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메리 베리 러브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메모장에 적어 둔 네 번의 수요일
4화까지 보신 분만 계속 읽으세요. 안 보셨으면 돌아가서 보고 오셔도 돼요. 10부작 중에 넉 장이 나왔고, 다섯 번째 수요일은 내일이에요. 그 전에 지금까지 적어 둔 메모를 정리해 둡니다. 보면서 적은 거라 앞뒤가 안 맞는 데가 있을 텐데, 그 안 맞는 데가 제일 재밌어서 안 고쳤어요.
1화 · 도시에서 섬으로
첫 메모는 「이 남자 망하는 속도 좀 봐」였어요. 업계 최상위라던 공간 기획자 유빈이 믿던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한 회 안에 백수가 돼요. 재기할 밑천을 만들려고 아버지 명의로 남은 땅을 팔러 일본의 작은 섬 차로섬에 가요. 거기서 딸기밭의 카린한테 딸기 도둑으로 찍혀요. 저는 여기서 예측 하나를 적었어요. 「알 수 없는 병이 있는 쪽은 카린이니까, 무서워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것도 카린 몫일 것.」 이 예측은 2화 끝에서 깨져요.
2화 ·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공간 기획자
카린이 「다시는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유빈은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며칠 뒤 카린 앞에 새 인부로 나타나요. 호들갑 좀 떨게요. 공간 기획하던 남자가 딸기 영양 준다고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캐요!! 카린이 혹독한 밭일로 시험하는데 물러서질 않아요. 저는 이 조개 장면이 4화의 꽃 선물보다 더 좋았어요. 꽃은 누구나 사지만 조개는 아무나 안 캐요.
2화 끝 · 천둥
그리고 예측이 틀린 지점이요. 천둥 번개가 치자 무서워서 떠는 건 카린이 아니라 유빈이었어요. 트라우마가 있대요. 카린이 그 옆을 묵묵히 지켜요. 돌봄의 방향이 제가 적어 둔 것과 반대로 흘러요. 같은 회에 유빈의 아버지가 옛날에 카린의 집에 머물렀다는 인연도 나와요. 두 가지가 한 회 끝에 몰려 있어서 메모장이 좀 어지러웠어요.
3화 · 마을 회의와 규칙
아버지 얘기를 더 들으려고 유빈이 카린을 따라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에 가요. 거기서 얼떨결에 「그린 노바 코퍼레이션 페스타」 부스 디자인을 맡고, 조건으로 동거를 걸어요. 엄격한 규칙 아래 한집살이가 시작돼요. 규칙이 몇 개였는지 세다가 말았는데, 어차피 오래 못 갈 규칙이라는 건 세지 않아도 알겠더라고요. 곁에서는 슈퍼 「아사히 상회」의 구남이 카페 겸 바 「세렌디피티」의 타로술사 마리한테 직진 중이에요. 남의 연애는 봐 주면서 자기 연애는 못 본다는 설정이 마리한테 있어요. 이 설정 하나로 서브 커플이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적었어요.
4화 전반 · 페스타
유빈한테 밭을 팔 기회가 생겨요. 그런데 망설여요. 땅 팔러 온 사람이 땅을 못 팔고 있는 거예요. 페스타에서는 카린의 대학 동기 레이지가 화려한 부스를 들고 나오고, 카린 쪽은 마을 사람들이 밀어줘요. 고구마 모양과 딸기 모양 인형탈이 나오고 그 안에 구남이 들어가 웃고 있는 장면에서 저는 소리 내서 웃었어요. 유빈이 깜짝 꽃 선물을 준비해요. 그리고 우승. 심사위원으로 온 쿠로카와라는 사람이 유빈을 보더니 「기분 나쁠 정도로 닮았군」이라고 해요. 이 메모 옆에는 물음표를 세 개 그려 뒀어요.
4화 끝 · 불꽃
여기서 정색할게요. 불꽃축제에서 카린이 자기 병 얘기를 해요. 심박수가 오르면 쓰러지는 병이라 사랑은 못 할 것 같다고요. 유빈이 손을 잡고 묻는 말이 「뭘 해보고 싶어?」예요. 저는 그 질문이 이 드라마에서 제일 좋은 대사라고 생각해요. 해 줄게가 아니라 해보고 싶냐고 물어요. 카린의 대답은 다들 아시죠. 그다음에 입을 맞춰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장면에서 울었는데, 키스 때문이 아니라 질문 때문이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끝나고
메모를 다시 읽으니 제가 적은 건 결국 하나였어요. 이 드라마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받는 사람이 계속 자리를 바꾼다는 것. 1화에서 카린은 병이 있는 사람이고 유빈은 멀쩡한 도시 남자였는데, 2화 끝에 유빈이 천둥 앞에서 떨고, 4화에서 카린은 「해보고 싶다」고 먼저 말해요. 누가 누구를 지키는지 회마다 바뀌어요. (제 주변에도 그런 둘이 있어요. 한 사람은 번개를 무서워하고 다른 사람은 병원을 무서워하는데, 둘이 같이 있으면 번개 치는 날에 병원도 가요. 이 얘기는 여기까지요.) 다섯 번째 수요일에는 쿠로카와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올 것 같아요. 틀려도 적어 둘게요. 틀린 메모가 제일 오래 남으니까요.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