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술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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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분이 결승까지 갔습니다

심장쫄깃러· 2026. 10. 31.· 2,649자

요즘 마음이 어떠신가요. 뛰는 사람들을 열 시간 넘게 보고 나면, 저는 이상하게 제 마음부터 돌아보게 됩니다. 「술래게임」은 디즈니+에서 9월 30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 편으로 나온 추격 예능이에요. 열세 분이 넓은 터에서 쫓고 쫓기고, 그 사이에 정체를 숨긴 술래 한 분이 섞여 있습니다. 결승은 열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우승은 4초 차이로 갈렸어요. 이렇게만 적으면 심장 센 분들의 프로그램 같지만, 제가 본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지금 어떤 마음이신지에 따라 이 프로그램이 다르게 닿을 것 같아서, 상황별로 나눠 적어 볼게요. 이 글에는 우승자와 술래의 정체가 들어 있으니, 그래도 괜찮으신 분만 읽어 주시면 됩니다.

남들보다 느리다고 느끼는 분께

박지민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연출자는 이분을 두고, 자기가 몸으로는 밀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머리로 겨루는 쪽에 집중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어요. 그리고 이분은 처음부터 술래였습니다.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뛰지 않는 방법으로 버텼고, 중반에 정체를 들켜 감옥에 갔다가, 끝내 결승 다섯 자리 중 하나에 앉았습니다. 끝나고 이분이 한 말은 이랬어요.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게 영광이고, 너무 힘들었지만 진짜 뿌듯하고 행복했던 경험이었다고요.

느린 분이 느리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듭니다. 인정한 다음에야 다른 길이 보여요. 이분은 그 길을 끝까지 갔습니다. 다만 조심할 점이 있어요. 이분의 길은 다른 분들을 속이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술래라는 역할이 그랬으니까요. 느려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것과 남을 속이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 둘을 나눠서 보시면 이분의 결승이 더 또렷하게 보일 거예요. 이분은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다섯 중 하나로 끝났어요. 그래도 저에게는 이분의 결승이 우승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술래게임 스틸컷

괜히 의심받아 본 적 있는 분께

첫 번째 술래 투표에서 표는 윤상현이라는 분에게 몰렸습니다. 술래가 아니었는데도요. 이분은 나중에 인터뷰에서, 첫 메인 매치 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으면서 동시에 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유독 긴장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술래로 지목됐을 때 감옥에 있던 분들에게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술래 투표에서는 김똘똘이라는 분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는데, 이분도 술래가 아니었어요.

의심은 증거보다 분위기에서 옵니다. 튀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 오히려 눈에 띄고, 가장 많이 지목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어요. 지금 비슷한 자리에 계신 분이라면 이 장면들이 조금 쓰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윤상현이라는 분은 그 뒤 결승까지 갔고, 끝나고는 섭섭한 것 전혀 없이 시원했다고 말했어요. 의심받은 다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순서가 위로가 됐어요.

싫은 사람과 한 팀이 된 분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회의 팀전은 열여섯 시간이 걸렸습니다. 빠니보틀이라는 분과 박지민이라는 분은 같은 팀이었는데, 연출자의 말로는 두 분이 만나자마자 게임 안에서 서로를 대놓고 싫어했다고 해요. 박지민이라는 분이 다른 분에게 「빠니보틀은 나랑 진짜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 팀은 졌어요. 팀 전원이 탈락 후보가 됐습니다. 그런데 열여섯 시간이 끝났을 때 두 분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이기지 못했는데 왜 안았을까요. 아마 같은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버틴 사람만이 아는 것이 있었을 거예요. 맞지 않는 사람과 묶여 긴 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장면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좋아하게 되지는 않아도, 함께 버틴 시간은 남습니다. 조심할 점은 하나예요. 그 눈물이 화해였는지는 화면이 말해 주지 않습니다.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거기에 제 바람을 얹지는 않으려고 해요.

술래게임 스틸컷

다 끝냈는데도 후련하지 않은 분께

양다일이라는 분은 맨발로 뛰다가 발가락을 다쳤습니다. 발톱이 들리고 피가 날 정도였는데도 경기를 멈추지 않았고, 절뚝이면서 상대를 쫓아다녔어요. 마지막 메인 매치에서는 1위를 해서 가장 먼저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이분이 한 말은 이랬어요. 후련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미련이 남는다고, 너무도 고된 촬영이었는데 자기는 이게 좋다고요.

다 했는데도 후련하지 않은 마음은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몸을 다 쓴 사람일수록 끝이 깔끔하지 않습니다. 남은 미련은 덜 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걸었다는 뜻일 거예요. 지금 그런 마음이신 분이라면 이분의 마지막 말을 한 번 더 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미련이 남는다는 말 뒤에 「저는 이게 좋다」가 붙어 있어요. 둘은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련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옆에 좋았던 것을 하나 놓아 두는 쪽이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지금 몸이 많이 지쳐 있는 분께

이분들께는 지금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몸이 아픈 장면이 많아요. 맨발, 들린 발톱, 다리를 다친 채 뛰는 결승, 열 시간, 열여섯 시간. 연출자는 응급팀이 항상 대기했다고, 출연자들이 몰입하다 보면 옷을 벗고 뛰기도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결승이 끝나고 황재균이라는 분은 진짜로 죽을 뻔했다고 했고요. 몸이 바닥인 상태에서 보면 보는 것만으로 더 지칠 수 있어요. 나중에 몸이 돌아왔을 때 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술래게임 포스터

이 프로그램에서 제게 제일 오래 남은 장면은 추격이 아니라, 열여섯 시간 끝에 서로를 안은 두 분이었습니다. 지금 주변에 긴 하루를 버티는 분이 계시다면, 무슨 말을 해 주기보다 그냥 옆에 앉아 계셔 주세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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