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8

드래곤볼 슈퍼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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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상품은 아무 일도 없는 것

고요한땀· 2026. 11. 04.· 3,484자

이 글은 묻고 답하는 글이다. 묻는 쪽은 내가 만든 가상의 독자이고, 답하는 쪽은 55화를 다 본 나다. 둘 다 나이므로 질문이 유독 내 사정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미리 사과드린다.

55화를 다 봐야 하나. 나는 바쁜 사람이다.

「드래곤볼 슈퍼 3기」는 일본 TV판의 77화부터 131화까지, 2017년 2월에서 2018년 3월까지 나온 55편을 한국에서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애니박스에서 틀었다. 대회 자체는 97화에 개막한다. 그러니 앞 스무 편은 대회를 여는 데 쓰고, 뒤 서른다섯 편은 48분짜리 대회를 중계하는 데 쓴다. 한 편에 경기 시간이 1~2분밖에 안 흐른다는 불평이 있었고, 나는 그 불평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48분 안에 설거지도 못 끝내는 사람이라, 48분을 서른다섯 주로 늘여 사는 사람들을 흉볼 자격이 없다. 바쁘면 97화부터 보라. 그 전의 일은 다음 답에 들어 있다.

규칙이 뭔가.

우주 여덟 개에서 열 명씩, 여든 명이 한 무대에 오른다. 제한 시간은 100탁, 지구 시간으로 48분이다. 무대 밖으로 떨어지면 탈락이고, 날면 안 되고, 죽이면 진다. 무기도 안 된다. 선수가 전부 떨어진 우주는 그 자리에서 지워진다. 우승 우주가 받는 상은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가장 활약한 선수 한 명만 소원을 비는 구슬을 받는다. 참가비가 존재이고 상품이 존속인 대회다. 나는 여기서 한 번 웃었고, 그다음 집 앞 헬스장 등록 조건을 떠올렸다. 안 나오면 돈을 잃고, 나와도 돌려받는 건 없다. 규모만 다르다.

전왕이란 무엇인가.

두 명이다. 지금의 전왕과 미래에서 온 전왕. 둘 다 어린아이 모습이고, 설정상 한 자리 수까지만 셀 줄 안다. 원래 열여덟이던 우주를 여섯 개 지워 열둘로 만든 전력이 있다. 98화에서 제9우주가 전멸하자 둘이 나란히 손을 들어 우주 하나를 지운다. 81화에서는 제9우주의 베르가모가 자기가 오공을 이기면 소멸을 철회해 달라고 탄원하고, 전왕은 그러마고 한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조건을 아이가 그 자리에서 승낙한다. 어린아이 같은 신이 우주를 지우는 데 너무 무심하다는 해외 리뷰가 있었다. 나는 그 무심함이 이 편에서 가장 무서운 데라고 생각한다. 악의는 설득할 수 있다. 심심함은 설득이 안 된다.

드래곤볼 슈퍼 3기 스틸컷

지렌은 왜 그렇게 말이 없나.

제11우주의 지렌은 100화에서 폭주한 케일을 상대로 자기가 가겠다는 한마디만 하고 기탄 하나로 끝낸다. 말이 적은 이유는 127화에서 나온다. 어릴 때 부모를 악당에게 잃었고, 스승이 거둬 키웠고, 동료와 함께 그 악당에게 맞섰다가 스승을 잃고 동료들은 떠났다. 그래서 믿을 것은 힘뿐이라는 신념이 남았다. 130화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그가 처음으로 길게 말한다. 「힘이야말로 정의. 힘이야말로 절대적이다.」 그러고는 관람석을 공격한다. 지는 순간에 구경꾼을 치는 것이 그 신념의 바닥이었다. 131화에서 그는 무대 밖으로 떨어지며 이것이 신뢰냐고, 제7우주의 힘이냐고 중얼거린다. 과거사가 다른 악역들에 비해 평범하다는 평도 있다. 평범해서 나는 더 불편했다. 믿을 게 힘뿐이라는 결론은 특별한 사람만 내리는 게 아니다.

무의식의 극의라는 게 뭔가. 그냥 치트 아닌가.

