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00
와호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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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에 검을 던진 분께 여쭙고 싶은 것
이 영화를 얼마 전에 본 친구가 하나 있다. 본인 말로는 날아다니는 칼싸움을 보러 들어갔다가 사랑 얘기만 두 시간 보고 나온 사람 되겠다. 그 친구와 저녁에 국수를 먹으며 나눈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옮긴다. 영화 속 일은 확인된 것만 적었고, 국수는 내가 샀다.
나 먼저 여쭙겠다. 대나무 위에서 그분이 세 수 안에 검을 뺏으면 제자가 되라고 하지 않으셨나. 한 수에 뺏으셨다. 그러면 아가씨가 절을 해야 맞다.
친구 약속 안 지킨 건 아가씨 쪽이지. 나는 그 뒤가 더 이상해. 뺏은 검을 왜 폭포에 던져. 사백 년 된 검을.
나 그게 내 첫 질문이다. 검을 던지면 아가씨가 따라 뛴다는 걸 그분이 아셨다고 보시는지.
친구 알았지. 제자로는 못 데려가니까 검으로 끌고 가는 거야. 그 영화는 처음부터 그래. 검이 북경으로 가니까 도둑이 오고, 검이 폭포로 가니까 아가씨가 가고. 검이 있는 데로 사람이 와.
나 그렇게 보면 무당의 고수께서 낚시를 하신 것이 된다. 나는 반대로 봤다. 그분은 검을 버린 것이다. 명상에서 깨달음 대신 슬픔만 밀려왔다고 처음에 말씀하셨고, 그래서 검을 내려놓으려 하셨다. 폭포는 그 일을 드디어 하신 자리다.
친구 버릴 거면 그냥 북경 어르신 댁에 두고 오지. 굳이 아가씨 눈앞에서 던지잖아. 그건 버리는 게 아니라 보여 주는 거야.
나 일리가 있다. 그래도 나는 그분 편을 조금 들겠다. 버리는 것과 보여 주는 것은 같은 손으로 하는 일이다.
친구 그 손이 결국 자기 목숨까지 보여 주잖아. 동굴에서 독침을 다 막고 하나를 못 막아. 그리고 마지막 숨을 명상에 안 쓰고 고백에 써. 나는 그게 제일 좋았어. 무당파 고수가 득도 대신 후회를 고른 거.
나 거기서 나는 다른 분이 보였다. 옆에서 해독제를 만들러 뛰어다니던 아가씨 말이다. 해독제는 아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고백하는 동안 누군가는 약을 달이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그건 너무 뒷일 하는 사람 시점이다.
나 나는 늘 약 달이는 쪽이 보인다.
친구 그래도 사막은 좋았잖아. 빗 하나 뺏겼다고 말 타고 모래밭까지 쫓아가는 아가씨.
나 좋았다. 두 시간 중에 누가 원하는 걸 손에 쥐는 유일한 대목이 거기다. 그런데 아가씨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셨고, 남자는 기반을 잡으면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데리러 오겠다는 말은 이 장르에서 대개 못 지키는 말이다. 여기서는 지켰는데, 지킨 자리가 산꼭대기였다.
친구 그래서 마지막은 어떻게 봤어. 산에서 뛰는 거.
나 모른다. 영화가 안 보여 줬다. 사막에서 소원을 빌고 뛴 청년이 살아서 날아갔다는 전설을 그 남자가 들려주고, 끝에서 아가씨가 소원을 빌라고 하고 뛴다. 날았는지 떨어졌는지는 안개가 가렸다. 알 도리가 없다.
친구 날았지. 전설대로. 그걸 보여 주려고 두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날아다닌 거야. 그 영화에서 뛰어내려서 떨어진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나 그 영화에서 소원이 이뤄진 사람도 한 명도 없다.
친구 ……
나 사막에서 빗을 훔쳐 간 남자가 산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아침에 빗을 두고 나가서 뛴다. 소원을 빌라고 한 건 아가씨고, 빈 건 남자다. 남자가 빈 것은 사막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면 뛴 쪽은 아가씨인데 소원은 남자 것이다. 전설과 좀 다르다.
친구 그러니까 아가씨가 남자 소원을 대신 빌어 준 거지. 자기 소원은 이미 없으니까.
나 그건 좀 쓸쓸한 해석이시다.
친구 쓸쓸한 영화잖아. 사백 년 된 검 때문에 둘이 죽고 하나가 뛰었는데 검은 결국 어르신 댁으로 돌아가. 처음 자리로.
나 검이 제자리로 돌아간 건 맞다. 그 점에서는 그분의 은퇴가 성사된 셈이다. 다만 본인이 안 계신 은퇴 되겠다.
친구 정리하면 당신은 그분이 검을 버린 거라고 보고, 나는 사람을 낚은 거라고 보고. 끝은 당신은 모른다고 하고 나는 날았다고 하고.
나 그렇다. 하나만 합의하자. 사백 년 된 검은 폭포에 던지면 안 된다.
친구 그건 합의.
아무튼. 국수가 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친구가 날아다니는 칼싸움을 보러 가서 사랑 얘기만 보고 나왔다는 말이 틀린 것 같았다. 그 영화에서 칼싸움과 사랑 얘기는 같은 장면이었던 것이다. 지붕 위에서 쫓고, 대나무 위에서 뺏고, 폭포로 던지고, 산에서 뛴다. 전부 누가 누구를 붙잡으려는 동작이다. 붙잡힌 분이 한 분도 없다는 게 이 영화의 사정이고, 그 사정에 대해 영화는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해명이 없어서 두 사람이 국수 한 그릇 값만큼 떠들 수 있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어느 쪽이신지 궁금하다. 검을 버린 쪽인지, 낚은 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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