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메리 베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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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도쿄였고 이번엔 섬이다

환한색칠· 2026. 11. 03.· 2,311자

한일 합작 로맨스를 올해 몇 편이나 봤는지 세다가 말았다. 세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라, 세는 동안 한 편이 더 나와서다. 요즘 사정이 그렇다.

「메리 베리 러브」는 한국 공간 기획자가 하룻밤에 망해서 일본의 작은 섬에 가고, 거기서 딸기 농부를 만나는 이야기다. 한국 제작사와 일본 방송사가 같이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수요일 밤 지상파에, 나머지 나라에서는 같은 날 OTT에 걸린다. 열 편 중 네 편이 나왔다. 빨래 개면서 봤다. (세 편은 개다 말고 봤다.)

메리 베리 러브 스틸컷

흐름

요즘 한일 합작 로맨스라면 수순이 있다. 한쪽 나라 배우가 건너간다. 건너갈 핑계가 있다. 말이 다르다는 걸 한 번은 써먹는다. 두 나라 플랫폼에 같은 주에 건다. 재작년에 나온 두 편이 이 수순을 만들었다.

하나는 일본 지상파 화요일 밤에 나온 「Eye Love You」다. 눈을 마주치면 상대 속마음이 들리는 초콜릿 회사 사장 앞에 한국인 유학생이 나타난다. 속마음이 한국어라서 못 알아듣는다. 그게 설레는 이유다. 한국어 대사는 본방송에서 자막 없이 내보냈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하는 걸 장치로 세웠고, 그 장치 하나가 열 편을 끌고 갔다.

다른 하나는 한국 OTT에서 나온 여섯 편짜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다. 도쿄에 유학 간 한국 여자가 도착 첫날 일본 남자를 만나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헤어진다. 5년 뒤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여자는 의사와 약혼한 상태고, 남자는 둘의 이야기를 소설로 냈다. 남자가 돌아가기 전날 밤 호텔에서 만나고, 각자의 길로 간다. 멜로였다. 건너갔고, 헤어졌고, 돌아왔고, 끝.

둘 다 도쿄였다. 둘 다 유학이었다. 둘 다 말이 다르다는 걸 사건으로 썼다. 그 뒤로 이런 조합이 실험이 아니라 주류가 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넷플릭스에도, 아마존에도, 디즈니에도 한 편씩 걸려 있다. 한국 제작사가 일본 법인을 두고 일본 방송사·영화사와 같이 만드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고, 이 드라마를 만든 회사들이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만들었다. 수순이 아니라 공정이 된 셈이다.

메리 베리 러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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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순을 따른 데부터. 건너간다. 한국 남자가 일본에 간다. 핑계는 아버지 명의로 남은 땅이다. 유학보다 궁색하지만 더 급하다. 두 나라 플랫폼에 같은 날 건다. 여기까지는 앞의 두 편과 같다.

벗어난 데는 셋이다.

첫째, 도쿄가 아니다. 섬이다. 딸기 하우스, 갯벌, 마을 회의, 농산물 경연. 유빈은 고급 정장을 벗고 헐렁한 작업복에 밀짚모자, 고무장화 차림으로 밭에 선다. 앞의 두 편이 도시 사람 둘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도시 사람 하나가 시골에 떨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 수순은 익숙하다. 망한 도시 남자가 시골에 가서 사람 되는 것. 합작이 도시 로맨스에서 시골 로맨스로 옮겨 온 셈이다.

둘째, 언어 자체를 장치로 세우지 않는다. 네 편까지 가장 큰 오해는 딸기밭을 누가 망쳤느냐였다. 2화에서 유빈은 범인으로 몰리고, 경찰서에 가는 대신 무보수 인부가 되겠다고 한다. 앞의 두 편이 못 알아듣는 데서 사건을 만들었다면 여기서는 알아듣는데도 사정이 꼬인다. (나는 이쪽이 편했다. 못 알아듣는 설렘은 두 편이면 됐다.)

셋째, 속도. 여섯 편짜리 멜로는 마지막 밤에야 호텔에서 만났다. 이 드라마는 열 편 중 4화에 불꽃놀이 아래서 입을 맞춘다. 카린이 「사랑. 좋아해」라고 먼저 말한다. 3화에 한집살이를 시작하면서 규칙을 엄격하게 정해 두더니 한 회 만에 규칙이 무색해졌다. 2화 끝에서 천둥을 무서워하는 유빈 곁을 카린이 지켜 줄 때 이미 짐작은 했다.

여기서 한 번 정색한다. 재작년 합작 멜로는 두 나라 사람이 만나 헤어지는 걸로 끝났고 올해 합작 로코는 네 편 만에 붙는데, 그 차이를 배우의 호흡이나 작가의 취향으로만 읽으면 손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나라 제작사가 서로를 덜 어려워하게 됐다는 뜻이다. 합작을 하는 쪽 사람 하나가 기사에서, 한국은 직관적인 전개를, 일본은 섬세한 감정 표현을 중시한다고 양쪽 관점 차이를 설명했다. 다른 작품 얘기였지만 여기 대 봐도 맞는다. 4화의 깜짝 꽃 선물과 불꽃놀이는 전자다. 2화 소나기 치는 비닐하우스에서 서로 뺨의 흙을 닦아 주다 눈이 마주치는 장면은 후자다. 분업이 보인다. 보이는 게 흠은 아니다.

남은 건 여섯 편이다. 앞의 두 편은 열 편과 여섯 편으로 각자 끝을 냈다. 멜로 쪽은 건너간 사람이 돌아가는 걸로 끝났다. 이 드라마도 결국 돌아가느냐 남느냐로 갈 것이다. 4화에서 유빈은 밭을 팔 기회가 생겼는데도 돌아가기를 망설였다. 땅을 팔러 온 사람이 땅을 팔면 돌아가야 하니까.

메리 베리 러브 포스터

볼까 말까. 앞의 두 편을 봤다면 수순 확인용으로 본다. 안 봤다면 이게 제일 쉬운 입구다. 섬이고, 딸기고, 네 편 만에 붙는다.

빨래는 다 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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