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최애의 사원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2번 남자가 최애인 로코의 체크리스트
관습 열 개를 세웠고 여덟 개를 그대로 지켰다. 비튼 하나와 깬 하나는 둘 다 상대역이 아이돌이라는 설정에서 나왔다. 「최애의 사원」은 tvN이 2026년 8월 3일부터 9월 8일까지 월화 밤에 내보낸 12부작이다. 극본 이영·김지안, 연출 박지현·정다형, 원작은 성은의 웹툰 「우리 오빠는 아이돌」. 패션 플랫폼 아펠로의 서른셋 대표 강하기(강훈), 스물일곱 신입사원 남다름(김혜준), 아이돌 그룹 D.N.X 멤버이자 아펠로의 공동대표인 이찬(차우민)이 세 꼭짓점이다. 다름은 찬의 12년 차 팬이고, 찬을 보려고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 회사에 들어왔다.
- 앙숙으로 시작한다. 지켰다. 1회에서 다름은 전 직장 복도에서 투자 미팅을 하러 온 하기와 부딪혀 셔츠에 얼굴 도장을 찍고, 입사 축하 자리에서 취한 채 그의 코피를 터뜨린다. 첫 출근에 기다린 사람은 찬이었는데 나타난 건 하기다.
- 1박 2일 출장이 있다. 지켰다. 5회에서 공모 아이템이 경쟁사에 유출된 뒤, 둘은 전통 매듭을 새 아이템으로 만들려고 매듭 장인을 찾아간다.
- 사고 키스가 있다. 지켰다. 6회 끝, 첫눈이 오고 머플러가 날아가고 둘이 동시에 잡으려다 입술이 닿는다. 그 직전 대사는 하기의 「참 예쁘네요」. 교과서 그대로다.
- 2번 남자의 고백은 거절당한다. 비틀었다. 6회에서 찬이 「너를 더 알아가고 싶다」고 하고, 다름은 팬이 아니라 이성으로 만나 보기로 한다. 받아들여진 고백은 파파라치와 갑작스러운 미팅으로 데이트가 번번이 끊기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날 레스토랑에서 다름을 본 하기가 「적어도 저한텐 안 괜찮다고 해도 돼요」라고 하고, 다름이 「오늘은 좀 아프네요」라고 답한다. 2번 남자와의 연애가 1번 남자에게 가는 길이 된다. 그래서 7회에 다름이 찬에게 아펠로의 사원으로, 오빠의 팬으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별이 아니라 복귀다. 팬으로 돌아간다.
- 스캔들이 터지고 여주가 사직서를 낸다. 지켰다. 7회 끝에 다름과 찬의 열애설이 터지고, 8회에 사생팬 루머까지 붙어 사옥 앞이 팬들과 사이버 렉카로 뒤덮인다. 다름은 사직서를 낸다. 다른 점은 스캔들의 상대가 2번 남자라는 것이고, 수습도 2번 남자가 한다. 찬이 옛 여자친구 윤초이(신유나)와 기자를 만나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영상 인터뷰로 팬들을 다독인다.
- 남주가 고백한다. 깼다. 8회의 고백은 다름이 한다. 「대표님이 보고 싶었어요. 제가요, 아무래도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기는 말 대신 입을 맞춘다. 7회에서 하기가 고백하려고 맛집과 인형뽑기 데이트까지 짰다가 열애설 알림에 막힌 뒤라서, 남주의 고백은 끝내 성사되지 않는다.
- 비밀 사내연애와 눈치 빠른 동료들. 지켰다. 9회. 같은 시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선, 데이트 코스를 찾는 대표의 포털 검색 화면, 단체 채팅방에 잘못 올라간 「보고 싶어요」. 동료들은 알고도 모른 척한다.
- 첫사랑이 돌아온다. 지켰다. 두 배로. 9회에 협업 브랜드 HAN의 대표로 나타난 한정연(연우)은 하기와 찬 둘 모두의 첫사랑이다. 10회에서 다름은 정연의 숙소로 들어가는 하기의 차를 보고, 쇼룸에서 두 사람이 가까이 선 걸 보고, 「어디냐」는 메시지에 답을 못 받는다.
- 오해는 말 못 할 사정 때문이다. 지켰다. 11회에서 하기와 정연이 붙어 있던 이유는 회사 안 스파이를 같이 찾던 것이었고, 스파이는 하기가 믿고 따랐던 경영지원팀장 최성욱(허준석)이었다. 생활고였다고 한다. 하기는 가짜 기획안으로 경쟁사를 속이고 다름의 아이디어로 만든 진짜 기획안으로 PT를 마친다. 보안 때문에 설명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이 장르의 만능 열쇠다.
- 일과 사랑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지켰다가 접었다. 11회 끝에 다름이 「저 파리 파견 지원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묻고, 12회에서 하기는 다름의 반짝이던 눈을 떠올리고 보내 준다. 장거리 연애, 귀국, 반지. 「내 옆에 있어줄래요?」 「그럴게요, 매일.」 고르게 하는 척하고 둘 다 준다.
세어 보면 이렇다. 지킨 것 여덟, 비튼 것 하나, 깬 것 하나. 비틀고 깬 자리가 전부 찬 쪽에 붙어 있다. 2번 남자가 최애라는 설정이 하는 일은 하나다. 여주의 감정에 「이게 팬심인지 사랑인지」라는 질문을 붙여 두는 것. 그 질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여주가 2번 남자의 고백을 받아들여도 1번 남자가 안전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이 나오는 순간 여주가 먼저 고백할 수 있게 된다. 자기 감정을 한 번 분류해 본 사람이라서다. 그러니 관습을 깬 8회의 고백은 설정이 낳은 결과이고, 설정이 거기까지 간 건 충분하다.
모자란 쪽은 그 설정이 찬에게는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찬은 9회와 10회에서 둘의 연애를 눈치채고 연락을 끊고, 정연에게 「그럼 한 번 흔들어 봐, 강하기」라고 부탁하고, 마지막 회에 9년 만의 D.N.X 컴백 무대에 선다. 그 무대의 담당자가 다름이고, 찬이 준 별똥별 목걸이가 무대 의상의 굿즈가 된다. 성덕 엔딩이다. 다만 성덕 엔딩은 팬의 결말이지 찬의 결말이 아니다. 그는 끝까지 남의 최애로 남는다. (덧) 쇼룸에서 입을 맞출 듯 가까이 서는 장면을 10회에 둔 건 12부작 기준으로 정확히 제자리다. 이 장르는 시계가 잘 맞는다.
그래서 이 장르 팬은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재미로 끝까지 가도 된다. 사고 키스, 출장, 첫사랑, 사직서, 반지가 다 제 회차에 있다. 아닌 사람은 6회부터 8회까지만 보면 된다. 이 드라마가 장르에 보탠 건 그 세 회에 다 들어 있고, 나머지는 교과서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