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다운타임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망고 푸딩은 못 먹게 됐다

환한색칠· 2026. 10. 26.· 2,472자

결론부터. 여덟 편 중 넷은 아주 좋고 넷은 그냥 봤다. 그래도 끝까지 봤다. 성형외과 드라마라 밥 먹으면서 보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는 매번 밥 먹으면서 봤다(한 번은 카레였다. 후회했다). 9월 17일에 넷플릭스가 여덟 편을 한 번에 풀었고, 응급 수술로 사람 살리던 외과의가 집안 빚 때문에 미용 클리닉에 들어가 원장과 싸우는 이야기다. 외과의는 후미, 원장은 린. 둘 다 여자고 둘 다 지지 않는다.

1화

자연 미인으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가 응급실에 실려 온다. 가슴에 넣은 실리콘이 종양을 누르고 있었고, 후미는 그것을 빼내서 목숨을 살린다. 살린 사람이 그 뒤에 스스로 삶을 끊는다. 의사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첫 회부터 이렇게 가는구나 싶어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후미는 대학병원을 떠나고, 그 인플루언서를 처음 수술했던 린의 클리닉으로 간다.

2화

클리닉 첫날부터 부딪친다. 후미는 클리닉이 그 인플루언서의 종양을 알고 있었다는 서류를 찾아낸다. 이 회의 환자는 성우 지망생이다. 코를 세우고 오디션에 붙었는데, 후배가 사생활을 폭로하고, 넘어진 자리에서 코 안의 보형물이 살을 뚫고 나온다. 나는 이 장면에서 반찬을 잘못 집었다(멸치였다). 요즘 일본 드라마라면 이쯤에서 의사가 한마디 하고 음악이 깔릴 텐데, 여기서는 환자가 원래 코로 돌아가는 수술만은 안 받겠다고 버틴다.

다운타임 스틸컷

3화

말기 암인 할머니가 전신 성형을 하겠다고 온다. 다큐멘터리 팀이 붙어 있고,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는 몸이다. 후미가 집도하고, 할머니는 회복해서 사진관에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간다. 여기서 울 줄은 몰랐다. 설거지하다가 수세미를 든 채로 서서 봤다. 여러 사람이 이 회를 최고로 꼽는데 나도 그쪽이다.

4화

초등학생 유튜버가 온다. 조회수가 떨어졌으니 얼굴을 고치겠다고. 옆에는 아버지가 있다. 같은 회에 린의 옛 환자가 찾아와서, 린의 시술 실수로 눈이 멀었다는 사실이 나온다. 그 뒤로 린은 전신 마취 수술에서 손이 떨린다. 린은 아이의 수술을 취소하면서 네 안에 네 어머니가 보인다고, 수술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정색한다. 어린아이의 얼굴을 조회수 때문에 바꾸겠다는 어른이 화면에 나오는데 드라마는 그 어른을 끝까지 악당으로 그리지 않고, 그래서 더 화가 나고, 마지막 회에 그 아이가 결국 수술을 받고 방송을 계속하며 나름 괜찮아 보이게 나온다는 것까지 보고 나니 이 드라마가 이 문제에 답을 안 한 게 아니라 답을 못 한 거구나 싶어서 밥맛이 떨어졌다. 그래도 봤다. 끝까지.

5화

클리닉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환자가 나온다. 보정한 사진 속 자기 얼굴과 거울 속 얼굴의 차이를 메우려고 수술을 거듭하는 사람. 후미는 그래도 수술한다. 한편 린의 아버지, 이 클리닉을 세운 사람이 자기 얼굴 수술을 받겠다며 전부 녹화하라고 한다. 후미가 옆에 서니 린의 손이 떨리지 않는다. 그리고 후미의 어머니가 쓰러진다. 이 회부터 드라마가 환자 이야기에서 집안 이야기로 핸들을 꺾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인터넷 쇼핑하면서 봤다. 장바구니에 뭘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6화

어머니가 죽는다. 장례식에 린의 아버지가 온다. 후미는 어머니가 쌍꺼풀 수술을 받았던 것과 몰래 모아 둔 돈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말하던 무능한 의사가 그 남자가 아닐까 의심한다. 후미가 린의 손 떨림을 밖에 알렸던 일도 드러나서 클리닉을 나온다. 한 회에 장례식과 출생의 비밀과 사직이 다 들어 있다. 후반이 이렇게 갈 걸 알면서도 또 당했다.

다운타임 포스터

7화

린의 아버지는 후미를 자기 뒤를 이을 「신의 손」으로 삼고 싶어 한다. 자기 딸이 아니라. 후미의 동생은 제 얼굴에 어머니 피가 들어 있다며 눈꺼풀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수술을 요구하고, 후미가 해 준다. 후미는 린에게 그 남자가 자기 친아버지라는 것과 미용외과를 그만두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바다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난다. 나는 이 회에서 아,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리모컨을 내려놨다. 사고는 좀 그랬다. 많이 그랬다.

8화

후미가 얼굴을 다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다. 평생 남의 얼굴을 고치던 사람이 이번에는 고쳐지는 쪽이다. 아버지는 피를 이으라고 하고 후미는 이름을 버리라고 한다. 후미는 린에게 자기 얼굴을 맡기겠다고 하고, 린은 거절하고 해외 지점으로 떠나려다가 공항에서 돌아온다. 그리고 몇 해 뒤. 후미는 어머니의 스낵바를 고쳐 자기 이름을 건 미용 클리닉을 열었다. 린이 와서 얼굴을 한 번 살펴보고는 2억이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가게를 사겠다는 소리다. 둘이 웃는다.

총평

살리고, 싸우고, 다치고, 고쳐지고, 끝. 줄거리는 그게 다인데 앞의 네 편은 환자 하나하나가 드라마였고 뒤의 네 편은 집안 싸움이었다. 뒤의 네 편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앞의 네 편이 너무 좋았다. 수술 장면은 진짜처럼 보인다. 나중에 뒷이야기 영상을 보니 지방 흡입으로 빨려 나온 것은 망고 푸딩이고 피는 라즈베리 소스였다고 한다. 알고 나서도 망고 푸딩은 못 먹게 됐다. 볼까 말까 묻는다면, 4화까지는 꼭 보고 그 뒤는 밥 먹으면서 봐도 된다. 밥은 카레만 빼고.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다운타임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