그 진지한 장면 가운데 내가 웃은 곳의 목록이다. 작품이 웃기려고 한 곳은 뺐다. 웃기려고 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는 곳은 넣었다.
- 전쟁터에서 깨어나 화가촌에서 눈을 뜬다. 1화는 폭우 속 진창을 기어가는 종군기자 샤오샤오로 시작한다. 포탄이 옆에서 터지고 그녀는 카메라를 든다. 꿈이다. 눈을 뜨면 베이징 외곽 화가촌의 집이고, 옆에는 가난한 화가 남자친구가 있다. 우스운 것은 꿈과 현실의 거리가 아니라 그 거리를 보여 주는 순서다. 작품은 퓰리처상을 먼저 보여 주고 식대 보조를 나중에 보여 준다. 순서가 반대였다면 비극이었을 것이다. 같은 재료로 희극을 만드는 방법은 꿈을 먼저 꾸게 하는 것이다.
- 「찢긴 여성」이라는 작품에 자기 옷이 들어 있다. 같은 1화. 남자친구 녜자판은 여성의 찢김을 말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고, 그 재료가 샤오샤오가 표창식에 입고 갔던 옷이다. 허락은 없었다. 여성의 찢김을 말하는 작품이 여자친구의 옷을 허락 없이 찢어서 만들어졌다. 상황의 논리는 완벽하다. 작품이 말하는 바를 작품의 제작 과정이 그대로 실연한다. 웃고 나서 생각했다. 그날 그의 작품이 천 위안에 팔렸다는 말이 나온다. 찢긴 옷값보다 쌌는지 비쌌는지 나는 모른다. 모르는 편이 낫다.
- 하드디스크 하나에 80만 위안. 2화. 입사 이틀째, 자료실의 기술 책임자 허우융이 샤오샤오가 하드디스크를 건드려 망가뜨렸다고 몰아세운다. 예전에 어떤 직원이 같은 일로 80만 위안을 물어 주고 업계에서 사라졌다는 말까지 보탠다. 샤오샤오는 겁에 질려 그에게 먹을 것을 사다 바친다. 나중에 상사 친차오가 말한다. 하드디스크 내용은 전부 백업되어 있다고. 장난이었다. 우스운 것은 장난이 아니라, 80만 위안이라는 숫자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이 간식을 사 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큰 공포 앞에서 사람은 작은 공물을 바친다. 나는 여기서 작품이 자기가 우습다는 걸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친차오가 허우융을 꾸짖는 이유가 근무 시간에 저급하게 여자를 꼬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샤오샤오를 위한 분노가 아니라 근무 시간을 위한 분노다.
- 익명의 메일이 커피 취향을 알려 준다. 3화. 정체 모를 사람이 샤오샤오에게 메일을 보낸다. 자기는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이라고. 지시는 구체적이다. 29층 자료실로 가서 설탕 많이, 우유 많이 넣은 커피를 준비하라. 가 보니 부편집장 루망이 자료를 찾고 있다. 사내 정치를 그리는 장면이고 음악도 아마 그렇게 깔렸을 텐데, 나는 「설탕 많이, 우유 많이」에서 웃었다. 익명의 조력자가 알려 주는 첫 번째 기밀이 상사의 커피 취향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중요하다는 것. 회사에서 진짜 정보는 대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 재결합 선물이 번호판 도용 오토바이. 5화. 녜자판이 다시 만나자며 작은 오토바이를 선물한다. 샤오샤오는 재결합에 응하지 않지만 오토바이는 탄다. 그러다 교통경찰에게 잡힌다. 번호판을 도용한 차였다. 친구 딩눠가 와서 수습한다. 꽃과 가방과 오토바이. 이 남자의 선물은 매번 겉은 맞고 속이 틀리다. 작품은 그것을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로 쓰는데, 나는 증거보다 재료가 재미있었다. 이별 통보는 문 안쪽에서 하고 재결합 신청은 오토바이로 하는 사람. 말을 못 하는 사람이 물건으로 말하면 물건이 대신 거짓말을 한다.
목록을 다시 읽어 보니 다섯 중 넷이 선물이거나 공물이다. 찢긴 옷, 사다 바친 간식, 커피, 오토바이. 이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말 대신 물건을 건넨다. 그리고 물건은 번번이 틀린다. 재료가 틀리고, 번호판이 틀리고, 액수가 틀린다. 맞는 것은 커피뿐이다. 설탕 많이, 우유 많이. 그것도 익명의 누군가가 알려 줘서 맞았다. 자, 이 드라마가 그리는 직장이란 무엇인가. 내가 건네는 것이 번번이 틀리는 곳이고, 가끔 남이 귀띔해 줘서 맞는 곳이다. 비장한 정의가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내 경험과는 맞다.
작품이 자기가 우습다는 것을 아는가. 반반이다. 식대 보조의 머뭇거림과 하드디스크의 간식은 알고 찍은 것이 분명하다. 머뭇거림에 시간을 주고, 간식에 화면을 준다. 찢긴 옷과 오토바이는 모르겠다. 작품은 그 둘을 남자친구가 나쁘다는 증거로만 쓰고 지나간다. 모르고 찍은 우스움이 알고 찍은 우스움보다 오래 남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가 그렇다.
다시 1화의 회의로 돌아간다. 월급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식대 보조가 있다고 답한 부편집장은, 그 뒤로 마지막 회까지 샤오샤오에게 스승 노릇을 한다. 나는 그가 그 머뭇거린 순간에 이미 스승이었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안 했고, 나쁜 소식을 좋은 소식처럼 말하지도 않았다. 식대 보조는 식대 보조다. 그것을 힘주어 말하는 어른을 보고 웃는 사람과 안 웃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웃었고, 그 웃음이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였다. 비웃음은 아니었다고 적어 두고 싶은데, 이런 말은 적을수록 의심스러워지니 여기서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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