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드래곤볼 슈퍼: 비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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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까지 셌다

삐딱선· 2026. 11. 03.· 2,581자

신이 되는 데 다섯 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혼자 수련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마음이 올바른 사이어인 다섯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빛을 모아 줘야 한다고 4화가 말한다. 이 시리즈는 늘 혼자 강해지는 이야기였다고 나는 기억하는데, 이번엔 혼자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그 조건 하나가 이 편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드래곤볼 슈퍼: 비루스」는 2015년 TV판의 앞부분을 다시 그린 판이다. 오랜 잠에서 깬 파괴신이 초사이어인 갓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지구로 오고, 오공이 그 이름의 존재가 되려고 하는 이야기. 일본에서 10월 11일부터 일요일마다 한 편씩 나오고 있고, 네 편이 나왔다. 이 글은 그 네 편 얘기다.

사연부터 짧게. (우리 집은 명절 상에 수저를 하나 더 놓는다. 동생네 아이가 아직 태어나기 전인데, 엄마가 태명을 부르면서 밥그릇 자리를 비워 둔다. 식구가 몇이냐고 누가 물으면 엄마는 아직 안 나온 애까지 센다. 나는 그게 좀 유난이라고 생각했다. 4화를 보기 전까지는.)

딴소리 하나. 이 편은 극장판으로 한 번, TV판으로 한 번, 이미 두 번 나온 이야기다. 같은 걸 세 번째 본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이번에 처음 울었으니 세 번째도 셈이 맞는다고 해 두겠다.

4화. 의식에 필요한 사이어인은 여섯이다. 변신할 사람 하나와 빛을 줄 다섯. 그런데 지구에 있는 사이어인을 다 세어도 다섯이다. 오공, 베지터, 오반, 오천, 트랭크스. 한 명이 모자란다. 그때 비델의 뱃속 아이가 셈에 들어간다. 비델은 오반의 아내고, 사이어인의 피가 섞인 아이를 가졌다. 그래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여섯 번째로 선다. 의식이 성립한다. 오공의 머리카락이 붉어진다.

나는 여기서 울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파괴신이 지구를 없애네 마네 하는 판에 아직 얼굴도 없는 아이를 식구로 세는 장면이 뭐라고. 그런데 엄마가 명절에 비워 두는 밥그릇 자리가 거기 있었다. 숫자를 채우려고 아이를 넣은 게 아니라, 이미 식구라서 넣은 거다. 4화는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면 망가지는 종류의 장면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이 사연이 장면을 다르게 보이게 한 지점은 하나 더 있다. 구판에서는 오공이 이 의식 앞에서 곧 태어날 손자를 두고 선한 마음이 없는 거 아니냐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번 판은 그 대사를 뺐다. 빼서 좋았다. 그 자리에 식구를 세는 손이 있어야 했으니까. 이번 판이 구판보다 진지해졌다는 말이 많은데, 그게 어두워졌다는 뜻만은 아니다. 농담 하나를 빼서 아이 하나가 보이게 됐다.

드래곤볼 슈퍼: 비루스 포스터

두 번째 장면은 1화로 거슬러 간다. 오공이 계왕성에서 수련하는 장면이다. 혼자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지난 싸움의 상대들을 머릿속으로 불러내서 대련한다. 이미 이긴 적들을, 이미 끝난 싸움을 다시 꺼내서 몸을 푼다. 이 장면이 이번 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는 건 나중에 알았고, 처음 볼 때 나는 그냥 좀 웃었다. 지나간 사람들하고 혼자 싸우는 남자라니. 계왕성은 작고 둥글어서, 거기서 혼자 뛰는 사람은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도는 아이처럼 보인다.

그런데 4화를 보고 나서 1화가 달라 보였다. 1화의 오공은 지나간 적들만 불러낼 수 있었다. 4화의 오공은 아직 오지 않은 식구한테서 힘을 받는다. 과거만 있던 수련장에 미래가 한 명 들어온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내가 끼워 맞춘 풀이다. 만든 사람들이 그렇게 설계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두 장면을 붙여 놓고 보면 그렇게 읽히고, 그렇게 읽히면 이 편이 파괴신 얘기가 아니라 식구 얘기로 바뀐다.

그 사이 3화도 적어 둔다. 부르마 생일 파티에 파괴신이 온다. 푸딩 하나 때문에 판이 뒤집힌다. 부우가 푸딩을 나눠 주지 않아서 비루스가 화를 낸다. 구판보다 파티 장면을 많이 잘라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푸딩이 더 크게 보인다. 가족 모임이 음식 하나로 틀어지는 건 우주 어디서나 같구나 싶었다. 파괴신이 생일 파티에 오는 설정 자체가 식구 얘기다. 초대 안 한 손님이 밥상에 와서 디저트를 달라고 하고, 못 받으면 상을 엎는다. 명절에 한 번쯤 겪어 본 일이라 웃었다. 비루스가 부르마를 밀치고, 그걸 본 베지터가 폭발하는 것도 순서 그대로다. 식구가 당하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는 사람의 순서.

지구에 있는 사이어인이 여섯뿐이라는 것도 이번에 새삼 세어 봤다. 그중 하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식구 수를 세는 일은 언제나 조금 슬프고 조금 든든하다. 이 애니메이션이 그 두 가지를 같이 준 건 처음이다.

동생네 아이는 겨울에 나온다고 한다. 그때 식구가 몇이냐고 물으면 엄마는 아마 하나를 더 셀 것이다. 그 집은 늘 하나를 더 센다. 그게 그 집의 변신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안 본 사람에게 하나만. 이 편의 마지막은 아직 안 나왔다. 변신한 오공이 비루스를 어떻게 하는지는 다음 편부터다. 전체는 열아홉 편으로 예고돼 있으니 비루스 편이 끝나도 한참 남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변신까지만 보고 멈춘 상태고, 나는 그 상태가 꽤 마음에 든다. 식구가 모여서 한 사람을 세운 데까지. 그 다음에 그 사람이 이기느냐 지느냐는 식구들 입장에서는 두 번째 문제다.

다음 명절에는 비워 둔 밥그릇 자리를 보고 유난이라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섯 번째 사이어인도 그렇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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