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데스매치 없는 서바이벌이 가는 길

환한색칠· 2026. 11. 04.· 3,010자

첫날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거래와 협상으로 살아남는 예능이라고 해 놓고 첫날 장부가 비어 있다. 열세 명이 들어와 네 그룹으로 갈라져 각자 방에 앉아 있고, 화이트는 보석을 찍고, 나머지는 그 보석을 살 돈이 없다.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은 웨이브가 9월 4일부터 10월 9일까지 금요일마다 한 편씩 내놓은 열 편짜리다. 연출은 권성민·이지훈·김정훈. 설거지하다 손 닦고 한 편, 다음 주에 또 한 편, 그렇게 봤다.

요즘 서바이벌 예능이라면 수순이 있다. 두뇌 서바이벌 쪽은 메인 매치에서 성적을 매기고, 바닥에 깔린 사람을 데스매치로 보내고, 한 명이 나간다. 2025년 5월 넷플릭스에 올라온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 그 수순의 최신판이었다. 열네 명이 7일을 합숙하고, 상금과는 다른 「피스」라는 화폐로 등수를 매기고, 피스가 적은 절반은 감옥동으로 간다. 감옥동 사람들은 거울로 둘러싸인 데스룸에서 감옥 매치를 치르고 거기서 지면 집에 간다. 상금은 메인 매치 도중에 미션을 해내면 쌓이는 식이어서 3억 8천만 원까지 올라갔고, 우승자 한 명이 가져갔다. 끝나고 나서 여섯이 하나를 몰아세운 구도가 게임을 해쳤다는 말이 많았고, 연출자가 인터뷰에서 감옥동에는 감옥 매치라는 장치를 넣었는데 생활동에 그에 상응하는 서사를 만들어 줄 장치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다른 한쪽은 같은 웨이브의 「피의 게임 3」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열네 편. 열여덟 명이 저택과 낙원과 잔해로 갈라져 살고, 투표로 탈락 후보를 뽑아 데스매치를 붙인다. 이 시즌은 게임 안에서 쓰는 개인 자금과 최종 상금을 떼어 놓았다. 소품 지폐 다발을 아무리 모아도 우승 상금 1억은 마지막에 금고를 여는 한 사람 몫이다. 거기에 탈락자들이 쏜 「원한의 살」을 가장 많이 맞은 사람이 악귀가 되는 규칙까지 얹어서, 끝날 때쯤에는 규칙이 너무 많아 변수에만 기댄다는 기사가 나왔다.

둘을 겹쳐 보면 보이는 게 있다. 돈이 사람을 가르는 도구이지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피스는 등수를 매기고, 개인 자금은 상금과 무관하다. 그러니 참가자들은 돈을 두고 거래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고, 투표를 하고, 나가고, 끝.

「더 커뮤니티 2」는 그 두 칸을 다 비웠다. 메인 매치가 없고 데스매치가 없다. 아침에 크레딧 하나를 내고 문제 열 개를 풀어 라이프와 크레딧을 받는 생산 활동이 있고, 오후 세 시간 거래 활동이 있고, 밤에 리더들만 모이는 협의가 있다. 사람이 나가는 길은 하나다. 하루에 라이프 하나를 내야 하는데 못 내면 나간다. 그러니 누구를 떨어뜨릴지 투표하는 장면이 아예 없다. 대신 누가 누구에게 라이프를 팔지, 얼마에 팔지, 아예 안 팔지로 밤이 간다.

그룹마다 손에 쥔 게 다르다. 화이트는 상금 2억에 해당하는 보석을 찍어 내는 쪽이다. 하루 200개까지. 블루는 라이프를 잘 벌고 레드는 크레딧을 잘 번다. 블랙은 한 사람뿐인데 마트를 운영한다. 연출자는 화이트를 달러를 찍는 미국에 빗댔다고 했고, 발행에 상한을 두지 않은 이유를 묻자 실제로 달러 발행에 상한이 없는데 규칙으로 상한을 두는 순간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그 말대로 보석은 찍을수록 값이 내려갔다. 처음 한 개 100만 원이던 것이 마지막에는 1원이 됐다.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 포스터

첫 사흘의 밤이 이 시즌을 요약한다. 리더 협의 안건은 하나였다. 내일 마트를 열 라이프를 블랙에게 줄 것인가. 결렬. 다음 날도 결렬. 마트가 닫히면 밥을 못 산다. 라이프 하나가 하루치 목숨이니 그걸 남의 밥에 내놓기 싫은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전부 자기 그룹 사람의 목숨을 쥐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셋째 날에야 안건이 통과되고, 화이트가 블루에 크레딧 하나를 그냥 넘겨 주는 원조 안건도 같이 통과된다. 2화 끝에는 거래가 안 되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이 공개되고, 블루의 피트가 그걸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변을 토한다. 남의 그룹 라이프를 전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아는 순간 거래라는 말의 뜻이 바뀐다.

흐름을 따른 곳도 있다. 숨은 규칙이 겹겹이다. 마트 주인 벡터는 상인 행세를 하지만 실은 전쟁 비용과 무기 판매로 돈을 버는 군수업자고, 닷새째에 새 화폐를 든 다섯째 그룹이 들어오고, 마지막 날에는 공격권을 사서 남의 투표권을 지울 수 있다는 규칙이 추가로 열린다. 「피의 게임 3」에 악귀가 얹혔던 것과 같은 길이다. 다 끝나고 연출자가 입장문을 두 번 내고, 인터뷰에서 애정을 보내 준 분들이 마지막에 배신감을 느낀 데 대해 끝까지 만족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 것도, 데스룸의 연출자가 설계 미비를 인정한 것과 같은 길이다. (나는 마지막 회를 보고 한참 설거지를 못 하고 앉아 있었는데, 화가 났다기보다 무슨 계산이 어떻게 된 건지 따라가느라 그랬다.)

벗어난 곳은 더 분명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긴 장면들은 게임이 아니라 회의다. 열 편을 보고 기억나는 얼굴들은 문제를 잘 푼 사람이 아니라 거래 창구에서 말을 잘한 사람이다. 레드의 마이야르가 1화와 2화 끝에 연달아 나타나 분위기를 끌고 가는데, 그가 하는 일은 뛰어다니며 사람을 설득하는 것뿐이다. 데스룸에서 벽바둑을 두던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잘함이다. 그리고 상금이 참가자들 사이를 실제로 돌아다닌다. 보석 200개가 2억이고 그걸 누가 몇 개 들고 있느냐가 곧 상금 분배라서, 열 명 넘는 사람이 돈을 나눠 들고 집에 갈 수 있는 구조다. 우승자 한 명이 전부 가져가는 앞의 두 작품과 여기서 갈린다.

여기서 한 번 정색한다. 서바이벌 예능이 십 년 넘게 한 사람을 남기는 데 공을 들여 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여럿이 남는 쪽으로 규칙을 짜 놓고도 마지막 날 발행에 상한이 없다는 규칙과 투표권을 살 수 있다는 규칙이 만나는 바람에 돈이 한 사람에게 몰리는 장면으로 끝났다. 공존하라고 만든 판을 깬 건 사람이 아니다. 규칙 둘의 조합이다. 그걸 설계한 쪽이 시뮬레이션은 여덟 시간만 돌렸다고 했다.

볼까 말까 묻는다면, 9화까지는 보라고 하겠다. 10화는 본 다음 각자 셈을 해 보시라. 다음 시즌이 나오면 나는 또 설거지하다 보겠지.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