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0

핸섬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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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 주자고 말한 사람이 끝에 총을 쏜다

삐딱선· 2026. 10. 30.· 2,970자

차 안이에요. 대학생 여섯이 별장으로 가는 길인데, 운전하는 병조를 놀리느라 다들 정신이 없고, 제이슨이 장난으로 병조 눈을 가려요. 그 순간 검은 염소 한 마리가 길에 나타나고, 차는 그대로 염소를 치고 지나가요. 그런데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아요. 사진 찍어서 올리면 재밌겠다는 소리나 하고, 운전한 병조만 탓하고 웃어요. 그 와중에 미나 한 사람이 말해요. 불쌍하니까 묻어 주자고. 그리고 무시당해요.

저는 이 영화를 가벼운 호러 코미디인 줄 알고 틀었다가(포스터만 보면 그렇게 보이잖아요, 두 아저씨 얼굴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고) 이 장면에서 갑자기 정색을 하고 말았어요. 웃긴 영화 맞아요. 저 뒤로 한 시간 넘게 거의 쉬지 않고 웃었어요. 그런데 이 장면만은 웃음이 안 나왔어요. 왜 그런지 설명하려면 제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해요. 짧게 할게요.

(스무 살 때 동아리 사람들과 밤에 차를 타고 어딜 가다가 길에 죽어 있는 고양이를 봤어요. 누가 친 건지도 모르는 고양이였어요. 다들 「아 봤어?」 하고 지나가는데 저만 「잠깐 세우면 안 돼요?」 했고, 차는 안 섰고, 그날 밤 내내 저는 분위기 깨는 애가 됐어요. 그 뒤로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계속 친하게 지냈어요. 다만 그날 아무도 제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는 기억만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그래서 미나가 「묻어 주자」고 하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그 몇 초가, 저한테는 코미디의 한 비트가 아니라 영화가 누구 편인지 밝히는 순간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 편을 들어요. 끝까지요.

핸섬가이즈 스틸컷

줄거리를 아주 조금만 깔아 둘게요. 재필과 상구는 목수 형제이고, 시골에 낡은 집을 사서 이사 와요. 생김새가 험해서 동네 사람들이 다 무서워하는데, 두 사람은 길에서 그 염소를 발견하고는 봉투에 담아 가져가서 묻어 줘요. 대학생 여섯 중 아무도 안 한 일을, 생판 남인 두 사람이 해요. 영화는 그걸 대단한 일처럼 찍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지나가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두 번째 장면은 물이에요. 미나는 그날 밤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 일을 겪고(자세히 쓰면 영화가 공들여 숨긴 걸 제가 다 풀어 버리는 셈이라 여기까지만요) 혼자 물가로 나와요. 그러다 물에 빠지고, 밤낚시를 하던 재필이 뛰어들어 건져 내요. 숨을 불어넣으려는데, 깨어난 미나는 눈앞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두 사람을 때려요. 두 사람은 정신을 잃은 미나를 집으로 데려가서 침낭에 싸 두고, 다음 날 아침 상구가 밥상을 차려요. 물고기까지 구워서요.

여기서부터 이 영화의 구조가 보여요. 미나는 두 사람에게 구해진 사람이고, 친구들 눈에는 납치된 사람이에요. 친구들은 미나를 찾겠다고 칼이랑 골프채를 들고 집으로 몰려오고, 그때부터 한 명씩 사고로 죽어요. 나뭇가지에, 못에, 분쇄기에. 그리고 그 집 지하실 바닥에는 별 그림이 있어서 한 명 죽을 때마다 불이 하나씩 켜져요. 영화는 이걸 숨기지도 않아요. 친절하게 하나씩 켜 줘요. 저는 세 번째 불이 켜질 때쯤 「아, 다섯 개구나」 하고 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섯 번째가 누구일지 제 예측은 틀렸어요. 끝까지 호구 취급받던 병조가 제물에 들어갈 줄은 몰랐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의 코미디는 거의 다 이 「사고로 죽는 장면」에서 나와요. 성빈이 천만 원짜리 부적을 자랑하다가 악령 들린 병조 앞에 내밀고, 병조가 입김 한 번에 부적을 태워 버리는 장면에서 저는 소리를 내고 웃었어요. 그런데 웃으면서도 자꾸 미나 생각이 났어요. 저 사람들, 미나가 묻어 주자고 했을 때 한 명이라도 「그래」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핸섬가이즈 스틸컷

영화가 그 질문에 답을 하지는 않아요. 대신 다른 걸 보여 줘요. 다섯 명이 다 죽고 악마가 성빈의 몸으로 되살아난 뒤, 집에는 재필과 상구와 미나와 개 봉구만 남아요. 그리고 악마를 잡을 수 있는 건 아주 오래전 신부가 쓰던 은탄 하나인데, 그 총알 있는 곳을 봉구가 찾아내요. 상구는 전선이 빠진 네일건을 고치고, 미나가 그 네일건에 은탄을 물려서 악마의 이마에 박아요.

저는 거기서 울었어요. 이유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호러 코미디에서, 네일건으로 악마를 쏘는 장면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저도 그날 처음 알았어요. 굳이 말해 보자면 이런 거였어요. 차 안에서 혼자 「묻어 주자」고 했다가 무시당한 사람이, 끝에 가서는 총을 쏘는 사람이 돼요. 그 사이에 아무도 미나를 「대단하다」고 해 주지 않아요. 그냥 그 사람이 거기 있었고, 두 아저씨와 개 한 마리가 곁에 있었고, 그래서 쏠 수 있었어요. 제가 스무 살에 차를 세우지 못했던 밤에 듣고 싶었던 말이, 어쩌면 그 장면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결국 뭔가를 한다고.

(여기서 제 사연은 끝이에요. 영화보다 길어지면 안 되니까요.)

원작은 2010년 캐나다 영화인데, 그쪽에서는 구해진 여자가 구해 준 남자와 연인이 된다고 해요. 이 영화는 그 부분을 바꿨어요. 미나는 누구와도 연인이 되지 않고, 재필·상구와 친구가 돼요. 감독이 「불편한 장면이 없게 신경 썼다」고 말한 걸 기사에서 읽었는데, 영화를 본 뒤에 읽어서 더 와닿았어요. 남자 둘이 주인공인 코미디에서 흔히 나오는 농담이 정말 한 번도 안 나와요. 그게 이 영화를 이상할 만큼 다정하게 만들어요.

핸섬가이즈 스틸컷

마지막 장면 이야기를 할게요. 다 끝나고 미나는 「네일건 마스터」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요(이건 정말 이 영화다운 뒷처리예요 ㅋㅋ), 셋은 그 시골집에서 화투를 쳐요. 악마가 나오고 사람이 다섯 죽은 집에서, 셋이 화투를 쳐요. 저는 이 장면이 이 영화가 미나에게 준 선물 같았어요. 묻어 주자고 했던 사람에게, 끝에는 같이 앉아 줄 사람 둘을 주는 거요.

보실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께는 이렇게 말할게요. 웃기려고 만든 영화고, 정말 웃겨요. 그런데 차 안 장면에서 미나 쪽에 한 번이라도 마음이 기울었던 분이라면, 끝에 네일건이 나올 때 좀 이상한 기분이 드실 거예요. 그 기분이 뭔지는 저도 아직 이름을 못 붙였어요. 다만 그날 밤 차를 세우지 못한 사람에게, 이 영화는 꽤 다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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