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타짜: 벨제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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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를 보다가

환한색칠· 2026. 10. 09.· 1,358자

타짜가 또 나왔다. 1편이 2006년이니 스무 해째다. 이번 건 원작 만화 4부를 가져왔고, 화투 대신 포커를 한다. 텍사스 홀덤이다. 봤다.

이름이 똑같은 두 친구가 온라인 카지노로 돈을 벌고, 한쪽이 한쪽을 배신하고, 배신당한 쪽이 포커를 배워서 돌아오고, 끝. 129분이다.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그래서 편했다. 뭐가 나올지 알고 보는 것도 나름의 휴식이다.

장태영은 타고난 끗발로 사람 마음을 사고, 박태영은 머리와 노력으로 자기를 증명한다. 둘이 같이 키운 사업인데 밖에서 알아주는 건 한 사람이다. 회사 다녀 본 사람은 안다. 발표는 한 명이 하고, 자료는 다른 한 명이 만든다.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칭찬받는 건 발표한 쪽이다. (나도 남이 만든 자료로 칭찬을 받아 본 적 있다.)

조연 캐릭터 스틸은 한 장에 세 칸으로 나왔다. 포커 테이블에서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곽동욱, 흰 셔츠 차림의 하마, 밤길에 꽃다발을 든 장태희. 셋 중 제일 편해 보이는 쪽은 곽동욱이다. 한때 전설이었다가 지금은 베트남 동네 판이나 전전하는 사람인데 그렇다. 좀 웃겼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컷

이 영화에서 제일 말이 많이 나온 쪽은 따로 있다. 래퍼가 본명으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고 처음 연기를 했다.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의 무법자고, 얼굴 절반이 문신이다. 요즘 예능이라면 이걸 어떻게 다뤘을까. 관찰 카메라가 먼저 붙는다. 대본 받는 날, 거울 앞에서 혼자 연습하는 뒷모습. 자막은 '인생 첫 연기'. 스튜디오 패널들이 돌아가며 감탄한다. 몰래 온 손님으로 상대 배우가 들어온다. 끝은 눈물이다.

감독은 분량이 많지 않아도 임팩트가 필요해서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사람을 못 찾던 차에 상대 배우가 가져온 자유 연기 영상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했고, 한국어보다 영어를 편해하는 것 같아 대사에 영어를 많이 섞었다고 했다. 초반과 말미를 합쳐 3분 남짓 나온다. 준비는 저쪽에서 다 했다. 의외라고 말하는 건 늘 이쪽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포스터

영화는 그 수순을 밟지 않는다. 문신 덮은 얼굴로 세워 놓고, 영어로 말하게 두고, 할 일 시키고 뺀다. 사연을 붙여 주지 않고 분량을 늘려 주지도 않는다. 애초에 늘릴 자리가 없었다. 감독은 네 시간 반짜리 가편집본을 두 시간 안팎으로 줄이면서 공들여 찍은 도박 장면부터 들어냈다고 했다. 실제 패로 베팅까지 하면서 찍은 판들이었다는데 그것부터 날아갔다.

끝은 포커 테이블 하나다. 야쿠자 쪽 사람이 판을 깔고, 일본과 베트남 거물들이 모이고, 국경을 넘나들며 판이 커지는데, 마지막에 남는 건 테이블 하나와 마주 앉은 두 얼굴이다. 나는 커진 판보다 줄어든 테이블 쪽이 눈에 들어왔다. 돈을 그만큼 들여서 결국 둘이 앉는다.

나는 포커를 배울 생각이 없다. 총무팀이 작년 체육대회 때 사다 놓은 화투가 아직 서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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