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4

트루 디텍티브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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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캔으로 만든 작은 사람들의 입

삐딱하게보기· 2026. 10. 27.· 2,529자

맥주 여섯 캔. 2012년의 러스트 콜이 심문실에 들어오며 요구한 것은 그것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싼 맥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질문에 답하는 내내 빈 캔을 자르고 접어 사람 모양을 만든다. 빨간 별이 찍힌 흰 캔이 손 안에서 팔다리를 얻고, 마신 자리가 입이 된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범인보다 그 캔 인형을 오래 보았다. 이 글은 그 작은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먼저 생김새. 캔은 흰 바탕에 빨간 별이 찍힌 값싼 라거다. 러스트는 뚜껑 쪽 테두리를 잘라 접어 머리를 만드는데, 마실 때 입을 대는 구멍이 그대로 입이 된다. 그래서 인형은 전부 입을 벌리고 있다. 웃는 입이 아니다. 비명을 지르는 얼굴을 그린 옛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길고 검은 구멍이다. 미술을 맡은 사람이 뒷날 밝힌 바로는 처음에는 뚜껑을 통째로 머리로 썼는데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버렸고, 캔 두 개를 쓰는 안도 있었는데 최대한 덜어낸 지금 모양으로 갔다고 한다. 캔의 별이 인형 몸 한가운데 오는 것은 우연이었다고도 했다.

이 인형이 처음 나오는 것은 3회 심문실이다. 그 뒤로 러스트가 말을 길게 할 때마다 손은 캔을 만진다. 5회, 그 유명한 「시간은 평평한 원이다」를 말하는 동안에도 손은 쉬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그가 그 말을 하며 캔을 눌러 평평한 원을 만들었다고 기억하는데, 뒷날 확인한 글에 따르면 찌그러진 캔을 들어 보이는 것은 그 독백과는 다른 대목이다. 기억이 두 장면을 붙여 놓는다. 그만큼 그 손놀림이 말보다 세게 남았다는 뜻이다.

왜 이것이 소품 중의 소품인가. 이 드라마에는 손으로 만든 물건이 하나 더 있다. 범인의 것이다. 1995년 첫 현장, 사슴뿔을 쓰고 기도하듯 무릎을 꿇은 여자의 주위에 나뭇가지를 엮은 격자 조각들이 서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새를 잡을 때 쓰는 덫을 닮았다고 하고, 악마의 그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같은 물건이 사라진 소녀의 놀이집에서, 버려진 학교에서, 르두의 은신처에서, 마지막 회의 카르코사 굴 속에서 아이들 옷과 뼈 사이에 다시 나온다. 만든 쪽이 밝힌 재료는 진흙, 헌옷 가게에서 사 온 아이 옷을 찢은 것, 뿌리, 노끈, 짐승의 힘줄, 갈대, 나뭇가지, 탄 나무다. 대본은 이 조각에 셋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선 무늬가 있을 것, 혼자 서 있을 것, 사다리처럼 가로대가 있어 위로 오르는 느낌을 줄 것.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는 손으로 작은 사람을 만드는 남자가 둘 있다. 한 사람은 아이 옷과 뼈로, 한 사람은 맥주캔으로. 한 사람은 누가 봐 주기를 바라며 들판에 세우고, 한 사람은 심문실 탁자 위에 두고 아무도 보지 않는 척한다. 범인의 격자는 위로 오르라고 가로대를 달았고, 러스트의 인형은 입을 벌린 채 서 있다. 나는 이 대응이 대본에 적혀 있었는지 모른다. 모름지기 좋은 소품이란 대본이 말하지 않은 것을 대신 말하는 물건이다. 이 인형이 하는 말은 이렇다. 나도 저 사람과 같은 손을 가졌다. 다만 나는 사람을 쓰지 않고 캔을 쓴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 1 스틸컷

인형이 인물을 대신 말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러스트의 방은 매트리스 하나, 흰 벽, 십자가 하나로 되어 있다. 미술 쪽은 이 사람에게 사건 말고는 아무것도 들여놓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인형이다. 그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딸을 잃은 뒤 사람은 더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설교하는 남자가, 손은 쉬지 않고 사람 모양을 낳는다. 나는 이 모순을 대사 백 줄보다 믿는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물건에 질투가 난다. 캔 하나를 어떻게 자르면 비명이 되는가를 알아낸 사람이 있다. 그것을 말하는 장면마다 손에 들려 주기로 정한 사람이 있다. 아마 작은 방에서 캔을 수십 개 버리며 접었을 것이다. 상상이다. 그러나 완성된 모양이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미술 쪽 말로 확인된다. 나라면 못 했다. 나라면 인형에게 눈을 그렸을 것이고, 그 순간 이것은 공예품이 되어 죽었을 것이다. 눈이 없고 입만 있어서 이 인형은 살아 있다.

세월이 소품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적어 두고 싶다. 들판의 격자 조각들은 하루 이틀 쓰고 버려졌다고 한다. 임시로 세운 것들이다. 반면 캔 인형은 이야기 안에서 17년을 산 사람이 지금 눈앞에서 만든다. 하나는 과거의 유물이고 하나는 현재의 손놀림이다. 드라마가 과거를 증언으로만 보여 주고 현재는 두 사람의 얼굴과 손으로만 보여 주는 구조와 꼭 맞는다. 그것도 우연이었을까. 우연이라면 더 질투가 난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 1 포스터

마지막 회에 러스트는 격자가 가득한 굴로 들어간다. 사슴뿔과 노란 천을 씌운 뼈가 있고, 아이들 옷이 있고, 그는 거기서 배를 찔린다. 그가 심문실에서 만든 작은 사람들이 그 굴의 축소판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범인은 사람으로 집을 지었고 러스트는 캔으로 그 집을 미리 그려 보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범인을 찾아낸 것은 추리가 아니라 같은 손의 기억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내 상상이고, 드라마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만 과장을 허락해 달라. 모든 수사는 범인의 손을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어 보는 일이다. 이 드라마는 그것을 맥주 여섯 캔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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