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에덴의 동쪽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예습하고 갔는데도 당했다

예민한책장· 2026. 10. 31.· 2,792자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미리 알고 가신 분들, 그러니까 형이 동생을 들판으로 데려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아시는 분들께 먼저 말씀드린다. 나도 알고 갔다. 원작이 1952년 소설이고 1955년에 영화가 됐다는 것, 형제가 둘씩 두 세대에 걸쳐 나온다는 것, 아버지가 한쪽 선물만 좋아한다는 것까지 예습을 마치고 앉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곱 시간 동안 내가 한 일은 수순을 하나씩 읊으며 체크하는 일이었다. 체크는 거의 다 됐다. 그런데도 당했다. 어디서 당했는지를 적는다.

예상 수순

  1. 엄한 아버지, 편애받는 큰아들, 이를 가는 작은아들
  2. 어느 밤 피투성이로 문 앞에 나타나는 정체 모를 여자
  3. 결혼, 서부행, 「여기에 낙원을 짓겠다」 선언
  4. 출산 직후 아내의 가출과 남편의 긴 침묵
  5. 쌍둥이의 성장, 착한 쪽과 어두운 쪽
  6. 어두운 쪽이 착한 쪽에게 어머니의 정체를 폭로
  7. 착한 쪽의 입대와 전사
  8. 임종 자리의 용서 한마디

여덟 개 전부 따랐다. 하나도 빼지 않고 순서대로. 1899년 코네티컷에서 아버지는 두 아들을 군인처럼 키우고, 밤에 피투성이 여자가 문 앞까지 오고, 큰아들은 그 여자와 결혼해 캘리포니아로 가서 낙원을 짓겠다 하고, 여자는 쌍둥이를 낳자마자 남편을 쏘고 나가고, 아이들은 자라고, 어두운 쪽이 착한 쪽을 어머니의 집에 데려가고, 착한 쪽은 군대에 가서 프랑스에서 죽고, 아버지는 침대에서 한 단어를 내놓는다. 밥상이 1952년에 차려져 있었으니 차려진 대로 먹은 셈이 되겠다.

따르긴 했는데, 숟가락 자리가

첫 번째로 당한 데는 순서다. 쌍둥이가 청년의 얼굴로 나오는 건 6회부터다. 그러니까 「카인과 아벨」로 알려진 그 이야기는 일곱 회 중 뒤의 두 회에 몰려 있고, 앞의 다섯 회는 그 부모 세대, 정확히는 어머니가 될 여자의 이야기다. 예습한 분들은 여기서 한 번 당하신다. 아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다섯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 다섯 시간이 지루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예습에 없던 사람들이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두 번째로 당한 데는 보안관이다. 수순대로면 보안관은 결혼사진으로 범인을 알아보고 수갑을 꺼내야 한다. 이 드라마의 보안관은 사진으로 알아보고는 거래를 건다. 새 이름을 그대로 쓸 것, 머리색을 어둡게 할 것, 그 가족 근처에 가지 말 것. 남편을 쏜 여자가 같은 동네에서 영업을 이어 가는 데 대해 법은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1900년 살리나스의 행정이 그랬는지 각본의 결단이었는지, 민간인인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이 보안관은 마지막 회에서 여자의 집을 털고 달아나는 남자를 쏘아 넘어뜨리는 것으로 자기 몫을 한다. 수갑 대신 거래, 체포 대신 사격. 구수하다.

에덴의 동쪽 스틸컷

밥상을 물린 사람들

수순에 없던 인물이 밥상을 물렸다. 집안일을 맡은 중국인이다. 장르의 예의대로라면 이 사람은 뒤에서 차를 내오고 가끔 지혜로운 말을 한 줄 하고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 영어와 중국어 책을 파는 서점을 내겠다며 집을 나가고, 차이나타운 밖에는 가게를 못 내준다는 중개인 앞에서 돌아서고, 1916년에 돌아오면서 조건을 건다. 집안 지출은 자기가 관리할 것, 말투를 꾸미지 않을 것, 아이들을 키운 자기 역할을 존중할 것. 고용주는 전부 받아들인다. 하인이 고용 조건을 재협상하는 가족 시대극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작은아들에게 5천 달러를 빌려준 사람이고, 마지막 회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손을 포개 준 사람이다. 차를 내오는 역할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물린 것은 「착한 쪽」이다. 수순상 착한 아들은 착해야 한다. 이 드라마의 착한 아들은 대학 합격 소식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이웃집에서 먼저 축하를 받고, 대학에 가서는 실망하고, 소녀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를 받은 소녀가 집안일 맡은 사람에게 털어놓는 말이 있다. 편지 속의 자기는 실제의 자기가 아니라 그가 상상한 티 없이 순결한 판본이라는 것. 착한 아들이 착한 게 아니라 착한 것만 보기로 한 사람이었다는 설정이고, 그래서 어머니의 집에서 어머니를 본 순간 아니라고 소리치며 뛰쳐나가는 것이 수순이 아니라 결과가 된다. 입대할 때 남긴 쪽지에는 자기가 당신들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체크 표시를 지웠다.

세 번째는 아버지다. 엄한 아버지는 엄한 채로 죽어야 수순인데, 1회에서 아들들이 군 기록을 뒤져 보니 아버지는 1862년에 몇 달 복무했을 뿐 그가 말하던 전투에는 없었다. 평생 군인 행세로 아들들을 조련한 사람의 이력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첫 회에 밝혀지고, 그 아버지의 회중시계는 7회에서 큰아들의 손을 거쳐 손자에게 간다. 돌아올 집이 늘 있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거짓 이력의 시계가 집으로 돌아오라는 뜻으로 건네지는 데 대해 드라마는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아무튼.

에덴의 동쪽 포스터

과연

그리고 「과연」 한 번. 검은 집의 여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경찰도 남편도 아들도 아니라는 점이다. 수순대로면 비밀이 폭로돼 몰락해야 한다. 여기서는 아무도 폭로하지 않는다. 한 달에 100달러를 요구하는 옛 동료가 있고, 여자는 그 동료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군 밖으로 내보내고, 그 뒤로 내내 사람을 시켜 그 동료가 어디 있는지 찾는다. 그리고 여자의 귀에만 들리는 죽은 남자의 목소리가 마무리를 지으라고 재촉한다. 비밀은 끝까지 비밀이고 여자는 혼자 무너진다. 몰락의 수순에서 폭로를 빼면 무엇이 남는지, 이 드라마는 그것을 7회에 걸쳐 보여 준 것이라 하겠다.

볼까 말까 하시는 분들께. 수순을 아시는 분일수록 당한다. 모르시는 분은 7회에서 한 단어를 두고 눈물이 나실 것이고, 아시는 분은 6회에서 하인이 고용 조건을 내거는 장면에서 먼저 무릎을 치실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구수한 쪽은 보안관이다. 추천한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에덴의 동쪽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