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타짜: 벨제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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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벨제붑의 노래
온라인 카지노로 크게 번 두 사람이 나옵니다. 장태영과 박태영.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고, 공교롭게 이름이 같습니다. 한쪽은 타고난 끗발로, 다른 쪽은 머리와 노력으로 올라왔는데 바깥에서 알아주는 쪽은 늘 전자죠. 베트남 출장길에 배신이 일어나고, 살아남은 쪽은 은둔해 있던 포커 고수 곽동욱에게 기술을 배웁니다. 그리고 일본과 베트남 거물들이 끼어든 판에서 둘이 다시 만납니다.
허영만·김세영의 만화 「타짜」 4부가 원작이고 각색은 최국희 감독과 김현이 맡았습니다. 최국희 감독은 볼링 도박판을 다룬 「스플릿」으로 장편에 들어와 「국가부도의 날」과 「인생은 아름다워」를 찍었죠. 2006년 1편부터 세면 네 번째이자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엔 화투가 아니라 텍사스 홀덤이고요. 129분,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이런 설정은 대개 두 갈래로 갑니다. 기술을 전시하거나, 복수의 감정만 끌고 가거나. 전자는 판의 규칙을 관객에게 먼저 가르쳐야 해서 품이 듭니다. 후자는 품이 덜 드는 대신 도박이 배경으로 밀려나죠. 이 영화는 꽤 분명하게 후자를 골랐습니다.
온라인 카지노라는 갱신된 소재로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 겁니다. 서버가 어디 있고 돈이 어느 국경을 넘고 장부를 누가 쥐는지 같은, 업의 디테일 말이죠. 영화가 대신 넣은 건 두 친구의 질투입니다. 감독은 4시간 30분짜리 가편집본을 2시간 안팎으로 줄이면서 도박 신부터 덜어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 선수와 함께 실제 패로 베팅까지 하며 찍은 판들이었다는군요. 그렇게 비워진 자리를 배우들의 얼굴이 채웁니다.
통하는 건 곽동욱입니다. 한때 전설이었다가 베트남에 숨어 동네 판이나 전전하는 사람인데, 가발을 뒤집어쓰고 변장을 하고 현지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천연덕스럽게 어울립니다. 특별출연인데도 극이 무거워질 대목마다 숨통을 틔워요. 조우진이 하는 일이 대체로 그렇죠.

걸리는 건 박태영이 무너지는 속도입니다. 질투가 자라는 과정은 공들여 쌓아 놓고, 그 뒤의 몰락은 몇 장면 만에 지나갑니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에 넣었으니 예상하실 수 있는 일이긴 한데, 비는 자리를 판타지 장면들이 메우고 있어서 더 눈에 띕니다. 감독도 짧은 시간에 질투와 복수심을 전달하려고 그 장치를 썼다고 했고요.
인물도 세어 봅니다. 이름이 붙은 여성 인물은 가네코, 장태희, 린다박 셋입니다. 원작에 있던 여자들은 대체로 빠졌습니다.
변요한은 쉽게 얻던 사람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구간을 맡았습니다. 초반의 여유와 후반의 독기 사이를 눈금 단위로 조절하는 쪽이에요. 노재원은 만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인물에 사람의 두께를 입혔습니다. 한 표정 안에 열등감과 광기를 같이 담아서, 둘이 마주 선 장면은 대체로 팽팽합니다. 스윙스가 맡은 아브라함은 짧게 나오고 대사는 주로 영어입니다.
20년을 끌고 온 시리즈를 닫는 영화로는 그 정도면 됐죠. 1편의 대사와 구도를 곳곳에 가져다 놓은 걸 보면 감독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넘어서려는 대신 모셔 두는 쪽을 택한 거예요. 통하긴 합니다.
(덧) 세워 놓은 500원짜리 동전은 CG가 아니라고 합니다. 던지고 도는 것까지 고속 카메라로 실제로 찍고, 세우는 과정에만 약간 손을 댔다는군요.
(덧) 제목의 벨제붑은 두 악마가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했는데 진 쪽이 똥파리가 됐다는 이야기에서 왔습니다. 극 중에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쪽은 박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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