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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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2회에 여자친구를 꺼내지 않는다

삐딱하게보기· 2026. 11. 01.· 2,566자

촬영은 2022년 7월에 시작해 2023년 5월에 끝났고, 공개는 2026년 10월 26일이다. 다 찍어 놓고 3년 넘게 창고에 있던 드라마가 열 회 중 두 회를 내놓았다. 나는 그 숫자부터 적어 둔다. 여름에 찍은 여름 이야기를 세 번의 여름이 지나서야 보는 셈인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이 드라마를 읽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열여덟의 여름은 원래 몇 년 묵혀서 꺼내 보는 것이니까.

장르부터 확인하자. 만든 쪽은 「하이틴 청춘 로맨스」라 했고, 기획 문구에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 「뜨겁고 기묘한 한여름의 판타지 로맨스」라는 말이 붙어 있다. 로맨스가 관객과 맺는 약속은 단순하다. 두 사람을 보여 줄 테니, 그 둘이 맺어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라는 것. 하이틴이라는 접두사는 거기에 한 줄을 더 얹는다. 그 둘이 처음이라는 것. 처음이라서 서툴고, 처음이라서 깨끗하다는 것. 판타지라는 꼬리표는 또 한 줄을 보탠다.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되, 그것이 둘을 가까이 붙이는 쪽으로 쓰인다는 것. 로맨스의 약속은 결합이고, 하이틴의 약속은 순결이고, 판타지의 약속은 설명이다. 나는 이 세 줄을 들고 두 회를 봤다.

첫 번째 약속은 1회가 거의 교과서처럼 이행한다. 서울에서 내려온 열여덟 하연이 우포리 바닷가에서 뜻밖의 사건을 겪고, 물에 젖은 채로 종갓집 종손 유겸의 흰 셔츠를 걸친다. 유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하연을 바라보고, 하연은 시선을 떨군다. 둘 다 새하얀 옷이다. 만든 쪽은 이것을 「첫눈에 서로를 각인하게 되는」 에피소드라고 소개했다. 각인이라는 단어가 정확하다. 로맨스의 첫 약속은 두 사람이 서로를 보는 순간을 관객에게 먼저 보여 주는 것이고, 1회는 그 장면을 젖은 셔츠 한 장으로 해치웠다. 나는 그 셔츠가 부러웠다. 물에 젖은 소녀와 흰 셔츠라니, 이보다 낡은 소품이 없는데도 두 사람이 한 색깔로 서 있으니 낡은 줄을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아직도 쓰나 싶다가, 아직도 통하니까 쓰는구나 했다.

여름방학 포스터

문제는 2회다. 제목이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이다. 로맨스의 제목이 아니다. 하연은 보충수업을 들으러 우포고에 갔다가 유겸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그에게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화를 낸다. 여기까지는 하이틴 로맨스가 흔히 하는 짓이다. 장애물을 하나 세워야 셋째 회가 굴러가니까. 그런데 유겸의 대답이 약속을 어긴다. 그는 미안하다고 물러서지 않고 계속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둘은 또 한 번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여자친구 새령은 그 사실을 알고 늦은 밤 하연을 찾아간다.

두 번째 약속, 순결의 약속이 여기서 깨진다. 하이틴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은 깨끗해야 한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헤어진 다음에 와야 하고, 헤어지지 못하면 괴로워하는 얼굴이라도 보여 줘야 한다. 유겸은 둘 다 하지 않는다. 종갓집에 에어컨도 스마트폰도 없는 소년이 「계속 만나자」고 말하는 것을 나는 예의의 문제로 읽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탈출로 읽었다. 이것은 내 상상이다. 하지만 수영에 재능이 있다는 소년이 그 재능을 쓸 곳이 집 안 어디에도 없을 때, 바닷가에서 물에 젖은 채 나타난 아이가 유일하게 규칙 바깥에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그리 무리가 아니다. 그는 깨끗한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급한 사람이다. 로맨스는 급한 사람을 잘 그리지 않는다.

세 번째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1회 소개 글은 두 사람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한 경험」을 한다고 적어 놓고,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는 두 회가 끝나도록 설명하지 않는다. 판타지의 약속은 설명이라고 나는 앞에서 적었다.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미룬 것이다. 미루는 것과 어기는 것은 다르다. 어기는 쪽이 더 정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어느 쪽이 좋았나. 배반 쪽이다. 1회가 약속을 지킬 때 나는 감탄했고, 2회가 약속을 어길 때 나는 앉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예고편의 새령은 하연에게 「난 오늘 널 죽여버리려고 해」라고 말하고, 유겸은 하연에게 「성새령을 조심해」라고 경고한다. 로맨스 안에 스릴러의 말이 들어와 있다. 이것을 두고 장르를 흐렸다고 욕할 수도 있겠다. 나는 반대로 편든다. 열여덟의 로맨스는 원래 깨끗하지 않다. 여자친구가 있는 애를 좋아하고, 그 여자친구가 밤에 찾아오고, 그러고도 다음 날 보충수업에 간다. 그것이 하이틴의 실제 약속이고, 순결은 어른들이 뒤늦게 덧붙인 작은 글씨다. 이 드라마는 큰 글씨를 지키고 작은 글씨를 2회 만에 찢었다. 모름지기 약속이란 찢어 보기 전에는 어느 줄이 작은 글씨였는지 모르는 법이다.

한계를 인정한다. 두 회로 장르의 약속을 판정하는 것은 1회 셔츠만 보고 결혼을 점치는 것과 같다. 남은 여덟 회가 유겸의 「계속 만나자」를 어떻게 갚을지, 새령의 밤길을 악의로 둘지 사정으로 둘지, 그 신비한 경험을 언제 보여 줄지에 따라 이 글은 틀린 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위험을 안고 쓴다. 3년 묵은 드라마가 두 회 만에 나를 고쳐 앉게 한 것은 사실이니까.

물에 젖은 아이에게 셔츠를 벗어 준 소년이, 그 아이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숨겼다. 그 두 가지가 같은 사람 안에 있다는 것을 로맨스는 보통 감춘다. 이 드라마는 2회에 꺼냈다. 그것이 약속 위반인지, 약속의 본문인지,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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