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최애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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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회사, 2026년의 무대

지도대장· 2026. 11. 04.· 2,343자

왜 이 드라마는 아이돌을 다시 무대에 세우는 것으로 끝났을까? 원작이 그려진 해와 드라마가 방송된 해 사이에 9년이 있고, 나는 그 9년이 결말을 바꿨다는 가설을 세웠다. 끝까지 가 보면 절반만 맞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 절반이 어디인지 보려고 쓴다.

「최애의 사원」은 tvN이 2026년 8월 3일부터 9월 8일까지 월화에 내보낸 12부작이다. 극본 이영·김지안, 연출 박지현·정다형. 원작은 성은의 네이버웹툰 「우리 오빠는 아이돌」이다. 패션 플랫폼 아펠로의 대표 강하기(강훈), 마케팅팀 신입 남다름(김혜준), 아이돌 그룹 D.N.X의 멤버이자 아펠로 패션디렉터인 이찬(차우민)이 가운데 있다. 다름은 12년 동안 찬의 팬이었고, 대기업 대신 이 스타트업을 고른 이유가 인물 소개에 한 줄로 적혀 있다. 이찬 오빠 회사니까.

그때

원작 웹툰은 2017년 9월 8일에 연재를 시작해 2020년 2월 21일에 128화로 끝났다. 거기서 아펠로는 플랫폼이 아니라 남녀 캐주얼 브랜드고, 이찬은 그 회사의 대표다. 아이돌 그룹 DNA의 전 멤버가 옷 회사를 차렸고, 그 회사에 팬이 입사한다는 설정. 작가가 다니던 회사의 경쟁사가 아이돌이 차린 회사였다는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2017년의 전제는 이것이다. 해체한 아이돌은 무대에서 내려와 사업을 한다. 돌아오지 않는다.

그 해가 어떤 해였는지 하나만 적는다. 2017년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뽑힌 11인조 워너원이 데뷔한 해다. 계약 조건상 2년쯤 활동하고 해체하는 걸 처음부터 알고 데뷔한 팀이었다. 아이돌에게 끝이 날짜로 정해져 있다는 걸 모두가 아는 채로 응원하던 때다. 드라마 속 D.N.X의 설정은 2015년 데뷔, 2017년 해체. 웹툰이 시작된 해에 해체한 그룹인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자리가 맞는다.

드라마는 해체 뒤 멤버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적어 둔다. 리더 혁만 활동을 이어 가고, 메인보컬 태오는 성대결절로 멈췄고, 래퍼 지누는 솔로를 시도했다가 무대 밖에서 지내고, 막내 로이는 스캔들 뒤에 사라졌다. 찬은 배우가 되고 패션디렉터가 됐다. 다섯 중 넷이 무대 밖이다. 2017년에 끝난 그룹의 2026년 모습으로는 사실에 가깝다. 다름의 사수인 마케팅팀장 김미영이 D.N.X 1대 팬클럽 회장이었다는 설정도 같은 줄에 놓인다. 그 시절 팬이 지금은 팀장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자리가 바뀌었다.

최애의 사원 스틸컷

지금

드라마가 방송된 2026년은 다른 해다. 1월에 나온 기사 하나가 그해의 분위기를 적어 두었다. 워너원은 해체 7년 만에 재결합 예능으로 돌아오고, 같은 오디션 출신 아이오아이는 데뷔 10주년 콘서트를 준비하고, 빅뱅은 20주년에 3인 체제로 다시 무대에 선다. 소속사가 제각각이어서 재결합이 어렵다던 팀들이 한 해에 몰려서 돌아왔다. 해체가 끝이 아니라 공백이 된 해다.

그 해에 드라마는 원작의 자리를 고쳐 놓았다. 아펠로를 브랜드에서 플랫폼으로 바꿨고, 찬을 대표에서 디렉터로 내렸고, 대표 자리에는 자수성가형 하기를 앉혔다.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관계성을 잘 보여 줄 설정들을 각색했고 직장 생활과 팬심,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 D.N.X가 완전체로 돌아온다. 다름은 파리 파견을 다녀오고, 돌아와 하기의 프러포즈를 받고, 그 컴백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된다. 12년 팬이 담당자가 되는 결말을 두고 기사들은 성공한 팬이라고 적었다.

공간으로 보면 이렇다. 2017년의 이야기는 무대에서 사무실로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아이돌이 사장이 되고 팬이 사원이 된다. 둘 다 무대를 떠나 책상 앞에 앉는다. 2026년의 드라마는 그 책상에서 다시 무대를 만든다. 사무실이 무대의 뒷방이 된다. 같은 회사가 한쪽에서는 은퇴 뒤의 자리고 다른 쪽에서는 컴백의 준비실이다.

비슷한 일이 다른 데서도 보인다. 문 닫은 동네 극장이 다시 상영을 시작하는 것, 폐선된 철길에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것, 오래된 상표가 복각판으로 나오는 것. 끝난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꺼내 쓰는 쪽으로 시대가 움직였고, 아이돌도 그 줄에 섰다. 드라마는 그 줄 끝에 결말을 놓았다.

최애의 사원 포스터

가설로 돌아간다. 9년이 결말을 바꿨는가. 절반은 맞다. 원작에서 무대로 돌아갈 이유가 없던 그룹이 드라마에서는 돌아오고, 그 해는 돌아오는 그룹이 유난히 많은 해였다. 나머지 절반은 틀렸다. 드라마가 바꾼 건 결말의 무대가 아니라 다름의 자리다. 원작의 결말이 어디로 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드라마가 다름에게 준 마지막 자리는 분명하다. 자기 최애의 무대를 자기 손으로 짜는 일. 재결합이 한 해의 흐름이 된 때에, 그 흐름의 담당자 자리에 팬을 앉힌 것이다. 팬이 객석에서 준비실로 자리를 옮겼다.

9년 뒤에 이 드라마를 다시 보는 사람은 그 컴백 무대를 어느 자리에서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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