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최애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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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해를 바라본 사람이 서는 자리
질문에서 시작하겠다. 열두 해 동안 한쪽에서만 바라본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 보게 될 때, 바라보던 사람은 어디에 서게 되는가.
「최애의 사원」은 tvN이 2026년 8월 3일부터 9월 8일까지 월화 밤에 내보낸 열두 편짜리 드라마다. 극본 이영·김지안, 연출 박지현·정다형. 네이버웹툰 「우리 오빠는 아이돌」이 원작이다. 패션 플랫폼 아펠로의 대표 강하기(강훈), 신입사원 남다름(김혜준), 아이돌 그룹 D.N.X의 멤버이자 패션 디렉터인 이찬(차우민)이 가운데 있다. 다름은 찬을 열두 해 좋아했고, 찬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려고 대기업을 그만뒀다.
다름 역을 맡은 배우가 종영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다.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많았는데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가까웠다고, 화면에는 그만큼 안 보이니까 더 가까이 가야 했다고. 카메라가 재는 거리와 사람이 선 거리가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에 답을 쓰지 않으려 한다. 대신 장면 일곱 개에서 생긴 질문 일곱 개를 적는다. 질문은 대개 그 두 거리 사이의 틈에서 생겼다. 결말은 피하지 않는다.
하나. 열두 해 동안 객석에서 보던 얼굴이 같은 상자 안에 서 있을 때, 보던 사람은 누구인가
1회. 다름은 합격 통보를 받고 전 직장 복도를 뛰다가 투자 미팅을 하러 온 하기와 부딪혀 그의 셔츠에 얼굴 자국을 남긴다. 첫 출근 날 대표실에서 기다린 사람은 찬이 아니라 하기였고, 다름은 악수를 청하는 손을 저도 모르게 뿌리친다. 그리고 1회의 끝,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찬과 마주친다. 열두 해 동안 무대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얼굴이 처음으로 같은 높이에, 문이 닫힌 네모난 상자 안에 있다.
둘. 선물은 준 사람이 기억하는가, 물건이 기억하는가
2회. 찬은 다름의 목에 걸린 별똥별 목걸이를 보고 알아본다. D.N.X가 해체할 무렵 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한 팬에게 준 것이다. 찬은 반가워하며 연락처를 건넨다. 얼굴은 알아보지 못했고 목걸이는 알아봤다. 오래 바라본 쪽의 얼굴은 바라본 시간만큼 흐려지는가, 아니면 애초에 찍히지 않았는가. 무대 위에서 객석은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열두 해 동안 찬이 본 것은 어둠이었고, 다름이 본 것은 얼굴이었다.
셋. 고백은 말하는 사람의 것인가, 그 순간 도착한 사람의 것인가
5회의 끝. 하기가 다름에게 관심 있는 여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자리를 잡기 전에 찬이 달려온다. 다름의 포토북 주인이 자기라는 걸 알게 된 참이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선다. 말을 꺼낸 사람과 달려온 사람과 듣던 사람 중에서 카메라가 누구의 얼굴을 먼저 보여 주었는지, 나는 그 순서가 궁금하다. 순서가 곧 이 드라마의 편이기 때문이다.
넷. 사직서를 낸 사람 대신 사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7회 끝에 다름과 찬의 열애설이 터지고, 8회에는 사생팬이라는 소문까지 붙는다. 사옥 앞이 팬들과 카메라로 덮이고 다름은 사직서를 낸다. 수습은 찬이 한다. 옛 연인 윤초이(신유나)와 함께 기자를 만나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영상 인터뷰로 팬들을 달랜다. 그 영상 안에 다름은 없다. 영상이 향하는 쪽에 팬들이 있고, 다름은 그 팬들 중 하나였던 사람이다. 사과하는 얼굴이 카메라를 보고 있을 때, 그 카메라 뒤에 선 사람은 누구인가. 팬인가, 회사인가, 아니면 사직서를 쓴 한 사람인가.
다섯. 의심하던 눈은 언제 의심받는 자리로 옮겨 가는가
초반 회차에서 경영지원팀장 최성욱(허준석)은 새벽부터 나와 패션쇼장을 정리하는 다름을 보고 산업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한다. 11회에 경쟁사로 정보를 빼돌린 사람이 그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하기는 가짜 기획안으로 경쟁사를 속이고 다름의 아이디어로 만든 진짜 기획안으로 발표를 마친 뒤, 연락을 끊고 혼자 자신을 가둔다. 다름이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의심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고, 다만 보는 쪽과 보이는 쪽이 바뀌었을 뿐이다.
여섯. 대표의 문장과 남자의 손이 다른 말을 할 때 당신은 어느 쪽을 듣는가
12회. 다름은 협업 브랜드와 함께하는 파리 파견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하기는 직원이 성장하면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같은 날 그는 음식을 태운다. 다름의 손을 잡아 주고, 다름은 파리로 간다. 두 사람은 멀어진 거리에서 연애를 이어 간다. 말은 대표의 것이었고 태운 음식은 남자의 것이었다. 카메라는 둘 다 보여 주었다. 다름은 말을 들었고, 당신은 태운 음식까지 보았다. 그 차이가 이 회차에서 당신이 앉은 자리다.
일곱. 당신이 열두 해 바라본 것이 당신 손으로 만든 상품이 되어 무대에 걸릴 때, 당신은 객석에 있는가 무대 뒤에 있는가
마지막 회. 다름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돌아와 신입사원 환영회에 나타난다. 신입이었던 사람이 신입들의 자리에 손님으로 돌아온다. 공원에서 하기가 반지를 건네며 옆에 있어 달라고 묻고 다름은 매일 그러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D.N.X가 9년 만에 무대에 선다. 그 컴백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다름이다. 해체 무렵 찬이 한 팬에게 준 별똥별 목걸이가 무대 의상에 달리는 굿즈가 되어 멤버들의 목에 걸린다. 한 사람에게 주었던 물건이 모두의 물건이 되는 순간, 처음 받았던 사람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질문은 당신에게 넘긴다.
나는 이 드라마를 지지한다. 바라보던 사람을 끝까지 바라보는 자리에 두지 않고 만드는 자리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망설임도 있다. 두 번째 남자에게는 그 자리가 끝내 주어지지 않고, 그는 다시 바라보이는 쪽으로 돌아간다. 그 망설임은 망설임으로 둔다.
쓰지 않으려 했던 말을 하나만 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거리는 첫눈 아래 두 사람의 거리도, 쇼룸에서 입을 맞출 듯 가까이 선 두 사람의 거리도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 마주 선 두 사람과, 마지막 회 무대 아래와 무대 뒤 사이의 거리다. 앞의 거리는 카메라가 쟀고 뒤의 거리는 아무도 재지 않았다.
열두 해를 바라본 사람은 결국 어디에 서게 되었는가. 무대 뒤였다. 거기서는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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