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다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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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순대로라면 원장님은 악당이어야 했다
의학 드라마를 좀 보신 분들은 첫 회 십 분이면 남은 일곱 회의 차례표를 뽑아 드실 수 있다. 천재인데 융통성이 없는 의사, 그 의사를 내치는 큰 병원, 돈 냄새 나는 미용 클리닉, 그 클리닉의 번들번들한 원장. 나도 뽑았다. 「다운타임」 첫 회를 틀어 놓고 차례표를 다 뽑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라면 물이 끓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내가 뽑은 수순을 명사구로 적어 둔다. 이게 있어야 나중에 채점이 된다.
- 천재 의사의 좌천
- 돈 때문에 발 들이는 미용외과
- 악당 원장
- 회차마다 환자 한 명, 교훈 한 줄
- 라이벌이 결국 한 팀
- 숨겨 둔 과거의 의료 사고
- 마지막 회, 「진짜 의료」로 복귀
일곱 항목을 예상과 실제로 나란히 세운다. 주로 1화에서 4화까지, 그러니까 환자가 한 명씩 들어오던 시절의 이야기다. 결말도 한 줄 들어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접으셔도 된다.

- 예상 · 천재 의사의 좌천 응급 수술로 사람을 살렸는데 윗사람 눈 밖에 나서 쫓겨난다. 이것이 교과서다. 실제 · 절반만 맞았다 1화의 후미는 가슴 확대 수술의 다운타임 중에 보톡스를 맞고 실려 온 인플루언서의 실리콘을 들어내고, 그 밑에서 악성 종양을 찾아내 목숨을 건진다. 여기까지는 교과서. 그런데 후미를 쫓아내는 것은 윗사람이 아니다. 살아난 환자가 가슴을 잃은 것에 절망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의사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글을 남기고, 그 글이 인터넷에서 후미를 때린다. 좌천이 아니라 공개 화형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불을 뒤에서 지핀 사람이 다음다음 항목의 원장님이다.
- 예상 · 돈 때문에 발 들이는 미용외과 집안 빚,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은 접고. 실제 · 따랐다, 다만 봉지가 하나 더 집안 빚이 있고 어쩔 수 없다. 거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그 인플루언서의 종양은 처음 수술한 클리닉에서 찾아냈어야 할 것이었고, 후미는 그 증거를 잡으러 들어간다. 빚과 복수를 한 봉지에 담아 보낸 셈인데, 복수 봉지는 생각보다 일찍 내려놓는다. 3화에서 후미는 자기가 환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인플루언서의 본가를 찾아가 어머니 이야기를 듣는다. 증거 잡으러 간 사람이 사과하러 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 예상 · 악당 원장 돈만 밝히고, 환자는 숫자이고, 마지막 회에 몰락. 실제 · 여기서 밥상이 물려졌다 원장 린은 후미를 태운 인터넷 불길을 뒤에서 지핀 사람이 맞고, 그 손으로 후미를 스카우트한다. 그런데 2화에서 말기 암 환자가 전신 성형을 원할 때 위험하다고 말리는 쪽은 후미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예뻐지고 싶다는데 왜 안 되느냐고 받는 쪽은 린이다. 4화에서는 조회수가 떨어졌다고 얼굴을 고치겠다는 초등학생 유튜버를 린이 수술대에서 내린다. 「누군가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보이니까」가 이유다. 돈만 밝히는 원장이라면 아이 얼굴은 가장 비싼 매출이었을 텐데. 악당 자리는 클리닉을 세운 아버지 회장님께 넘어가고, 원장님은 「사정 있는 사람」으로 강등되신다. 다 차려진 밥상을 물린 자리가 바로 여기다.
- 예상 · 회차마다 환자 한 명, 교훈 한 줄 끝에는 의사가 한마디, 음악, 눈물. 실제 · 환자는 한 명씩, 교훈은 미납 2화의 성우 지망생은 코를 세워 오디션에 붙고, 과거가 후배 입에서 터지고, 다투다 코를 부딪쳐 보형물이 피부를 뚫고 나온다. 후미가 원래 코로 돌리자고 하자 그 환자가 한 말은 「원래 얼굴로 돌아갈 바에야 죽겠다」였다. 교훈이 나올 자리에서 환자가 교훈을 걷어찬다. 3화의 말기 암 할머니도 폐로 번졌을 수 있다는 후미의 말에 「마지막만이라도 나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밀어붙이고, 밀린 쪽이 집도의가 된다. 교훈 한 줄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고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 예상 · 라이벌이 결국 한 팀 중반에 어깨 나란히, 큰 수술 하나 같이. 실제 · 따랐다, 예정보다 일찍 2화, 성우 지망생의 코를 다시 세우는 수술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한 수술대에 선다. 보통 이 장면은 5화쯤에 아껴 두는 법인데 2화에 써 버렸다. 그리고 3화에서 린의 아버지가 후미의 안면 거상 수술을 칭찬하는 바람에 린이 쪼그라든다. 한 팀이 되자마자 금이 가는 것이다. 한 팀, 금, 결별, 재결합. 순서 자체는 교과서인데 간격이 비좁다. 여덟 회에 다 넣느라 그랬을 것이다.
- 예상 · 숨겨 둔 과거의 의료 사고 잘나가는 의사에게는 반드시 옛날에 망친 환자가 있다. 실제 · 따랐다, 과연 4화에 옛 환자가 찾아오고, 린의 수술 실수로 눈이 멀었다는 사실이 나온다. 린이 큰 수술에서 메스를 못 잡게 된 것이 그때부터다. 과연, 이 항목만큼은 한 치도 안 어긋났다.
- 예상 · 마지막 회, 「진짜 의료」로 복귀 미용 클리닉은 한때의 외도, 주인공은 응급실로. 실제 · 물렸다 후미는 돌아가지 않는다. 몇 해 뒤 어머니가 하던 스낵바를 고쳐 자기 이름을 건 미용외과를 연다. 병도 아닌 사람에게 메스를 댈 수 없다던 사람이. 그리고 원장이었던 린이 찾아와 2억이면 어떻겠느냐고, 가게를 사겠다는 말을 던지고 드라마가 끝난다. 복귀는커녕 이적이고, 이적한 쪽에 옛 라이벌이 투자 제안을 하는 마무리라 하겠다.

채점. 일곱 항목 중 따른 것 셋, 물린 것 셋, 반반 하나. 따른 셋도 그냥 따른 게 아니라 순서를 앞당기거나 봉지를 하나 더 얹어서 따랐다. 뻔한 수순을 알고 보는 재미가 「맞혔다」가 아니라 「어, 벌써?」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흔치 않다.
물린 밥상 셋 가운데 제일 구수한 것은 교훈 미납이다. 환자가 교훈을 걷어차는데 의사는 수술복을 입는다. 2화에서 린은 다운타임을 번데기가 껍질을 깨고 나비가 되기까지의 시간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드라마의 1화에서 4화까지는 의사들이 교훈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환자들이 껍질 속에서 버티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5화부터 집안 이야기로 넘어간 뒤의 일은 내 차례표에 없던 항목이라 채점을 못 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 결말이 통쾌한지 찜찜한지는 보신 분들마다 다를 것이고, 나는 아직 알 도리가 없다. 볼까 말까 물으신다면, 차례표부터 뽑으시고 보시라. 틀리는 재미는 4화까지 보장된다. 라면은 미리 끓여 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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