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명탐정 코난 : 하이웨이의 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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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는 사람, 받아 안는 사람
고백부터 한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대신 그 사람 근처를 빙빙 돈다. 모임에 가면 괜히 옆자리에 앉고, 돌아와서는 말 한마디 못 한 걸 이불 속에서 후회한다. 그러고는 다음에도 똑같이 한다.
네 문장이면 충분하다. 여기까지다.
아무튼 코난 극장판을 봤다. 오토바이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봤는데, 보는 동안 내 못난 구석을 자꾸 찌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 옆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가나가와현경 형사, 요코미조 쥬고다.
영화 이야기부터. 중심은 가나가와현경 교통기동대의 하기와라 치하야다. 바람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백바이 소대장. 요코하마 모터사이클 페스티벌로 가던 코난 일행이 새까만 바이크에 쫓기고, 치하야가 그 바이크를 추격하다 놓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행사장에서는 운전 보조 시스템을 단 신형 경찰 바이크 엔젤이 공개되고, 그걸 빼닮은 검은 바이크는 루시퍼라고 불린다.
치하야는 보는 내내 얄미웠다. 벽을 타고 도는 월 오브 데스를 아무렇지 않게 해 보이고, 엔젤 시범 주행에서는 보조 기능을 꺼 버리고 신기록을 낸다. 동생 켄지와 그 동기 마츠다가 고등학생 시절에 치하야를 두고 「바이크를 타면 일본에서 제일 빠른 여자」라고, 지구상에 당할 놈이 하나도 없다고 떠드는 회상까지 붙는다. 잘하는 사람은 저렇게 잘한다는 걸 두 시간 가까이 들이민다. 부러웠다. 나는 자전거도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부터 잡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걸린 건 치하야가 아니라 쥬고 쪽이었다.
쥬고는 원작에서 혼카츠 파티와 온천에서 치하야와 마주친 적이 있는 형사다. 마음이 있다는 걸 숨기지 못하는데, 영화에서도 그 상태 그대로 나온다. 치하야는 그를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솔직히 중반까지는 저 사람이 왜 자꾸 나오나 싶었다. 내가 하는 짓을 남이 하는 걸 화면으로 보니 좀 그랬다.
첫 번째 장면. 치하야에게는 7년 전에 순직한 동생 켄지가 있다. 폭탄 처리반이었고, 같은 날 동기 마츠다 진페이도 죽었다. 그리고 켄지가 죽던 날 아침, 그가 통화하던 상대가 쥬고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난다. 그 통화에서 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 「오토바이에 탄 치하야는 무적이야」다.
쥬고는 그 말을 7년 동안 들고 있었다. 적어도 영화가 보여 주는 한, 들고만 있었다. 동생이 누나를 두고 한 마지막 말을 당사자에게 건넬 기회는 많았을 텐데, 그는 건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나와 같다. 말을 묵히는 사람. 묵히다가 썩히는 사람.
나한테도 그런 말이 몇 개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두고 좋게 한 말을 다른 사람 입으로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걸 당사자에게 돌려준 적이 없다. 고맙다는 말 한 줄이면 되는 일이었다. 이유는 뻔하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내 마음이 같이 딸려 나올까 봐 겁이 났다. 쥬고도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켄지의 말을 전하는 순간 자기가 왜 그 말을 7년이나 품고 있었는지 설명해야 하니까. 물론 이건 내 짐작이다.
두 번째 장면이 다르다. 클라이맥스에서 치하야는 루시퍼에 탄 채 손이 핸들에서 떨어지지 않게 묶이고, 속도를 줄이면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 몰린다. 베이브리지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 바이크째로 헬기에 뛰어드는,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리수라고 부르는 그 장면이다. 나도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떨어지는 치하야를 받는 사람이 쥬고다. 세라가 바이크로 쫓다가 놓친 속도였다. 바이크를 잘 타는 사람도 못 따라간 걸, 쥬고는 유미와 미이케의 순찰차에 실려 거기까지 따라와서 두 팔로 받는다. 헬기 불빛이 치하야에게 떨어져서 꼭 웨딩드레스처럼 보이게 찍었다. 치하야가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쥬고는 팔이 저려서 못 내려놓겠다고 버틴다.
오글거렸다. 인정한다. 그 장면이 오글거린다는 말이 여기저기 보였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졌다. 말을 7년 묵힌 사람이 말 대신 몸으로 간 것이다. 순찰차에 올라 거기까지 따라간 것, 그리고 안 놓은 것. 나는 그 둘 중 하나도 해 본 적이 없다.
지난봄에 어떤 사람이 이사하는 날 짐을 날라 주겠다고 해 놓고, 당일 아침에 몸살을 핑계로 빠진 적이 있다. 몸살은 진짜였다. 그래도 갈 수는 있었다. 그 뒤로 그 사람과는 연락이 뜸하다. 따라가지 않은 사람에게는 받을 기회도 오지 않는다. 영화가 그걸 가르치려고 만든 건 아니겠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 적었다.
다시 고백으로 돌아온다. 쥬고가 나와 다르게 한 것은 두 가지다. 따라갔다는 것, 받았다는 것. 말은 끝내 못 했다. 영화 안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뚜렷하게 바뀌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는 거기 있었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없는 쪽을 골랐다.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추리는 얇고, 범인은 중반이면 보이고, 마지막 액션은 물리 법칙과 싸운다. 그래도 바이크 엔진 소리와 타이어 소리는 들을 만했고, 얄미운 사람 하나와 한심한 사람 하나를 데려다 놓고 한심한 쪽을 한 번 뛰게 만든 건 봐줄 만했다.
쥬고 씨, 말은 못 해도 됩니다. 팔 저릴 때까지 들고 계세요.
나는 이번 주에 한 명한테 연락이나 해 봐야겠다. 아마 또 변죽만 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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