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4)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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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89개에 있어요.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가만히 있는 걸 못한다. 불안하면 다리를 떨고, 다리를 떨다가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고, 열었다가 그냥 닫는다. 남들이 침착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건 타고난 거라고 투덜대면서 또 냉장고를 연다. 그게 다다. 아무튼 고양이 영화를 봤다. 사람이 다 없어진 세상에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혼자 산다. 어느 날 물이 차올라서 집이 통째로 잠기고, 고양이는 지나가던 낡은 돛단배에 겨우 올라탄다. 근데 배에 카피바라가 먼저 타 있다. 그다음에 반짝이는 것만 보면 끌어안는 여우원숭이가 타고, 무리에서 떨어진 리트리버가…

우리가 흔히 두려움을 이겨 냈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대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사라진 두려움과 데리고 사는 두려움은 다른 것이다. 앞의 것은 한 번의 사건이고, 뒤의 것은 하나의 태도다. 이기는 것은 상대를 없애는 일이지만 데리고 사는 것은 상대를 인정한 채로 걸음을 옮기는 일이다.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대개 앞의 것을 보여 주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된다. 나는 이 영화가 뒤의 것을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왜 그런지를 말해 보려 한다. 라트비아의 감독이 블렌더라는 무료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