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2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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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셋

정담뜰· 2026. 10. 24.· 2,463자

하늘이 맑다. 배가 간다. 세토 내해의 작은 섬 시오지마로 가는 배다. 열한 살 모모가 갑판에서 종이 한 장을 보고 있다. 「모모에게」까지만 쓰인 편지다. 그 맑은 하늘에서 물방울 셋이 떨어진다. 비가 올 날씨가 아니다. 물방울은 모모를 따라온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그렇게 시작한다. 이 영화의 날씨는 첫 장면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날씨가 두 시간 뒤에 어떻게 되는지를 적어 두려고 한다. 사람 이름은 되도록 줄인다. 섬과 비와 빛과 소리만 적는다.

섬은 밝다. 낮은 집들이 바다를 보고 서 있다. 좁은 골목, 귤밭, 신사, 항구가 이어진다.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이 섬을 만들기 위해 세토 내해를 돌며 사진 9,570장을 찍었다고 한다. 모델이 된 섬은 히로시마 현의 오사키시모지마다. 감독은 여름 햇빛이 센 곳이라 화면에 그림자를 되도록 넣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낮은 어디를 봐도 환하다. 환한데 아이 하나가 갈 데가 없다. 섬 아이들은 다리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모모는 뛰지 않고 집으로 간다.

집에는 다락방이 있다. 오래된 상자에서 에도 시대 그림책이 나온다. 요괴가 그려져 있다. 그날부터 소리가 난다. 천장 위에서 무엇이 움직이는 소리다. 냉장고의 푸딩이 없어진다. 밤에 엄마가 돌아온 뒤에도 소리는 모모에게만 들린다. 엄마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소리는 한 사람에게만 가는 것이다. 요괴들도 나중에 모모에게만 보인다. 소리가 먼저 오고 모습이 나중에 온다.

비가 온다. 영화에서 처음 오는 비다. 모모가 숲길의 작은 사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거기서 그림자 셋이 요괴가 된다. 덩치 큰 이와, 길쭉한 카와, 작은 마메. 모모는 도망친다. 맑은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비가 오자 보인다. 첫 장면에서 떨어진 물방울 셋이 이 셋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사람 모양을 하고 처마 밑에 서 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스틸컷

다시 맑은 날이 이어진다. 섬의 밭이 털린다. 사람들은 멧돼지 짓이라고 하고, 사실은 요괴 셋의 짓이다. 모모가 셋을 데리고 산에 오른다. 돈 안 들이고 먹을 것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셋은 새끼 멧돼지를 훔치고, 어미가 쫓아온다. 그 와중에 모모는 높은 데서 섬과 바다를 내려다본다. 섬에 와서 처음으로 멀리 보는 장면이다. 비 피하던 날에는 땅만 보던 아이다.

태풍이 온다. 바람이 먼저 온다. 엄마의 손거울이 없어진다. 카와가 가져간 것이다. 돌려받으려는 실랑이 끝에 거울이 깨진다. 소리를 듣고 엄마가 다락방에 올라온다. 바닥에 요괴들이 훔쳐 온 물건이 널려 있다. 엄마는 모모가 한 일이라고 믿는다. 모모가 집을 나간다. 밤 바다에 모모가 혼자 있다. 바람이 세진다. 엄마가 모모를 찾아 나선다. 엄마는 천식이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 비가 온다. 모모는 처음 요괴를 본 그 사당에서 다시 비를 피한다. 같은 처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는다. 요괴 셋에게 아빠 이야기를 한다. 아빠가 집을 나서던 날 「다시는 집에 오지 마」라고 했고, 아빠는 사고로 돌아오지 못했다. 영화에서 이 말을 처음 꺼내는 자리가 이 사당이다. 같은 장소가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도망치는 자리, 한 번은 말하는 자리. 날씨는 둘 다 비다. 바뀐 것은 비가 아니라 아이다.

우체부가 모모를 찾아낸다. 엄마가 쓰러졌다. 섬에 의사가 없다. 옆 섬의 의사는 태풍 때문에 건너오지 못한다. 섬에는 큰 다리가 놓였는데 아직 개통 전이다. 모모는 어른들의 손을 뿌리치고 빗속으로 나간다. 우체부가 오토바이에 모모를 태우고 다리로 간다. 요괴 셋은 사람 일에 끼면 벌을 받는다. 그래도 마메가 작은 요괴들을 불러 모은다.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다리 위를 덮어 터널을 만든다. 비바람이 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비는 그치지 않는데 비를 맞지 않는 길 하나가 생긴다. 오토바이가 다리를 건넌다. 의사가 온다. 엄마는 병원에 들어가고 살아난다.

다음 날 아침 하늘이 맑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다. 다락방에서 요괴 셋이 떠날 준비를 한다. 모모는 아빠에게 쓴 편지를 셋에게 맡긴다. 셋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물방울 셋이 모모 옆을 지나 하늘로 올라간다. 첫 장면의 물방울이다. 내려온 것이 올라간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포스터

여름 축제의 밤이다. 섬사람들이 짚으로 엮은 배에 등을 달아 바다에 띄운다. 모모와 엄마가 나란히 선다. 배 하나가 물가로 돌아온다. 편지가 실려 있다. 두 번째 장은 백지인데 글자가 잠깐 떠오르고 사라진다. 모모가 읽는다. 무슨 글자였는지는 여기 적지 않는다. 밤이고, 등불이고, 물 위다. 그것만 적는다.

마지막은 낮이다. 섬 아이들이 다리에서 뛰어든다. 모모가 뛴다. 물에서 나와 하늘을 보고 고맙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두 시간이다. 2012년 봄에 일본에서 걸렸고 그해 여름 한국에서 걸렸다. 올해 9월에 다시 걸렸다. 맑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셋으로 시작해서 하늘로 올라가는 물방울 셋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 비가 두 번 왔다. 두 번 다 같은 사당이었다. 나는 그 처마 밑이 이 영화에서 가장 좁고 가장 넓은 자리였다고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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