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0

핸섬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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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하늘의 손이 좋았다고 했다

예민한책장· 2026. 10. 30.· 2,733자

이 영화를 두고 친구와 한 시간 가까이 다퉜다는 사실부터 밝히고 들어가야겠다. 친구는 호러 코미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고, 나는 호러 코미디라면 뻔한 수순부터 세어 보는 사람이다. 각자 보고 나서 전화로 만났는데, 서로 다른 영화를 본 것처럼 말이 자꾸 어긋났다. 아래는 그 통화를 기억나는 대로 정리한 것이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확인한 것만 남기고, 중간에 낀 저녁 메뉴 이야기는 뺐다.

친구 봤지. 어땠어.

나 수순대로 갔다. 험상궂은 두 사람이 시골로 이사 온다, 동네 경찰이 첫날부터 의심한다, 예쁜 대학생이 물에 빠진다, 구해 준 게 납치로 보인다, 친구들이 찾아와 하나씩 죽는다.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친구 밥상을 차린 건 맞는데 그 위에 염소를 올렸잖아. 거기서부터 다르지.

나 염소 이야기는 인정한다. 마트에서 미나 씨가 상구 씨의 개를 귀여워하다가 상구 씨 얼굴을 보고 뒤로 자빠지는 장면, 그 옆에 재필 씨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는 장면까지는 이 장르가 늘 하는 짓이다. 그런데 그 뒤에 대학생들이 차로 검은 염소를 치어 죽이고, 그 염소가 지하실 바닥 그림을 깨우는 걸 보고는 나도 자세를 고쳐 앉았던 것이다.

친구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야. 다섯 명이 죽을 때마다 바닥의 별 그림에 불이 하나씩 켜지잖아. 처음엔 사고로 보이던 게 나중엔 다 예정표였던 거지.

핸섬가이즈 스틸컷

나 그 집 이야기를 먼저 하자. 부동산이 보여 준 사진은 보정이 된 것이고 실물은 폐허에 가까운데, 상구 씨가 침대와 벽난로를 보고 좋아해서 계약을 한다. 나는 그 장면이 좋았다. 두 분이 왜 시골로 오셨는지 일언반구 설명이 없는데도, 침대 하나로 다 납득이 되더라.

친구 거기까진 우리 의견이 같네. 그럼 어디서 갈라지는 거야.

나 최 소장님이다.

친구 아, 그 양반.

나 자칭 귀신눈깔이라고 하신다. 강력반 출신이라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분이다. 그 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두 분을 범죄자로 보신다. 여기까지는 좋다. 장르가 요구하는 「말 안 듣는 공무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신 것이다. 문제는 퇴장이다. 집 안에서 총을 쏘신 게 경찰차에서 새던 기름에 불을 붙여 차가 터지고, 날아온 쇠스랑이 머리에 꽂힌다. 나는 거기서 「아, 경찰은 중반에 죽는다는 수순을 이렇게 처리하는구나」 하고 식었다.

친구 식을 장면이 아닌데. 그 사람 죽음은 수순이 아니라 설계야. 예언에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매한 자」가 악마 부활을 돕는다고 나오잖아. 그게 최 소장이라고.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 벌을 영화가 정확히 그 사람한테 돌려준 거야.

나 그 풀이는 안다. 그런데 벌을 주는 방식이 쇠스랑이라는 데서 나는 웃음보다 민망함이 먼저 왔다.

친구 민망한 게 맞아. 민망하라고 만든 장면이야. 그리고 그 뒤에 더 민망한 게 나오잖아.

나 팬티 말이지.

친구 팬티지.

여기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악마가 부활한 뒤 죽은 최 소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되살아난 최 소장은 팬티 차림으로 춤을 춘다. 나는 이 장면을 「구수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친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삼 분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핸섬가이즈 스틸컷

친구 그럼 악마 대사는 어땠어.

나 성빈 씨 몸에 들어간 악마가 두 분한테 「마지막으로 내가 진실을 말해줄게. 너희들은 더럽게 못 생겼어」 하는 거 말이지. 그건 좋았다. 영화 내내 쌓아 온 오해를 악마가 한 줄로 요약해 주는 셈이라 하겠다.

친구 봐. 너도 좋았잖아.

나 좋았던 것과 수순을 따른 것은 별개다. 두 번째로 갈리는 지점이 결말이다. 미나 씨가 부서진 옛 총에서 나온 은탄을 네일건에 물려 악마 이마에 박는다. 여기까지는 과연, 하고 봤다. 그런데 악마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는데 거대한 손이 내려와서 그걸 쥐고 간다.

친구 나 거기서 박수 쳤어.

나 나는 거기서 리모컨을 찾았다. 그 손이 누구 손인지 영화는 끝까지 알려 주지 않는다. 알 도리가 없다.

친구 알려 주면 재미없지. 이 영화는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가는 영화야. 두 사람이 왜 시골로 왔는지도 안 알려 주잖아. 하늘의 손도 같은 거야. 그냥 그런 게 있다, 끝.

나 그렇게 말하면 모든 허술함이 태도가 된다.

친구 모든 허술함이 아니라 이 영화의 허술함이 태도인 거야. 네가 수순이라고 부르는 걸 이 영화는 알고 밟았어. 두 사람이 염소를 봉투에 담아 옮기는 걸 경찰이 보고 시체 유기로 오해하는 장면 있잖아. 그걸 모르고 찍었겠어.

나 그건 인정한다. 알고 밟은 수순과 모르고 밟은 수순은 다르다.

친구 그럼 됐어.

나 안 됐다. 알고 밟았다고 해서 쇠스랑이 덜 민망해지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핸섬가이즈 포스터

친구 마지막 장면은.

나 두 분이 무혐의로 풀려나고, 다 같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다. 남 순경님은 신부가 되신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끝까지 공손했구나」 생각했다. 악마가 나오고 사람이 다섯이나 죽었는데, 끝은 세례다. 아무튼.

친구 좋았다는 거지.

나 밥상은 뻔했고 반찬이 좋았다, 정도로 하자.

친구 나는 반찬이 아니라 상 자체가 새로웠다고 하겠는데.

나 그러면 합의가 안 된다.

친구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상구 씨 대사 하나만 더 하고 끊자. 「어? 학생은 아직 안 죽었군요!」

나 그 대사는 나도 좋았다.

통화는 거기서 끊겼다. 다음 날 친구가 문자로 「하늘의 손 다시 봤는데 역시 좋다」고 보냈고,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직 보실 분들께는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밥상이 뻔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고, 상이 새롭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팬티 장면에서는 삼 분쯤 말을 잃으실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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