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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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는 사람을 8회째 지켜보는 중

삐딱선· 2026. 11. 01.· 3,498자

지금 8회까지 봤다. 12부작이고 11월 14일에 끝난다. 그러니까 이 글은 결말을 모르는 사람이 쓰는 중계다. (중계를 하다 보면 예측이 꼭 하나는 빗나가는데, 이번엔 4회에서 크게 빗나갔다. 뒤에 쓴다.)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SBS 금토 드라마, 10월 9일 시작.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의사 용역 소개소에서 파견된 프리랜서 외과의 계수정이 구서대 서남병원에 들어온다. 회진 안 하고 회식 안 가고 논문 대필 안 한다. 대신 수술은 실패하지 않는다.

1회 · 노욕

첫 회부터 병원장과 붙는다. 고령 환자에게 개복 수술을 밀어붙이는 병원장한테 욕심이 지나치다고 대놓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병원장이 수술 중에 쓰러지고, 의료진이 환자를 두고 나가 버린 수술실에 계수정이 혼자 들어간다. 알레르기를 잡아내고 살린다. 보상은 해고 통보. 여기까지가 한 회다. 그리고 병원장 비리가 터지고 새 병원장 부승권이 와서 계수정을 다시 고용한다. 이 사람이 앞으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될 거라는 건 그때 이미 알았다.

2회 · 한 달 뒤와 백 년 뒤

버스에서 쓰러진 여학생을 업고 병원까지 뛴다. 입구에서 VIP 회장님 휠체어를 뺏어 환자를 태운다. 췌장암 환자가 둘이다. 열다섯 살 주희와 회장님. 과장은 암을 일부 남기는 수술 계획을 세우고, 계수정은 다 떼어낼 수 있다고 한다. 회장님 수술은 과장에게 간다. 계수정은 수술을 무서워하는 주희에게 한 달 뒤에 죽을지 백 년 뒤에 죽을지 고르라고 묻는다. 말이 거친데 이상하게 다정하다. 그리고 두 수술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반전. 주희 수술을 한 시간에 끝내고 회장님 수술까지 맡는다. 소장 장희숙은 수술이 두 건이니 보수도 두 배라고 한다. 나는 이 소장님이 좋다. 계수정은 인턴한테 용돈을 받으며 산다는 설정도 2회에 나온다.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컷

3회 · 옷 벗을 준비해

응급실로 밀려난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피가 모자라니 자기 피까지 내준다. 그 사이 병원 청소 노동자 여정순이 쓰러진다. 뇌동맥류 파열. 머리를 열어 클립으로 묶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교수가 다 자리에 없다. 전원 직전에 계수정이 나선다. 신경외과 교수가 실패하면 자기가 옷 벗겠다고 비웃는다. 계수정이 답한다.

나는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옷 벗을 준비해.

수술은 성공한다. 돌아온 교수들은 자기들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환자가 살았는데. 이 드라마가 제일 잘하는 게 이거다. 통쾌함 뒤에 꼭 씁쓸함을 한 숟갈 얹는다.

4회 · 내 예측이 틀린 지점

새 외과 교수 나대일이 온다. 서글서글하고 여유 있고, 공사장 추락 환자 수술에서 계수정과 호흡이 맞는다. 나는 메모에 이렇게 적었다. 드디어 계수정 편이 생겼다. 틀렸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권충현이 담낭염으로 실려 오고, 계수정이 응급 개복을 하다가 간 위에서 글자를 본다. D.N. 나대일의 이니셜이다. 군의관 시절 가혹행위로 출혈을 입은 권충현을 시골 의원에서 혼자 수술해 살린 은인이, 그 간에 자기 이름을 새겨 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리모컨을 떨어뜨렸다.

5회 · 케첩

환자에게 알릴 것인가. 계수정은 환자에게는 알 권리가 있고 의사에게는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 준다. 권충현은 잊고 살겠다고 한다. 그 대답이 제일 아팠다. 그리고 계수정이 나대일을 수술하게 된다. 회복 중인 나대일의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으로 D.N을 쓴다. 나대일은 수술 영상을 돌려 보고 자기 간에 무슨 짓을 했는지 확인하려다 메스를 들고 응급실로 뛰어든다. 소장님이 프로레슬링 기술로 제압하고 한의사 양응구가 대침으로 마무리한다. 구속, 면허 취소, 계수정 외과 복귀.

