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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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은 그걸 안 하더라고요

무뚝뚝· 2026. 10. 09.· 1,284자

상 받은 영화라고 하면 나는 일단 의심부터 해요. 좋은 얘기를 착하게 찍어서 받았겠거니 싶거든. 그런 영화는 보고 나면 내가 공연히 착해진 것 같아서 싫어요. 164분이라는 말을 듣고는 더 그랬어요. 길게 찍는 사람은 대개 할 말이 많아서 그러잖아. 할 말 많은 사람은 좀 피곤해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하더라고요. 용접공이 하나 있어요. SP중공업에 다니다 해고된 사람이에요. 아내는 마스크 공장에 나가고요.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이 옛 동료 장례식에서 이 부부를 만나요. 남편은 카메라를 싫어하는데 아내가 먼저 입을 열어요. 그게 다예요. 164분 가운데 130분쯤이 잘린 사람들 사는 얘기라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누구를 불쌍하게 만들려고 애쓰질 않아요.

용접을 했으면 용접을 한 거예요. 거기다 대단한 뜻을 붙이는 건 나는 별로더라고. 먹고살려고 한 거잖아. 마스크 공장도 마찬가지예요. 그 집 마당에는 남편이 손수 만든 대리석 탁자하고 의자가 있어요. 거기다 동료들 불러서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해요. 잃은 걸 세는 말보다 그 말이 더 아프게 들렸어요.

영화에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말이 나와요. 틀린 말은 아닌데 아무 말도 아니잖아. 탐할 게 있는 사람한테나 하는 소리지. 아들 손 잡고 남의 별장 문을 들어서 본 사람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에요. 그런 말 한 줄 얹어 줄 형편이면 일자리를 하나 내놓는 게 낫지. 말은 공짜라서 다들 그렇게 쉽게 해요.

별장에서 남편이 울분을 터뜨려요. 거기서 한쪽을 악당으로 만들어 버리면 편했을 거예요. 보는 사람도 편하고. 그런데 그걸 안 하더라고. 돈 있는 부부도 그냥 사람으로 둬요. 카메라를 든 쪽이 더 떳떳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게 찍어 놨어요.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으면 얼른 카메라부터 세우거든요. 나는 그게 좀 무서웠어요.

가능한 사랑 스틸컷

카메라 앞에 앉은 그 배우 얘기를 해야겠어요. 서러운 얼굴을 안 해요. 울어서 보여 주려고 하질 않더라고. 잃었다고 다 서러운 거 아니거든요. 지겹고 귀찮은 거지. 그 구별을 아는 얼굴이 화면에 그냥 앉아 있어요. 참 잘하더라고요.

가능한 사랑 포스터

마지막에 두 사람이 그 탁자에 앉아 달을 봐요. 소주 한 병에 과자 봉지 하나 뜯어 놓고요. 나는 거기서 좀 웃었어요. 그 긴 일을 겪고 밤에 할 수 있는 게 저거구나 싶어서.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같은 데를 봐요. 사람이 그래요.

그게 억울하냐 하면, 글쎄요.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달은 달이지. 나는 이 영화가 하려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어요. 164분을 보고도 모르겠는 건 끝내 모르겠더라고. 배울 건 없어요.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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