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3

날아올라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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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를 든 쪽이 정한다

조용한근육맨· 2026. 10. 27.· 3,151자

열여섯 편으로 찍어 다섯 해를 묵힌 뒤 열 편으로 잘라 내보낸 드라마다. 2021년에 촬영을 마쳤고, 2022년에 대만에서 먼저 방영됐고, 올해 9월 19일부터 10월 18일까지 한국에서 열 편으로 방송됐다. 이 숫자들은 작품 바깥의 사정이지만, 작품을 본 뒤에 남는 불만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불만부터 쓰기로 했다.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의 논리를 먼저 세우고, 그다음에 내가 왜 그래도 이 드라마를 권하는지 말하겠다.

줄거리는 이렇다. 로또에 당첨된 원장이 「날아올라라 나비」라는 미용실을 열고, 디자이너 둘과 인턴 넷이 모인다. 인턴장 기쁨은 경력 5년인데 손님 앞에서 말이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고, 막내 무열은 클럽을 다니다 들어온 신인이다. 열 편 동안 손님이 오고 가고, 인턴장과 막내가 사귀고, 디자이너 둘이 사귀고, 막내가 입대하고, 새 인턴이 들어온다.

반론

첫째, 사건이 없다. 손님 이야기가 소품처럼 지나간다. 4회에 남편이 긴 머리를 못 자르게 한다는 손님이 와서 단발로 자르고 가는데, 그날 남편이 미용실로 찾아와 화를 낸다. 5회에는 색약이 있는 손님이 붉게 염색을 받고도 자기 머리색을 알아보지 못해 다시 와서 갈색으로 해 달라고 한다. 6회에는 중학생이 염색을 받고 집에 갔다가 아빠가 머리를 잘라 버려 엄마와 함께 다시 온다. 셋 다 한 장면짜리다. 손님은 들어왔다 나가고, 그 뒤가 없다. 열 편짜리 드라마라면 이 자리에 이야기를 밀고 가는 사건이 있어야 한다는 반론은 성립한다.

둘째, 뒷부분에 무거운 소재가 급하게 들어온다. 6회까지는 회식에서 첫사랑을 묻고 영화관에서 손을 잡는 온도였다. 7회에 디자이너 젠이 요가원에서 마주치고 겁에 질려 달아났던 사람이 미용실로 찾아온다. 외삼촌이고, 어린 시절의 일이 회상으로 짧게 비친다. 8회에는 인턴 우 선생이 미용실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습격을 당하고, 경찰 조사에서 우발이 아니라 계획된 범행으로 밝혀지고, 본인은 치료를 거부한다. 병문안을 간 원장과 수리는 동료들이 알던 것과 서류의 성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회 사이에 드라마의 온도가 크게 바뀌고, 특히 습격 사건은 누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이 내가 본 범위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잔잔한 드라마를 보러 왔는데 뒤에서 다른 드라마가 시작됐다는 반론도 성립한다.

셋째, 줄인 흔적이 보인다. 수리는 짝사랑하던 남자와 친동생 사이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5회에서 감지하고, 8회에서 동생을 미용실로 불러 머리를 해 주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 사이가 없다. 그리고 9회에서 체중 문제로 힘들어하던 수리가 젠에게 왜 자기를 무시하느냐고 터뜨린다. 7회에서 젠이 수리에게 왜 아무 때나 웃느냐고 따진 장면이 있으니 불씨는 있었지만, 불씨에서 폭발까지 가는 길이 짧다. 원장의 첫 번째 전남편이 6회에 찾아와 딸이 독립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는 장면도 있다. 원장의 사정을 처음 비추는 장면인데, 그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나는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 열여섯 편이 열 편이 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

날아올라라 나비 포스터

변호

세 반론 가운데 셋째는 받아들인다. 수리와 원장의 이야기는 끊긴 자리가 보이고,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둘째의 절반도 받아들인다. 습격 사건은 설명이 적고, 우 선생이라는 인물을 그 사건으로만 알게 되는 구조는 아쉽다.

그러나 첫째 반론과 둘째의 나머지 절반에는 반박할 것이 있다. 손님 이야기 셋을 다시 보자. 남편이 못 자르게 하는 머리, 아빠가 잘라 버린 머리, 자기 눈으로는 색을 볼 수 없는 머리. 세 손님은 모두 자기 머리를 자기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머리를 바꾸는 데 다른 사람의 허락이 필요한 사람들이 미용실에 온다. 이것은 소품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전제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같은 전제 위에 서 있다. 기쁨은 반찬을 들고 일터까지 찾아온 새어머니를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부르고, 그 반찬을 먹지 못해 영양 결핍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간다.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도 자기가 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9회에서 스무 해 전에 자기를 버린 친어머니를 찾아가 「완전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용서하려고요」라고 말한다. 완전히 되는 건 아니라는 앞말이 이 대사를 살린다. 드라마는 용서를 끝으로 쓰지 않고 결정으로 쓴다.

젠의 7회도 같은 자리에서 읽어야 한다. 어린 시절 억지로 웃어야 했던 사람이 진한 화장을 지우고 가위와 빗을 들고, 자기를 그렇게 만든 사람의 머리를 직접 자른다. 「옛날처럼 안 웃어요. 죽어도 안 웃어」. 이 장면이 급하게 들어왔다는 느낌은 정확히 말하면 소재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여섯 편 동안 손님들에게 일어난 일이 이번에는 미용사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머리를 자르는 자리에서는 가위를 든 쪽이 정한다. 손님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자기 머리를 되찾았듯이, 젠은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얼굴을 되찾는다. 손님 이야기가 소품이었다면 이 장면은 급습이다. 소품이 아니었다면 이 장면은 완성이다. 나는 뒤쪽이라고 생각하고, 그 근거는 9회에 하나 더 있다.

디자이너 광수가 올 때마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주문해 식구들을 놀라게 하던 단골손님의 연락을 받고 병실로 간다. 그 손님의 마지막 머리를 손질한다. 머리를 바꾸는 일이 삶의 끝에서 무엇인지를 이 드라마는 긴 대사 없이 보여 준다. 사건이 없다는 반론에 대한 내 답은 이것이다. 사건은 없지만 전제가 있고, 전제가 열 편을 끝까지 끌고 간다.

물론 그 전제가 얼마나 또렷하게 보이느냐는 다른 문제다. 열여섯 편이었다면 손님들과 미용사들이 같은 자리에 선다는 사실이 더 천천히 드러났을 것이고, 수리와 원장도 그 자리에 섰을 것이다. 열 편에서는 기쁨과 젠과 광수만 거기까지 간다. 그래서 셋째 반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은 2회의 두 문장이다. 손님 응대에 실패하고 자신감을 잃은 기쁨에게 광수는 「다른 사람이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둘 정도면 소용없어. 그만둬」라고 말하고, 무열은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고, 별거 없다고 말한다. 하나는 차갑고 하나는 가볍다. 둘 다 위로다. 기쁨은 그 둘 사이에서 열 편을 걸어간다. 이 드라마가 미용실을 택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용실은 남이 내 머리를 만지는 곳이지만, 어떻게 만질지는 내가 말해야 하는 곳이다. 말하지 못하던 사람이 말하게 되는 데 열 편이 걸렸다. 열여섯 편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열 편으로도 그 변화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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