6회·7회 · 여기서 정색한다

오프닝이 해외 파견 시절이다. 군인들에게 붙잡힌 계수정 앞에 아이가 와서 당신이 닥터X냐고, 형제를 구해 달라고 운다. 현재로 돌아오면 병원은 적자로 폐원 위기고, 목련회라는 사람들이 5·18 희생자의 머릿속 총알을 꺼내는 수술을 맡아 달라고 한다. 총알이 헬기 사격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험한 수술이라 의사들이 다 몸을 사린다. 계수정이 손을 든다.

환자 오상범은 수술을 거부한다. 광주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미안해서라고 답한다. 계수정은 그가 늘 벤치 끝에 앉아 옆을 본다는 걸 짚는다. 형님을 보시냐고 묻는다. 수술을 하면 발작과 환각이 줄고, 형을 볼 확률도 같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오상범은 형이 증상이냐고, 환상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여기서 나는 호들갑을 멈췄다. 46년을 형과 같이 산 사람에게 수술은 형과 헤어지는 일이다. 6회 엔딩에서 오상범이 옥상으로 올라가고, 같은 시각 전직 대통령이 의식불명으로 헬기에 실려 온다. 계수정이 뛴다.

7회. 오상범은 퇴원하겠다고 한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말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고 있었던 거다. 소장님은 환자 뜻대로 하자고 하고, 계수정은 물러서지 않는다. 병원 식구들을 모아 연극을 꾸민다. 그날 형만이 아니라 이웃 모두가 어린 상범을 감싸 안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수술. 머릿속에 있던 건 총알이 아니라 형의 뼛조각이었다. 계수정은 알고 있었고, 총알이 아니면 수술 지원을 받기 어려울까 봐 입을 다물었다. 내시경으로 꺼낸다. 검체 용기를 건네며 말한다.

형님의 뼛조각이에요. 그동안 환자분 머리에 있던 건, 형님이었어요. 항상 같이 있었어요.

오상범이 형에게 이제 집에 가자고 말한다. 울었다. 이유는 알겠는데 설명은 못 하겠다. (우리 집에도 아직 집에 못 보내 드린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얘기는 다음에.)

8회 · 의사들은 어디 갔나

7회 끝에 의대 정원 확대 뉴스가 나오더니 8회는 전공의 파업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사라진다. 소아센터의 열 살 가을이는 척추관 안의 종양이 신경을 누르고 있는데 집도의도 어시스트도 없다. 동생 가영이가 진료 중단 안내문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 장면에서 또 정색했다. 소장님은 이 틈에 계수정이 원하는 수술을 전담하게 해 달라는 새 계약 조건을 내밀고, 계수정은 여섯 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한다. 수술 당일 다른 교수가 쓰러지고, 계수정은 그 수술까지 마치고 가을이 수술실로 간다.

그리고 엔딩. 부승권이 소장님에게 묻는다. 옛날 기사에 닥터X가 한 수술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안 믿었는데 오늘 수술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계수정은 닥터 X입니까?

소장님은 세상은 넓고 수술은 다양하고 의사도 많다고 넘긴다. 넘겨지지 않는다. 2회에 나온 기사, 닥터X가 수술한 환자가 두 달 뒤에 죽었다는 기록, 계수정이 빚을 지고 소개소에서 일하는 이유. 전부 여기로 모이고 있다.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포스터

8회까지의 정리

이 드라마는 한 회에 환자 하나를 살리고, 그 뒤에 살리지 못한 것 하나를 남긴다. 권충현의 잊고 살겠다는 말, 오상범의 형, 가을이의 동생이 읽던 안내문. 통쾌함은 그 위에 얹힌 거다. 나는 사이다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가 그 밑의 것 때문에 남았다.

남은 네 회. 계수정이 왜 닥터X인지,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승권이 어느 쪽에 설지. 예측 하나만 하겠다. 부승권은 끝에 계수정 편에 선다. 틀리면 그것도 적겠다.

그러니까 금요일 밤 9시 50분에 보자. 못 보면 다음 날 보자. 이건 혼자 보기 아까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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