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너 말고 다른 연애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너 말고 다른 연애 - 30년만 버티면
KBS 토일 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를 봤다. 제목만 보고는 안 볼 생각이었다. 보니 벌써 6회까지 나와 있었다. 별일은 없었다. 연애하고, 흔들리고, 들킨다.
일곱 살에 만난 두 사람이 서른다섯까지 사귄다. 여자는 영화감독이고 남자는 과자 회사 대리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고, 그 사실이 녹음 파일로 들통난다. 사건이라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10년을 설명하겠다고 회상을 길게 깔지 않는다.

여자가 감독인데 화면에 나오는 건 대개 촬영장이 아니라 종이다. 변호사 앞에 앉아 합의서를 받는 장면이 있다. 회사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일은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종이에서 끝난다. 몇 달이 서명 한 번으로 정리된다. (나도 그런 종이에 이름을 써 본 적이 있다.)
10년 된 커플을 요즘 관찰 예능이 다뤘다면 순서가 있다. 집에 카메라를 달고, 스튜디오에 패널 다섯을 앉히고, '연애 10년 차 권태기'라는 자막을 깐다. 전문가가 '이건 신호입니다' 하고 짚어 주면 패널이 고개를 끄덕인다. 중간에 한 명이 울고, 끝에는 손편지를 읽힌다. 박수. 다음 주에는 다른 커플이 나온다.
그 순서가 실제로 하는 일은 두 사람이 같이 보낸 시간을 점수 매길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고 보는 사람을 심판석에 앉히는 것인데, 이 드라마가 나가는 동안 화면 밖에서 벌어진 일도 정확히 그거였다. 여주인공을 두고 답이 없다는 말이 돌았다. 인물이 틀리면 작품이 틀린 걸로 친다. 그건 감상이 아니라 판결이다.
드라마는 변명을 붙여 주지 않는다. 왜 흔들렸는지 설명하는 회상도 없고, 상대가 못나서 그랬다는 핑계도 없다. 대신 일 이야기를 계속한다. 단편으로 상을 받던 사람이 지금은 찍을 작품을 못 잡는다. 드라마는 그 상태를 슬럼프라고 부르는데, 바깥말로 옮기면 그냥 실직이다. 연애가 흔들리는 자리에 돈과 일이 같이 놓여 있다는 걸 숨기지 않는 점은 좋았다.
1회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렇게 한 30년만 버티면 끝나겠지." 그러고는 헤어지자고 한다. 목소리는 담담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주저앉아 울고, 반지를 뺀다. 10년이 그렇게 정리된다. 나는 거기서 반지 치수를 생각했다. 10년이면 손가락 굵기도 바뀐다.
다음 회는 주말에 나온다. 보긴 볼 것 같다. 심판석에 앉을 생각은 없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