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명탐정 코난 : 하이웨이의 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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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낸 사람을 품고 달리는 마음으로
오토바이 추격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영화를 두고 마음 이야기를 하자니 조금 망설여집니다. 그런데요, 이 영화의 빠른 장면들 뒤에는 느리게 흐르는 마음이 몇 개 있어요. 가나가와현경 교통기동대 소대장 하기와라 치하야가 쫓는 검은 바이크 루시퍼, 그 바이크에 얽힌 사람들의 사정은 대부분 누군가를 먼저 보낸 데서 시작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상황별로 적어 봅니다.
동생을 먼저 보낸 분께
치하야에게는 7년 전 순직한 동생 켄지가 있습니다. 폭탄을 처리하다 세상을 떠났고, 같은 날 동생의 동기 마츠다 진페이도 함께 갔어요. 영화는 이 둘을 치하야의 꿈에 불러옵니다. 꿈속에서 켄지는 누나가 미인이긴 한데 덜렁대고 귀여운 구석이 없다고 흉을 봐요. 추모하는 장면이 아니라 흉보는 장면이라는 게 저는 좋았습니다. 먼저 간 사람은 좋은 모습으로만 남지 않아요. 흉보던 입, 농담하던 목소리로 남습니다. 이분은 그 목소리를 품은 채로 다시 바이크에 오릅니다.
이 영화에는 동생을 잃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엔젤을 디자인한 공업 디자이너 류자토 키리코입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헤어졌던 동생 사사키 나오유키를 4년 전에야 다시 만났는데, 그 동생이 2년 전 경찰 추격 중 사고로 죽었습니다. 사고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엔젤을 만든 엔지니어 오마에가 꾸민 일이었어요. 류자토는 복수를 계획합니다. 헬기에 저격수를 태우고, 동생을 쫓았던 전직 대원에게까지 폭탄을 답니다. 그 폭탄이 터지도록 맞춘 시각이 21시 3분, 동생이 죽은 시각이에요.
같은 상실 앞에서 한 분은 다시 달리고, 한 분은 시계를 동생이 죽은 시각에 멈춰 둡니다. 저는 류자토 이분을 나쁜 사람이라고만 보고 싶지는 않아요. 겨우 다시 만난 동생을 두 해 만에 잃었다면, 아마 저라도 시계를 멈췄을 거예요. 다만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동생을 잃은 분이라면 류자토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쓰릴 수 있으니, 그 점은 미리 알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고 뒤로 그 자리에 돌아가지 못한 분께
루시퍼의 주된 운전자는 치하야의 선배 아사기 이치카예요. 2년 전 사사키를 쫓던 바로 그 백바이 대원입니다. 그 추격에서 사사키는 커브를 돌지 못해 가드레일에 부딪혀 죽었고, 아사기는 다리를 다쳤습니다. 언론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고 썼어요. 그 뒤 아사기는 재택 근무로 물러났고, 사고 후 한 번도 바이크를 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분은 타고 있었어요. 운전 보조 기능이 달린 검은 바이크를 타고 밤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코네 산길에서 치하야를 마주했을 때 아사기는 너와 마지막 승부를 겨뤄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저는 이 말이 복수나 원한보다 먼저, 그 자리에 돌아가고 싶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자리에 다른 문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사고 뒤에 손이 떨리는 사람도, 그 길을 피해 돌아가는 사람도, 다시 그 길에 서 보고 싶은 사람도 다 있습니다.
조심할 점은 있어요. 영화는 아사기가 데이터를 뽑으려는 쪽에게도, 복수하려는 쪽에게도 이용당하는 사람이라는 걸 끝에 가서야 보여 줍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누군가 이용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은 그 대목에서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분께
초반에 작은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치하야가 위험하게 달리는 두 사람을 쫓다가, 트럭에 치일 뻔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몸으로 감싸서 구해요.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횡단보도라고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일러 줍니다. 달리던 사람이 멈춰 서서 아이 눈높이로 한마디를 해요.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이 장면에서 심장이 먼저 내려앉을 거예요. 트럭이 다가오는 몇 초가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신 그 뒤에 오는 한마디는 꽤 다정해요. 혼내지 않고 알려 줍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어른의 말이 여기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 연락이 끊겼던 밤을 겪어 본 분께
중반에 란이 사라집니다. 만나기로 한 자리에 핸드폰만 남아 있어요. 코난과 세라는 바로 전에 다른 패거리와 몸싸움을 하고 도망친 참이었고, 란을 데려간 쪽은 원래 세라를 노리다가 보험 삼아 란을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핸드폰만 남은 자리는 짧게 지나가지만, 그 짧음이 오히려 길게 남아요.
가까운 사람과 연락이 끊겼던 밤을 겪어 본 분이라면, 그 몇 분이 영화의 어떤 추격 장면보다 무서울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란은 무사히 돌아와요. 그래도 그 장면이 지나갈 때까지는 옆 사람 손을 잡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보지 않는 편이 나은 때
최근에 교통사고로 가까운 분을 잃었다면, 이 영화는 조금 미루시는 편이 좋겠어요. 사건의 뿌리가 2년 전 추격 중 사망 사고이고, 그 경위가 자세히 나옵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속도를 줄이면 터지는 폭탄과 다리 위 질주, 폭발이 이어져요. 재미로 만든 장면이지만, 어떤 분에게는 재미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한마디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치하야 곁에 끝까지 붙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코난도, 세라도, 동료들도, 치하야가 멈출 수 없는 속도로 달릴 때 그 옆에서 같이 달립니다. 먼저 보낸 사람을 품고 달리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멈추라고 하기보다 옆에서 같이 달려 주는 게 먼저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속도를 줄이면 터진다는 설정은 영화 속 장치지만, 멈추면 무너질 것 같아서 계속 달리는 마음은 영화 밖에도 있습니다. 그 마음 옆에 누가 있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번 둘러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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