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8

드래곤볼 슈퍼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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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상금으로 열 명을 모았다

무뚝뚝· 2026. 11. 03.· 2,294자

상금이 없는 대회에 사람을 어떻게 모으세요. 나는 이 편을 보는 내내 그 생각을 했어요.

「드래곤볼 슈퍼 3기」는 일본에서 2017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나온 77화에서 131화까지를 한국에서 묶어 부르는 이름이더라고요. 힘의 대회 편이에요. 여덟 우주에서 열 명씩, 여든 명이 한 링에 올라가고, 제한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마흔여덟 분. 링 밖으로 떨어지면 탈락이고, 날면 안 되고, 죽이면 지는 거예요. 그리고 진 우주는 지워집니다. 나는 이걸 격투 만화로 안 보고 일하는 사람들 얘기로 봤어요. 보고 나니까 그쪽이 더 맞는 것 같고요.


시작이 밭이에요. 오공이 밭농사를 짓고 있어요. 세상이 평화로우니까 일을 하는 거죠. 그러다 몸이 둔해졌다 싶어서 수련하러 비루스의 별로 가고, 거기서 전왕하고 했던 약속이 생각나서 무도대회를 열자고 찾아갑니다. 밭일하다 말고요.

그 한마디가 우주 전체 대회가 되고, 지는 우주는 소멸이라는 벌칙이 붙어요. 심심해서 꺼낸 말에 우주가 걸린 거죠. 직장에서 누가 「우리 이거 한번 해 볼까요」 했다가 부서 하나가 없어지는 꼴인데, 그 말을 꺼낸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나는 여기서 좀 웃었어요. 웃고 나서는 안 웃겼고요.

드래곤볼 슈퍼 3기 스틸컷

본 대회 전에 전람시합이 있어요. 제9우주 삼형제하고 부우, 오반, 오공이 셋씩 붙습니다. 오공이 파란 머리로 변해서 베르가모를 이기죠. 그러고 나서 대신관이 알려 줘요. 힘의 대회에서 지는 우주는 전왕이 지운다고. 그제야 다들 얼굴이 바뀌어요. 시합부터 하고 조건을 나중에 듣는 거예요. 계약서 안 읽고 도장 찍은 사람들 같았어요.


그다음이 이 편에서 내가 제일 오래 본 대목이에요. 선수 열 명을 모읍니다. 채용이죠.

오공이 18호하고 크리링한테 뭐라고 하냐면, 우승하면 상금이 천만 제니라고 해요. 그런 상금은 없어요. 지어낸 거예요. 우주가 걸렸다는 말은 뒤로 미루고 돈 얘기부터 꺼낸 거죠. 들통나니까 두 사람은 안 나가겠다고 하고, 비루스가 안 나가면 부순다고 겁을 주고, 결국 부르마가 자기 돈으로 상금을 대겠다고 해서 정리가 돼요. 크리링, 무천도사, 천진반이 그 돈 보고 들어옵니다.

이게 그럴듯한 데예요. 사람 모을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돈이고, 그 돈이 처음엔 없는 돈이고, 결국 돈 있는 사람이 뒤에서 메우잖아요. 어디나 그래요. 우주라고 다를 게 없더라고요. 천만 제니가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 없는 돈은 액수가 얼마든 없는 돈이에요.


17호가 두 번째 일하는 장면이에요. 외딴 섬에서 레인저로 일해요. 밀렵꾼 막는 일이요. 식구도 있어요. 원래는 배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식구를 돌보게 되면서 접었대요. 오공이 찾아가서 대회 나오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일이 있잖아요. 섬을 비우면 밀렵꾼이 들어오니까요. 그래도 결국 나옵니다. 우주가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요.

나는 이 사람이 제일 일하는 사람 같았어요. 가고 싶은 데가 있었고, 못 갔고, 그 대신 맡은 자리를 지키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마지막까지 링에 남아요. 131화요. 혼자 남아서 소원을 비는데, 자기 배를 달라고 안 하고 지워진 우주를 전부 되돌려 달라고 해요. 그러고 나서 부르마가 배를 한 척 줍니다. 일 다 끝낸 사람한테 회사가 뒤늦게 챙겨 주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배가 이 편에서 제일 괜찮은 물건이라고 생각해요.

드래곤볼 슈퍼 3기 스틸컷

프리저 얘기도 해야겠네요. 부우가 대회 직전에 두 달짜리 잠에 들어 버려요. 자리가 하나 비니까 오공이 점쟁이 바바를 통해서 프리저를 하루만 되살려 데려와요. 스물네 시간짜리 계약직이죠. 예전 원수를 하루 쓰겠다고 저승에서 꺼내 오는 건데, 그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오공하고 프리저가 같이 지렌하고 붙어요. 그 둘이 한편인 장면은 처음 봤고,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닌 데도 적어야죠. 마흔여덟 분이에요. 대회 하나에 우주 전체가 걸렸는데 시간이 한 시간이 안 돼요. 야근 하루에 회사 존폐가 걸린 셈인데, 그런 회사는 없어요. 있으면 안 되고요. 또 하나, 이 편에서 크리링이 파란 오공의 에너지파를 버티는 장면이 있어요. 일로 치면 대리가 하루아침에 임원 되는 건데, 나는 그 대목에서 좀 갸웃했어요. 오래 본 사람들도 그 대목을 많이 짚더라고요.

일은 일이다. 이 편을 보고 남은 말이 그거예요. 우주가 걸렸든 상금이 가짜든, 밭 갈던 사람은 밭으로 돌아가고 섬 지키던 사람은 배를 얻어요. 일은 그렇게 끝나는 거고, 끝나야 일이에요.

드래곤볼 슈퍼 3기 포스터

마지막 장면은 오공하고 베지터가 둘이 또 붙는 거예요. 대회 다 끝나고요. 일 끝나고 또 일하는 사람들이죠. 쉬라고 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둘이 그래요. 나는 그 둘이 이해가 됐어요. 이해가 돼서 조금 피곤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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