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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관습, 지킨 것과 비튼 것

활보러· 2026. 10. 29.· 2,362자

100분이다. 58분짜리 애니메이션이 2년 전에 있었고, 그 전에 143쪽짜리 원작 만화가 있었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째로 보는 셈인데, 이번에는 사람이 연기한다. 그림 그리는 소녀 둘의 이야기는 장르가 따로 있다. 재능 있는 아이가 더 재능 있는 아이를 만나고, 둘이 같이 가다가 갈라지고, 하나를 잃고, 남은 하나가 계속한다. 이 장르가 늘 밟는 길을 열 개로 세워 놓고, 이 영화가 어디서 지키고 어디서 깨고 어디서 비틀었는지 하나씩 표시한다.

룩백 스틸컷
  • 재능은 남의 그림으로 알게 된다 · 지킴. 학교 신문에 나란히 실린 두 사람의 네컷. 후지노는 자기 그림 옆에 놓인, 학교에 안 나오는 동급생의 그림을 보고 책상 앞에 앉는다. 원작 그대로다. 이 장르의 출발점을 바꿀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 수련은 몽타주로 압축된다 · 비틂. 애니메이션은 창밖으로 계절을 빠르게 흘려보내며 그리는 시간을 눌러 담았다. 실사는 반대로 계절마다 머문다. 2월부터 5월까지 겨울과 봄, 7월에 여름, 11월에 가을을 나눠 찍었고 전부 35mm 필름이다. 압축 대신 체류. 이 선택 하나가 100분의 대부분을 설명한다.
  • 라이벌은 동료가 된다 · 지킴. 졸업식 날 졸업장을 전하러 간 집에서 쿄모토가 후지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원작에도 있는 장면이다. 다만 카메라가 다르다. 한 평론은 이날 장면을 속도감 있는 수평 트래킹으로 찍었다고 적었다. 그림이 몸으로 하던 일을 카메라가 대신 뛴 것이다.
  • 어른은 없거나 방해한다 · 깸. 이 장르에서 어른은 보통 공부나 하라는 역할이다. 이 영화는 어른을 셋 세운다.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새로 들어간 설정이고, 담임은 제자를 자랑하는 장면을 갖고, 원작에서 이름도 없던 편집자는 마에다라는 이름과 함께 원작 세 컷에서 마흔 컷 가까이로 불어났다. 두 소녀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 멘토의 한마디가 길을 가른다 · 반쯤 지킴. 편집자가 연재를 제안하며 프로라는 말을 쓴다. 쿄모토 역 배우는 인터뷰에서 그 말이 쿄모토에게 기초부터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을 붙였을 거라고 풀었다. 한마디가 길을 가르긴 하는데, 영화는 그 말에 조명을 비추지 않는다. 지나가듯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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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는 죽고 남은 자는 자책한다 · 비틂. 죽음은 그대로다. 자책이 줄었다. 원작에서 후지노가 쿄모토를 방 밖으로 끌어낸 자기를 탓하는 대사가 실사판에는 없다. 감독은 혼잣말이 실사에서는 가짜처럼 보일 수 있어 독백을 대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자책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이 삭제를 제일 아쉬워한다.
  • 사건은 크게 찍는다 · 깸. 미대 습격 장면은 러닝타임이 늘었는데도 짧고 조용하다. 대신 영화는 사건의 앞쪽을 손본다. 범인의 화면에 출판사 투고 이력이 뜨고, 출판사에서 두 소녀가 어떤 남자와 스쳐 지나간다. 폭발 대신 복선. 이 장르의 팬이 기대하는 크기는 아니다.
  • 「만약」의 세계는 한 번 열린다 · 지킴. 네컷 만화 한 장이 문틈으로 들어가 다른 세계의 쿄모토에게 닿는 구조는 원작과 같다. 그 세계의 후지노는 만화가가 아니라 가라테를 배우는 사람이고, 뒤에서 발차기로 쿄모토를 구한다. 여기까지는 원작의 칸을 옮긴 것이다. 다른 점은 돌아오는 길이다. 쿄모토의 방에 걸린 풍경화 속에서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실사 화면 안에 들어온다.
  • 속마음은 독백으로 들려준다 · 깸. 앞 항목의 연장이다. 혼잣말이 없으니 속마음은 얼굴과 등과 손으로만 온다. 그래서 이 영화는 등을 많이 찍는다. 다만 등 이야기는 이미 많이들 했으니 여기서는 세지 않는다.
  • 극중 만화는 소품이다 · 깸. 두 사람이 처음 투고한 「메탈 퍼레이드」와 후지노의 연재작 「샤크킥」은 실제로 그려졌다. 원작자의 전 어시스턴트가 「샤크킥」 1화 82쪽을 그렸고 극장 특전으로 나눠 줬다. 한 만화 편집자는 쿄모토가 배경을 맡았다는 설정의 「메탈 퍼레이드」 쪽이 배경에 더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소품이 설정을 지킨다.
룩백 포스터

그래서 이 장르의 팬은, 그러니까 천재와 노력가가 한 책상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본 사람은, 이 영화에서 기대한 크기를 두 군데서 못 받는다. 빗속 논길과 미대. 대신 기대하지 않은 것을 받는다. 어른들, 계절, 그리고 죽은 아이의 방에 걸린 그림이 움직이는 몇 초. 이 장르를 모르는 사람, 애니메이션을 안 본 사람에게는 이쪽이 더 편한 입구다. 100분 동안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고, 설명도 안 한다. 열 개 중 지킨 것 셋, 반쯤 지킨 것 하나, 깬 것 넷, 비튼 것 둘. 장르를 바꾸지는 않았다. 속도를 바꿨다. 그 속도가 맞는 사람에게는 충분하고, 안 맞는 사람에게는 긴 100분이다.

(덧) 애니메이션은 엔딩 크레딧 뒤에 그리고 있는 후지노의 등을 깔았는데 실사는 그러지 않는다. 그게 아쉬웠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어느 쪽이든 괜찮다. 등은 이미 충분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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