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멜론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나
일곱 번의 시즌, 한 번의 스페셜, 한 편의 극장판. 일본 원작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가 2012년 10월에 시작해 2024년 12월 극장판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쌓은 숫자다. 한국판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그 자리에 12부를 놓았다. 12년에 걸친 이야기를 12회로 옮긴다는 말인데, 물론 둘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볼 때 늘 한쪽 눈으로 원작을 같이 봤다. 무엇이 그대로 왔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바꿔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미리 말해 두면 나는 원작을 전부 본 사람이 아니다. 아래에 적는 원작 정보는 백과사전과 기사로 확인한 것이고, 틀린 데가 있을 수 있다. 한국판은 8회까지 방송됐고 아직 네 회가 남았다. 그러니 이 글은 끝까지 간 사람의 글이 아니라, 중간에서 두 그림을 겹쳐 보는 사람의 글이다.
뼈대는 그대로 왔다
원작의 주인공 다이몬 미치코는 대학병원 의국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외과의다. 명의 소개소에서 병원으로 파견되고, 의사 면허가 필요 없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로 거절하며, 수술이 끝나면 「저는 실패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한국판의 계수정도 의사 용역 소개소에서 파견된 프리랜서 외과의고, 회진과 회식과 논문 대필을 하지 않으며,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병원 권력자가 있고, 해외에서 돌아온 스타 의사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주인공에게는 숨긴 과거가 있다. 이 뼈대는 거의 그대로다.
바뀐 것은 뼈대 위에 얹힌 살이다. 내가 확인한 범위에서 크게 셋이다.
원작 / 이 작품
- 소개소 소장 — 원작: 간바라 아키라. 남성. 전직 외과의로, 주인공에게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 수술이 성공하면 병원장을 찾아가 고급 멜론과 청구서를 내밀고 한 푼도 깎지 않고 받아온다. / 이 작품: 장희숙. 여성. 계수정과는 이모와 조카 사이로 설정됐다. 멜론은 없고, 수술 건수와 성과에 따라 보수를 다시 협상한다.
- 과거가 나오는 시점 — 원작: 주인공의 과거와 병원 권력자 사이의 연결이 긴 시즌에 걸쳐 조금씩 풀린다. / 이 작품: 2회에 이미 과거가 제시된다. 7년 전 쿠바에서 수술은 성공했는데 환자가 원인 모르게 숨졌고, 집도의 이름 대신 「닥터X」라는 가명이 기록에 남았으며, 단체 사진에 계수정이 있다. 8회 엔딩에서 병원장이 「계수정은 닥터 X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이 패를 다시 집는 것이다.
- 톤과 편수 — 원작: 한 시즌이 가을 석 달 안에 끝나는 시즌제. 경쾌한 리듬으로 병원의 권위주의를 한 회에 하나씩 깨는 권선징악 오락물. / 이 작품: 12부 연속 서사. 「하얀 마피아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병원을 권력 카르텔의 전쟁터로 그리는 메디컬 느와르. 사학 재벌, 정치권, 의료 민영화, 전공의 파업 같은 한국의 소재가 들어왔다.
왜 바꿨을까, 추측 셋
소장을 여성으로 바꾼 이유는 아마 두 사람의 관계를 다른 종류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의 소장은 주인공을 길러 낸 사람이고, 멜론과 청구서는 그 사람의 여유에서 나온다. 한국판은 소장을 사업가에 가깝게 그린다. 웃음 뒤에 계산이 있고, 수술이 둘이면 보수도 둘이라고 말한다. 수술로 싸우는 사람과 협상으로 싸우는 사람, 두 여성이 나란히 서는 구도가 된다. 멜론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온 것은 거래다. 그리고 이모와 조카라는 혈연은 그 거래에 온도를 붙인다. 돈을 따지는 사람이 가족이면 그 계산은 차갑게만 읽히지 않는다.
과거를 앞당긴 이유는 더 단순해 보인다. 시즌제가 아니라 12부로 끝내는 드라마는 떡밥을 오래 묵힐 시간이 없다. 원작이 아홉 해에 걸쳐 조금씩 풀었던 것을 한국판은 둘째 회에 꺼내 놓고, 매 회 조금씩 그쪽으로 끌고 간다. 어림잡아 원작 한 시즌이 한 회의 환자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한국판은 매 회의 환자 아래에 7년 전 사건이라는 저수지 하나를 깔아 둔 셈이다. 이것은 추측이다. 작가가 그렇게 말한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톤을 느와르로 바꾼 이유는 아마 한국 시청자가 익숙한 문법 때문일 것이다. 일본 매체는 한국판이 원작의 통쾌한 권선징악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병원 안의 권력 다툼과 정치권의 결탁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덧입혔다고 썼다. 반대로 원작 애청자 쪽에서는 산뜻하고 미스터리한 매력, 인물들 사이의 핑퐁 같은 유머 호흡이 희석됐다는 말도 나왔다. 두 말이 모순은 아니다. 같은 변화를 앞에서 보면 깊어진 것이고 옆에서 보면 무거워진 것이다.
얻은 것과 잃은 것
얻은 것은 분명하다. 한국판은 원작의 스타 의사 유형에 의혹을 덧붙여 4회와 5회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었고, 원작에서는 소개소 사람들이 병원 일에 거의 끼어들지 않는데 한국판에서는 소개소 식구들이 통째로 응급실까지 달려든다. 주인공이 혼자 서 있던 자리에 편이 생겼다. 그래서 1 대 다수의 구도는 조금 흐려졌지만 대신 사람들이 늘었다. 6회와 7회가 광주의 한 환자에게 두 회를 통째로 내준 것도 시즌제였다면 어려웠을 선택이다.
잃은 것은 가벼움이다. 원작의 다이몬 미치코는 자기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수술을 하고 멜론을 받는다. 한국판의 계수정은 비극적인 전사를 가진 사람으로, 그 과거가 대사와 연출로 꽤 직접 설명된다. 미스터리가 줄어든 자리에 사연이 들어왔다. 어느 쪽이 더 좋은가는 취향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원작이 12년 동안 반복으로 쌓은 것, 즉 「저는 실패하지 않으니까요」라는 한마디가 들을 때마다 조금씩 더 재미있어지는 그 누적 효과만은 12부가 따라갈 방법이 없다. 그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한 가지는 바뀌지 않았고, 나는 그게 이 리메이크의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수술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전제다. 원작도 한국판도 주인공이 수술대 위에서 지는 장면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러면 긴장은 어디서 오는가. 수술 바깥에서 온다. 누가 수술을 맡을 것인가, 환자가 수술을 받겠다고 할 것인가, 수술이 끝난 뒤 병원은 무엇을 숨길 것인가. 멜론이 있든 없든, 소장이 남자든 여자든, 이 드라마의 재미는 수술 자체가 아니라 수술을 둘러싼 거래에 있다. 그 점에서 한국판이 멜론을 치우고 협상을 넣은 것은 원작의 핵심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 변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네 회에서 7년 전 쿠바의 환자는 누가, 왜 죽었는지 밝혀질 것이다. 원작에는 없던 답이다. 그 답이 좋으면 이 리메이크는 원작과 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고, 답이 나쁘면 과거를 둘째 회에 꺼낸 선택이 비싼 값을 치를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인지 모른다. 그래서 금요일을 기다린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