110화에서 오공이 지렌에게 원기옥을 던진다. 지렌이 한 손으로, 다음엔 두 손으로 밀어낸다. 원기옥이 검은 구체가 되어 오공을 삼키고 터진다. 그 폭발에서 오공이 은빛 눈으로 일어난다. 비루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우이스는 가능성의 껍질을 깼다고 설명한다. 129화에서 머리까지 은색이 되는 완성형이 나오고, 비루스는 자기도 거기 못 갔다고 우이스에게 말한다. 130화에서 그 몸이 대가를 치르며 무너지고, 오공은 보통 상태로 떨어지다 프리저에게 붙들린다. 치트냐고 묻는다면, 처음엔 성공률이 낮고 몸에 부담이 크다더니 나중엔 제약 없이 쓴다는 비판이 있다. 다만 131화에서 오공이 직접, 이건 아직 마음대로 못 쓴다고 인정한다. 나에게도 무의식의 극의가 있다. 밤 열한 시에 손이 저절로 냉장고 문을 연다. 성공률이 높고 몸에 부담이 크다. 반대로 되어 있다.

드래곤볼 슈퍼 3기 스틸컷

오공 말고 볼 사람이 있나.

있다. 제6우주의 케일은 애니메이션 스태프가 브로리의 인기를 참고해 새로 만든 인물이고, 그에 맞춰 원작자가 카리플라를 그렸다고 제작진이 말했다. 100화에서 케일이 질투로 폭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이 편에서 가장 애니메이션다운 대목이다. 제6우주의 히트는 111화에서 지렌을 시간의 감옥에 가두려다 거꾸로 당해 일찍 떨어지고, 팬들이 그 조기 탈락에 놀랐다. 제2우주에는 반짝이는 변신 장면과 함께 등장하는 전사들이 있고, 변신 중에 공격하는 것을 톳포가 나무란다. 117화에서는 리브리안의 구속에 붙들린 18호가 크리링의 응원 소리에 풀려나 이마에 일격을 꽂는다. 그리고 베지터. 126화에서 파괴신의 힘을 얻은 톳포가 불필요한 것을 버렸다고 하자, 베지터는 너와 다르다고, 버릴 수 없다고 소리치고, 부우 편에서 썼던 자폭기를 다시 꺼낸다. 이번엔 살아남는다. 128화에서 그는 변신할 힘도 없이 보통 몸으로 지렌에게 덤비다 눈물을 흘리며 떨어진다. 이 편의 베지터는 이기지 못하는 쪽의 대사를 전부 맡는다. 나는 그게 조금 창피하고 많이 좋았다.

진 우주들은 억울하지 않나.

억울하다. 지워진 순서는 제9, 제10, 제2, 제6, 제4, 제3, 제11이고, 일곱 우주를 전부 제7우주가 떨어뜨렸다. 우리 쪽이 이긴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보는데도, 지워지는 쪽의 얼굴을 매번 보여 준다. 131화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17호가 소원을 빈다. 사라진 우주를 전부 원래대로 돌려 달라고. 대신관이 설명한다. 전왕은 이 결과를 내다봤고, 끝까지 남은 자라면 다른 우주를 생각할 덕이 있을 것이라 여겼으며, 이기적인 소원이었다면 전부 지울 생각이었다고. 그러니까 지운 것도 시험이고, 되돌린 것도 시험이었다. 여기서 독자가 하나 더 묻는다. 어차피 되돌릴 거였다면, 지워져 있던 동안 그들이 겪은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이 질문에 답을 못 한다. 그들이 지워져 있던 시간을 기억하는지 나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쓰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드래곤볼 슈퍼 3기 포스터

결말은 어떤가.

프리저가 되살아나고 악행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한다. 오공과 베지터가 또 겨룬다. 둘이 착지하는 구도가 옛 사이어인 편의 그 구도라고, 본 사람들이 알아봤다. 130화의 작화는 역대 최고라는 말을 여러 군데서 들었고, 131화 후반이 급하다는 평도 있다. 둘 다 맞다. 2017년 10월의 한 시간짜리 특별편에 사람을 몰아넣었다고 제작진이 말했으니, 그 뒤가 급해진 것은 아마 셈이 맞는 일이다.

문답을 끝내고 혼자 남아 생각한다. 이 대회의 상품은 아무 일도 없는 것이었다. 48분을 버티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온다. 나는 매일 그 대회에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지렌처럼 관람석을 치고 싶어질까 봐 그만두었다. 대신 하나만 적는다. 열 명을 모으는 데 스무 편을 쓰고 48분을 서른다섯 편으로 늘인 사람들이, 마지막에 가서 그 48분을 아무 일도 없는 하루와 맞바꿨다. 아무 일도 없는 것을 상으로 받기 위해 사람은 어디까지 하는가. 나는 냉장고 문을 닫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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