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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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음
캘빈, 그거 질 나쁜 얼음이야. 1화에서 보드카 공장의 스탠 크로커가 하는 말이다. 백만분의 천백구십. 사람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음. 캘빈은 바다에서 건진 얼음덩이를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고, 지금 막 건져 온 얼음은 나중에 밝혀지지만 바다 밑에 사는 것의 둥지 점액이 묻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서 괴물을 가장 먼저 감지한 기관은 해양 연구소도 해경도 아니고 프리미엄 보드카의 품질 관리 부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웃었고, 웃고 나서 조금 미안했다. 사람이 둘로 갈라지는 드라마를 보면서 수질 검사에 웃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빌로우」는 진지한 드라마다. 아버지가 집과 함께 가라앉고, 마을이 투표로 사라질 뻔하고, 바다 밑의 어미가 알을 품을 찬물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진지한 얼굴로 찍은 장면들 가운데 상황의 논리만 따라가면 웃기는 것들이 있다. 여섯 개를 골랐다. 미리 말하면 이것은 비웃음이 아니다. 비웃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저 사람보다 낫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나는 저 마을 사람들보다 나을 자신이 전혀 없다. 보드카 공장에 얼음을 들고 갔다가 거절당하면 나도 깎아 줄 테니 받아 달라고 했을 것이다. 캘빈이 실제로 그렇게 한다.
- 백만분의 천백구십. 스탠은 숫자를 자릿수까지 정확히 읽는다. 자기네 프리미엄 보드카를 더러운 옛 얼음으로 더럽힐 수 없다고도 한다. 그 공장 이름이 블루 아이스다. 바다에서 사람을 삼키는 것이 코앞까지 왔는데 마을에서 유일하게 계측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술의 순도를 지키는 사람이다. 순도를 재는 기계는 있고 사람을 재는 기계는 없다는 것이 이 마을의 첫 번째 사정이고, 그 사정은 6화까지 한 번도 고쳐지지 않는다.
- 이틀 더 묵겠다는 손님. 캘빈 집은 민박을 친다. 1화에서 손님 키스 프랫 부부가 웨이드에게 이틀 더 머물고 싶다고 하고, 웨이드는 얼마든지 있으라고 하고, 캘빈은 들어오다 그 말을 듣고 귀향의 해라 방이 필요하다고 난색을 보인다. 손님들은 주말에 해안길을 걸을 계획이다. 2화에서 제이가 전한다. 민박 손님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짐은 그대로 있다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운 문장은 비명이 아니라 이 숙박업 보고다. 재난이 와도 체크아웃 문제는 남는다.
- 플라밍고. 폰다는 캘빈이 얼음을 들고 오기 전부터 만에 이상한 일이 생긴다고 걱정한다. 그 예로 든 것이 플라밍고의 출현이다. 뉴펀들랜드에 분홍 새가 날아왔다. 그녀는 극단적인 날씨가 철새의 길과 해류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새는 그 뒤 총에 맞아 죽는다. 세상이 끝나기 전에 보내는 첫 신호가 예쁘면 사람은 그것을 신호로 보지 않고 과녁으로 본다.
- 빈 반지 상자. 노아는 메리에게 청혼할 반지를 들고 왔다가 잃어버린다. 4화, 자기가 죽을까 두려워진 노아는 마을회관 간이침대에서 빈 상자를 열어 보이고 메리는 반지 없이 받아들인다. 그 반지는 그 사이 리틀팟록에 가 있다. 매기가 훔쳐 웨이드에게 약혼 반지로 끼워 준 것이다. 6화에서 웨이드는 빙산을 향해 총을 쏘는 메리 옆에서 그 반지를 돌려준다. 반지 하나가 청혼 상자에서 괴물 섬의 손가락을 거쳐 소총 든 신부에게 돌아오는 동안 어떻게 훔쳤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마 편집일 것이다.
- 때리고 사과하는 과학자. 6화에서 크로커 부녀가 폰다를 찾아와 캘빈에게 작전을 접으라고 무전하라 한다. 직장을 뺏겠다는 협박도 한다. 폰다는 돈에는 관심 없다고 말하고, 잰이 무전기를 잡아채려 하자 얼굴을 친다. 그러고는 길게 사과한다. 사람 열아홉이 죽은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사과받는 폭력이 이 한 대라는 점이 이상하고, 그 이상함이 맞다. 예의는 주먹보다 늦게 오지만 꼭 온다.
- 큰오징어 양조장. 한 해가 지나고 캘빈은 양조장을 열었다. 이름이 큰오징어 양조장이다. 배 세 척을 가라앉힌 것의 이름을 간판에 걸고 술을 판다. 1화에서 바다 얼음은 사람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6화에서 그 바다 자체가 상품이 되어 관광객을 부른다. 누군가 말한다. 이제 적어도 우리 모두가 얼마짜리인지는 알게 되었다고.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닌데, 농담으로 한 말보다 정확하다.
이 드라마는 자기가 웃긴다는 것을 아는가. 절반은 안다고 본다. 사과하는 주먹과 큰오징어 양조장은 분명히 쓴 사람이 웃으라고 쓴 것이다. 작품 소개도 따뜻한 유머를 앞세운다. 그런데 반지의 여정과 플라밍고의 최후는 모르는 것 같다. 그 둘은 설명 없이 지나가고, 설명 없이 지나가는 것은 보통 쓴 사람이 거기서 웃음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모르고 웃긴 장면이 알고 웃긴 장면보다 늘 더 웃기다는 것이 이 세계의 이상한 규칙이고, 그 규칙은 드라마에도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도 내가 가장 진지할 때 가장 웃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칸만 더 가 보면 이렇다. 이 마을은 괴물을 이긴 적이 없다. 괴물은 깊은 물로 끌려갔고, 그 자리에 간판이 섰다. 사람들은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에 이름을 붙여 팔면서 다음 재난을 기다린다. 간판 아래서. 아마 얼음을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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