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포가튼 아일랜드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연잎성게를 보고 쓴 농담들

방랑객· 2026. 10. 11.· 693자

1. 졸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절친 둘이 마지막 밤을 보낸다.
신비한 포털을 찾아 나칼리 섬으로 빨려 들어간다.
집에 돌아가는 값은 둘이 함께한 기억 전부다.
나는 졸업하고 아무 값도 안 치르고 친구들을 잊었다.

포가튼 아일랜드 스틸컷

2. 연잎성게

두 세계를 잇는 열쇠는 연잎성게 한 장이다.
바닷가에 널린 죽은 껍데기다.
문을 여는 것은 늘 아무도 안 줍는 쪽이다.

포가튼 아일랜드 포스터

3. 팔찌

둘의 기억은 팔찌 하나에 담겨 있다.
바티바는 그 팔찌를 값으로 받는다.
실로 엮은 팔찌가 그 섬에서 제일 비싼 물건이다.

4. 비행기

라이사는 칼텍으로 가기로 되어 있다.
포털 저편에서는 비행기 시간이 다가온다.
그는 간다고 말한 것이고 나는 못 들은 척한 것이다.

5. 교장실

둘이 처음 만난 자리는 교장실이다.
1990년대 필리핀의 학교다.
평생 가는 사이는 대개 혼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나는 혼날 때마다 혼자였다.

6. 나무닭

둘은 거대한 나무 닭을 만들어 그 안에 숨는다.
트로이 목마를 닭으로 바꾼 수법이다.
그래도 저쪽에는 숨을 닭이라도 있었다.

7. 손

포털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둘은 손을 잡고 있다.
나머지 한 손에는 연잎성게가 들려 있다.
떨어질 때 잡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나는 늘 껍데기 쪽을 잡았다.

8. 좋은 영화

좋은 영화다.
108분 동안 나는 남의 기억을 구경했다.
둘은 서로를 잊지 않으려고 섬 하나를 뒤졌다.
나는 잊히는 쪽이 편해서 아무 데도 안 갔다.
그게 좀 부끄러웠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포가튼 아일랜드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