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술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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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은 이유가 보이는 사람, 안 보이는 사람

활보러· 2026. 10. 31.· 3,007자

결론부터 적는다. 이 프로그램의 캐스팅은 됐다. 다만 열셋 중 한 사람은 왜 뽑았는지 끝까지 보이지 않았고, 그게 캐스팅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술래게임」은 디즈니+가 9월 30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 편으로 내놓은 추격 서바이벌이다. 열세 명이 뛰고, 그 안에 술래 하나가 숨어 있다. 연출자가 밝힌 섭외 기준은 두 가지였다. 뛰는 능력과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 다른 자리에서는 피지컬, 두뇌, 정치 셋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염두에 뒀다고도 했다. 이 장르에서 섭외 기준은 곧 설계도다. 서바이벌 예능은 배역을 주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고르고, 그 사람이 규칙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찍는다. 그러니 점검할 것은 「누가 잘했나」가 아니라 「이 사람을 뽑아서 이야기가 어디로 갔나」다. 우승자와 준우승자는 이미 많이 이야기됐으니 빼고, 나머지에서 넷을 본다. 그리고 한 사람을 더.

이준수 — 얼굴이 설계였다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자기 강점을 「제가 가진 선한 얼굴로 친해진 다음에 배신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보통 이런 말은 예고편용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했다. 두 번째 메인 매치에서 황재균을 속였고, 황재균은 「스무 살 어린애한테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연출자는 이 사람이 해맑게 웃으며 당하는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먼저 뒤통수를 칠 줄도 알더라고 했고, 황재균이 꼭 한 번 잡겠다고 날을 세울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 선택을 세 개로 줄이면 이렇다. 첫째, 첫 데스매치에서 자기를 제물로 삼았던 신지은에게 되갚는 쪽으로 아이템을 넘겼고 신지은이 떨어졌다. 그때 한 말이 「제가 얼마나 쓸데 있는 녀석인지 보여줘야 했다」였다. 둘째, 팀전에서 가짜 정보가 적힌 수첩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작전에 들어갔다. 셋째, 마지막 메인 매치에서 194센티미터의 몸을 카메라 없는 좁은 곳에 넣고 사라졌다. 속이기, 되갚기, 숨기. 셋 다 「선한 얼굴」이 전제다. 얼굴을 믿어 주지 않으면 하나도 안 된다. 어린 시절 가족 예능으로 알려진 이력이 그 얼굴을 보증했고, 그는 그 보증을 담보로 썼다. 캐스팅이 이야기를 바꾼 가장 분명한 지점이다. 이 사람이 없었으면 황재균은 뛰기만 했을 것이다.

술래게임 스틸컷

신지은 — 한 장면으로 충분했다

첫 메인 매치 「경찰과 도둑」에서 그는 취조 과정에서 일부러 거짓말을 해 팀 안의 배신자를 드러냈다. 추격전에서 뛰지 않고 말로 한 사람을 잡은 첫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이 추격전에 마피아 게임을 얹은 구조라는 것을, 규칙 설명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보여 준 셈이다. 그 뒤 첫 데스매치 2라운드에서 이준수를 제물로 골랐다가 되갚음을 받고 떨어졌다. 둘째 탈락자다.

짧았지만 안 된 캐스팅은 아니다. 「말로 잡는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초반에 한 사람이 증명해야 뒤의 술래 투표가 긴장을 갖는다. 그 몫을 그가 했다. 다만 그를 떨어뜨린 것이 자기가 건드린 사람이라는 점은 이 장르가 늘 가는 길이다. 먼저 찌른 사람이 먼저 찔린다. 거기까지는 예상 안에 있었고, 프로그램도 거기서 더 가지 않았다.

육준서 — 뛰는 쪽의 기준점

첫 매치에서 말왕에게 기습 태클을 날린 장면은 다들 이야기하니 넘어간다. 내가 본 것은 그 뒤다. 그는 회유를 거부했다. 추격전과 심리전이 섞인 판에서 심리전 쪽 제안을 받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어야 「뛰는 쪽」의 기준이 선다. 그가 그 기준이었다. 팀전에서 레드 팀에 있었고 팀 전원이 탈락 후보가 됐으며, 경매 데스매치를 넘겼지만 마지막 메인 매치에서 태그 공격조로 뛰고도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가 떨어졌을 때 윤상현은 뭉클하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뒤에 말했다. 경쟁자가 떨어졌는데 좋아하지 않는 장면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 그 장면이 이 사람에게 걸렸다는 것은 그가 판 안에서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 말해 준다. 뛰기만 하는 사람은 미움을 덜 산다. 이 캐스팅은 충분했다. 더 쓸 수 있었는가는 다른 문제다.

술래게임 스틸컷

장은실 — 설계와 결과가 어긋난 자리

연출자는 그를 일대일 피지컬 대결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그래서 정면 승부를 택한다고 했다. 그렇게 뽑힌 사람이 떨어진 자리는 뛰는 게임이 아니라 경매였다. 상대의 승부욕을 건드린 쪽이 이겼고, 승부욕이 센 쪽이 졌다. 설계도대로 뽑은 사람이 설계도 바깥의 종목에서 나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캐스팅 실패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면 승부형」을 뽑아 놓고 정면 승부가 아닌 종목을 준 것이 이 프로그램이 한 선택이고, 그 선택이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만 그가 뛰는 장면이 더 있었으면 그 탈락이 더 아팠을 것이다. 그 점에서는 모자라다.

술래게임 스틸컷

가장 덜 쓰인 사람

경수진이다. 오프닝에서 박지민과 지지원이 그를 외면하고 먼저 나갔고, 그는 감옥으로 갔다. 첫 술래 투표에서도 그는 빠져 있었다(술래는 경수진을 제외한 열둘 중에 있다고 공개됐다). 첫 데스매치 1라운드에서 감옥 연합의 공작에 밀려 첫 탈락자가 됐다. 그러니까 그는 뛰는 장면도, 말로 누굴 잡는 장면도 거의 없이 나갔다. 뒤에 함께 나왔던 출연자 한 사람은 그가 실력이 아니라 운 때문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섭외 기준이 뛰는 능력과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었다면, 그 둘 중 어느 쪽도 화면에 나오기 전에 끝난 것이다. 이 장르에서 첫 탈락자는 늘 이렇게 된다. 알고 있다. 그래도 열셋 중 하나를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게 이 캐스팅 점검에서 유일하게 「안 됐다」로 남는 항목이다.

정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배역 대신 사람을 뽑았고, 뽑은 이유가 화면에 나온 사람이 열둘, 안 나온 사람이 하나다. 속이는 얼굴 하나, 말로 잡는 사람 하나, 뛰기만 하는 사람 하나, 정면 승부형 하나가 각자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칸씩 밀었다. 캐스팅은 됐다.

(덧) 같은 연출자의 전작 서바이벌에 나왔던 두 사람, 빠니보틀과 박지민이 만나자마자 게임 안에서 서로를 대놓고 싫어했다는 것은 연출자가 직접 한 말이다. 경력자 둘을 한 판에 넣으면 보통 연합이 된다. 여기서는 반대로 갔고, 그 둘이 같은 팀으로 열여섯 시간을 뛰게 된 것은 캐스팅이 아니라 팀 추첨이 한 일이다. 캐스팅은 판을 깔고, 운이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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