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04

셀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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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광고라는 말에 대하여

붓끝수다· 2026. 10. 30.· 2,549자

광고는 물건이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것이 광고의 정의다. 「셀룰러」를 두고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말은 이 영화가 휴대폰 광고라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성실하게 적은 다음에 되묻고 싶다.

통념

2004년 9월 미국에서 개봉한 94분짜리 영화다. 「폰 부스」의 원안을 쓴 작가가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같은 틀을 다시 짰고, 제작사가 더 가볍게 가자고 해서 다른 작가가 각본을 고쳤다고 한다. 줄거리는 한 줄이다. 납치되어 다락에 갇힌 여자 제시카가 부서진 전화기로 아무 번호나 눌러 청년 라이언의 휴대폰에 닿고, 라이언은 그 통화를 끊지 않은 채 하루 동안 로스앤젤레스를 가로지른다.

이 영화를 휴대폰 광고라고 부른 글은 셋 이상이다. 개봉 당시 한 평론가는 80분짜리 거대한 광고판이라고 썼고, 한 방송사 평은 휴대폰 회사가 주연인 영화라고 했으며, 20년 뒤에 다시 본 글도 특정 회사의 눈부신 광고라고 적었다. 근거는 분명하다. 영화에 나오는 휴대폰이 전부 한 회사 제품이고, 인물들이 틈만 나면 그 기계의 기능을 말로 늘어놓는다. 라이언은 첫 장면에서 이 휴대폰이 사진을 찍는다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휴대폰이라고 떠든다. 누군가는 요즘 휴대폰은 동영상도 찍고 마지막 걸려온 번호 쉰 개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기계의 장점을 대사로 읽어 주는 영화. 광고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 통념은 틀린 데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통념을 반박하지 않고, 그 말이 무엇을 보지 않았는지만 묻겠다.

셀룰러 스틸컷

내가 본 것

나는 다르게 보았다. 이 영화에서 휴대폰은 90분 내내 고장 나는 중이다. 광고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째 장면. 배터리다. 통화를 끊으면 제시카가 다시 걸 수 없으므로 라이언은 전화를 끊지 못하고, 끊지 못하므로 배터리는 줄어들고, 배터리가 줄어들므로 그는 충전기를 사러 간다. 그런데 사지 못한다. 기다릴 수 없으니 그는 가게에서 총을 꺼내 충전기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 가게의 이름이 이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가 제 이름을 붙인 가게에서 주인공이 강도가 된다. 광고라면 이 장면에서 기계는 하루 종일 버텨야 한다. 영화는 반대로 간다. 기계가 못 버티는 것이 사건이다.

둘째 장면. 혼선이다. 통화 중에 선이 엉켜 라이언은 엉뚱한 사람과 연결된다. 부두의 공중전화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라이언이 찾는 것을 가졌다고 말하자 화가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라이언이 진정하라고 하자 화가는 네가 나한테 진정하라고 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웃기는 장면이다. 그런데 웃기는 이유는 기계가 엉뚱한 사람을 이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휴대폰은 제시카와 라이언을 이어 준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아무나와 아무나를 잇는다. 처음의 연결이 기적이었다면 이 연결은 그 기적의 뒷면이다. 아무 번호나 눌러서 닿은 것은 행운이 아니라 기계의 성질이고, 그 성질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덧붙이면, 광고는 사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이 영화의 라이언은 사는 사람이 아니다. 충전기를 훔치고, 차를 훔치고,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전화를 내놓지 않으면 차를 쏘겠다고 한다. 영화 안에서 기계를 돈 주고 사는 장면은 없고, 뺏고 훔치고 빌리는 장면만 있다. 광고가 보여 주고 싶은 손님의 모습은 아니다.

셋째는 장면이 아니라 사람이다. 무니 경사. 27년을 일하고 퇴직을 앞둔 경찰이다. 라이언이 경찰서로 찾아왔을 때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라고만 한다. 그런데 뒤에 그는 전화를 쓰지 않고 제시카의 집으로 직접 간다. 거기서 제시카 행세를 하는 여자에게 속는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라이언을 보고 다시 그 집으로 간다. 결말에서 납치범의 우두머리를 쏘는 것은 이 사람이다. 휴대폰이 사건을 열었다면, 닫은 것은 주소를 들고 걸어간 경찰이다.

그러니 이렇게 되묻게 된다. 휴대폰이 잘 작동하는 영화인가, 휴대폰이 계속 실패하는 영화인가. 기계가 잘 작동했다면 라이언은 경찰서 계단을 올라갔을 것이고, 영화는 20분 만에 끝났을 것이다. 영화가 94분이 된 이유는 기계가 계속 말을 듣지 않아서다. 배터리가 죽고, 선이 엉키고, 터널에서 끊기고, 위층으로도 못 올라간다. 광고는 물건이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물건이 작동하지 않을 때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 준다. 두 가지는 같은 화면에 있지만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셀룰러 포스터

한 가지 더. 이 영화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기계는 휴대폰이 아니다. 다락의 부서진 유선 전화기다. 망치로 맞고 다이얼이 사라진 전화기가 전류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새 기계는 하루 종일 죽어 가고 낡은 기계는 끝까지 산다. 광고가 이렇게 만들어질 리 없다.

내 해석이 틀릴 수 있는 자리도 적어 둔다. 결말이다. 납치범들은 증거 영상을 없애지만, 라이언은 그 영상을 휴대폰에 복사해 두었다. 경찰 안의 공범까지 드러나는 것은 이 복사본 덕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기계는 한 번 제대로 작동한다. 광고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아마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고, 나는 그 앞의 90분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영화를 본 것인지 나는 단정하지 않는다.

광고는 물건이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정의로 돌아가면, 이 영화는 광고가 되기에 너무 자주 고장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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