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0
테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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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닐을 울어 주지 않는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영화에서 닐이 하는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시간 여행 영화의 안전 문구라고 생각했다(식탁 닦으면서 봤다. 중간부터 닦는 걸 잊었다). 끝까지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말은 규칙 설명이 아니라 조문이었다.
줄거리는 짧게 한다. 이름이 없는 요원이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기술을 쫓고, 그 기술로 세상을 끝내려는 남자를 막으러 다니고, 끝. 중간에 비행기가 창고에 들이박고(모형 대신 진짜 747을 샀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앞으로도 뒤로도 달리고, 마지막에 두 팀이 같은 시간을 반대 방향으로 산다. 설명은 못 하겠다. 하고 싶지도 않다.
이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 것은 많다. 주도자의 이름, 미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닐이 언제 어떻게 조직에 들어왔는지. 개봉 때 다들 그걸로 불평했으니 넘어간다. 내가 걸린 건 설명이 아니라 애도다.
내가 보려는 건 하나다. 이 영화는 닐을 울어 주지 않는다.
장면 하나. 마지막 작전에서 주도자는 동료와 함께 지하 통로의 잠긴 철문 앞에 갇힌다. 철문 안쪽에 병사 하나가 죽어 누워 있다. 가방에 주황색 끈이 달려 있다. 총이 주도자를 향하는 순간 그 시체가 일어나 총알을 대신 받고, 잠긴 문이 열린다. 거꾸로 흐르는 사람이라서 우리 눈에는 죽음이 먼저 오고 구함이 나중에 온다. 영화는 여기서 그가 누군지 말해 주지 않는다. 카메라도 멈추지 않는다. 폭발 직전이라 멈출 시간이 없다는 핑계가 있다.
장면 둘. 작전이 끝나고 셋이 장치를 나눠 각자 숨기러 갈 때, 주도자는 닐의 가방에서 그 끈을 본다. 닐은 그제야 말한다. 자기를 이 조직에 끌어들인 건 주도자라고. 자기에게는 오래전 일이고, 주도자에게는 앞으로 올 일이라고. 그리고 자기에게는 이게 아름다운 우정의 끝이라고 한다. 주도자가 말리려 한다. 닐은 돌아서서 간다. 죽으러 가는 걸 둘 다 알고, 우리도 안다. 컷. 다음 장면은 런던이고, 거기서는 다른 사람이 죽는다.
요즘 블록버스터라면 여기서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느린 화면, 앞 장면 몇 개를 이어 붙인 회상, 남은 사람의 젖은 눈, 그리고 이름이 새겨진 뭔가. 이 영화는 그중 하나도 안 한다. 닐의 죽음은 정면으로 찍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보기는 하는데, 그게 닐인 줄 모를 때 보고, 알게 된 뒤에는 보여 주지 않는다. 울 틈을 영화가 안 준다(그 대목에서 나는 리모컨을 찾았다. 영화가 안 해 주는 되감기를 내가 하려고).
이 영화가 다른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이게 실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세상을 끝내려던 남자는 요트 위에서 아내의 총에 죽고 바다에 버려진다. 조직의 윗사람은 차 안에서 죽는다. 둘 다 짧고 건조하다. 그 둘은 그래도 된다. 닐은 아니다. 닐은 두 시간 반 동안 주도자 옆에 있었고, 보는 우리 옆에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세 죽음을 같은 온도로 지나간다. 살아남는 쪽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아들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포옹도 눈물도 없다. 이 영화에서 감정은 전부 결과로만 나온다. 사람이 살았다, 사람이 떠났다, 사람이 걸어갔다.
안 한 덕에 생기는 게 있다. 첫 장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오페라 극장에서 주도자가 죽을 뻔할 때 복면 쓴 요원 하나가 그를 구한다. 가방에 주황색 끈이 있다. 처음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소품이다. 끝을 알고 보면, 닐은 이 영화에서 복면을 쓴 채로 주도자를 두 번 구하고 두 번 다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는 죽으러 와 있던 사람이다. 영화가 그를 위해 울어 주지 않으니까 그 일은 보는 사람 몫이 된다. 끝난 뒤에 처음을 다시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몫이다.
정색하고 하나만 적는다. 이 영화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거꾸로 흐르는 시간의 설명이 아니라, 끝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만 읽히는 우정 하나가 두 시간 반 동안 아무 표정 없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걸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았다.
두 시간 반짜리 영화를 두고 할 말이 이것뿐이냐고 하면, 그렇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건 설명을 들으면 된다. 친구가 돌아서서 죽으러 가는 걸 설명 없이 보여 주는 건 들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닐은 아마 그 말을 자기한테 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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