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명탐정 코난 : 하이웨이의 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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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천사, 뜻풀이 셋
제목에 낱말이 하나 박혀 있다. 타천사.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라는 뜻이다. 사전은 이 말을 신을 거역해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로 풀고, 그 대표로 루시퍼를 든다. 영화도 그 사전을 그대로 따르는 것처럼 군다. 가나가와현경이 새로 들여온 흰 경찰 바이크의 이름이 엔젤이고, 그것과 꼭 닮은 검은 바이크가 요코하마와 도쿄를 휘젓자 사람들은 검은 엔젤, 루시퍼라고 부른다. 흰 것은 천사, 검은 것은 타천사. 이보다 명료한 배치가 없다.
나는 이 배치가 영 미덥지 않았다. 낱말을 사전에서 꺼내 세 번 되묻는다.
뜻풀이 1. 떨어진 천사 — 누가 떨어졌는가
루시퍼의 주된 운전자는 아사기 이치카다. 치하야의 선배였고, 한때 흰 바이크를 탔던 교통기동대원이다. 2년 전 폭주 상습범 사사키 나오유키를 쫓다가 사사키는 커브에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가드레일에 부딪혀 죽었고, 아사기는 다리를 다쳤다. 언론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고 썼다. 아사기는 그 뒤로 바이크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흰 바이크에서 떨어진 사람이 검은 바이크에 올라 있다. 사전의 뜻으로는 그가 타천사다. 영화는 하코네 산길에서 치하야와 아사기를 마주 세우고, 아사기에게 「너와 마지막 승부를 겨뤄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준다. 쫓기던 쪽이 쫓는 쪽이 되는 반전이다.
그런데 아사기가 들키는 장면을 보자. 그의 집 벽에 걸린 코트 앞면에 얼룩이 있다. 바이크를 탈 때 생기는 방식으로 묻은 오염이다. 사고 뒤로 한 번도 타지 않았다는 말이 거짓이 된다. 탐정이 보는 것은 날개가 아니라 옷이다. 추락한 천사의 비밀이 얼룩에 있다. 나는 여기서 떨어졌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아사기는 떨어진 게 아니라 떨어뜨려진 것 아닌가.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바이크를 사사키에게 준 사람은 아사기가 아니었다.
뜻풀이 2. 검은 엔젤 — 색은 누가 칠하는가
엔젤은 오마에 카즈아키가 만들었다. 모터사이클 페스티벌 무대에서 그는 최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을 자랑한다. 사람을 지키는 기술이라는 소개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루시퍼의 폭탄도 만들었다. 시속 50킬로미터 아래로 떨어지면 터진다. 오마에의 목적은 운전자의 데이터를 긁어모아 군사용 바이크로 팔아넘기는 것이고, 루시퍼는 그 데이터를 모으는 시제품이다. 사사키가 그의 불법 실험장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진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었다.
흰 바이크와 검은 바이크는 같은 손에서 나왔다. 지키는 기술과 해치는 기술이 같은 설계도를 쓴다. 영화는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숨기는 쪽은 보는 나다. 흰 것을 천사라고 부르고 싶은 습관이 내게 있다. 색은 사물에 있는 게 아니라 부르는 사람에게 있다. 검은 엔젤이라는 별명은, 그 별명을 붙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했는지만 말해 준다.
이름이 붙기 전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소년탐정단은 하코네의 밤하늘을 보다가 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 라이더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다음 날 요코하마로 가는 길에 코고로의 차가 폭주족을 피하고, 새까만 바이크가 뒤를 쫓는다. 이때까지 그것은 이름이 없다. 그냥 검은 것, 머리가 안 보이는 것이다. 이름은 엔젤이 무대에 오른 뒤에야 붙는다. 흰 것이 먼저 천사가 되어야 검은 것이 타천사가 된다. 순서가 그렇다.
뜻풀이 3. 날개 — 어디에 그려져 있는가
엔젤의 흰 카울에는 날개 무늬가 있다. 디자인한 사람은 공업 디자이너 류자토 키리코다. 그 날개가 사사키의 왼쪽 손목에 있던 문신과 같은 무늬라는 사실이 뒤에 나온다. 류자토는 사사키의 누나다.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졌다가 4년 전에야 다시 만났고, 그 동생을 오마에가 죽였다.
이 날개는 경찰의 상징으로 그려진 게 아니다. 죽은 동생의 손목에서 떼어 와 경찰 바이크에 붙인 것이다. 류자토는 아사기의 진짜 고용주였고, 헬기에 저격수를 태워 오마에의 차를 쏘려 하며, 동생을 쫓았던 아사기까지 없애려고 루시퍼에 두 번째 폭탄을 단다. 터지는 시각은 21시 3분. 사사키가 죽은 시각이다.
그러니 루시퍼에는 폭탄이 둘이다. 하나는 오마에가, 하나는 류자토가 달았다. 아사기는 데이터를 뽑는 쪽에서도, 복수하는 쪽에서도 마지막에는 치워질 사람이었다. 천사와 타천사의 싸움이 아니다. 떨어뜨리는 쪽끼리의 싸움이고, 떨어질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결말에서
마지막에 루시퍼에 앉은 사람은 아사기가 아니라 치하야다. 자기장 장치로 손이 핸들에서 떨어지지 않고, 속도를 줄이면 터진다. 치하야는 베이브리지의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 바이크째로 헬기를 향해 뛴다. 영화의 홍보 문구가 「떨어지지 마, 소년」이다.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윤리다.
나는 다르게 보았다. 떨어지지 않은 사람은 치하야 하나고, 나머지는 다 떨어졌다. 아사기는 취조실에 앉고, 오마에는 저격을 피해 목숨만 건지고, 류자토의 복수는 끝까지 가지 못한다. 사전은 타천사를 하늘에서 쫓겨난 자로 풀지만, 이 영화에 하늘은 없다. 있는 것은 고속도로와 데이터와 다리의 케이블뿐이다. 거기서 떨어진다는 말은 신을 거역했다는 뜻이 아니라, 쓸모가 다했다는 뜻이다.
내 풀이도 틀릴 수 있다. 각본은 아마 흰 바이크와 검은 바이크의 거울 관계를, 같은 기술이 천사도 되고 타천사도 된다는 뜻으로 썼을 것이고, 그 뜻 안에서는 아사기가 분명한 타천사다. 다만 나는 떨어진 사람에게 타천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이 내내 불편했다.
낱말 하나를 들고 두 시간을 따라갔다. 떨어진 천사가 아니라 떨어뜨리는 손에 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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