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7
드래곤볼 슈퍼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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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낱말은 누가 쓰는가
「자마스의 야망, 공포의 인간 제로 계획」. 2기 15화의 제목이다. 악당의 계획에 붙은 이름치고는 단순하다. 인간을 영으로 만든다. 나는 이 제목의 「인간」이라는 낱말을 끝까지 믿지 못했다. 사전에 있는 그 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 작품이 그 낱말을 쓰는 방식을 세 가지 뜻풀이로 나눠 본 것이다.
뜻풀이 1. 인간 — 신이 내려다보는 모든 것
사전은 인간을 사람이라고 적는다. 우리가 이 말을 쓸 때 거기에는 말하는 자기도 들어 있다. 자마스의 입에서 나오는 「인간」은 다르다. 신이 아닌 전부다. 사이어인도, 어느 행성의 원주민도, 지구의 아이들도 한 묶음이다. 그러니 「인간 제로」는 사람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신만 남는 세계라는 뜻이다.
이 말의 온도를 작품은 차 한 잔으로 보여 준다. 7화, 10우주의 계왕신 고와스에게 제자 자마스가 차를 올린다. 고와스는 맛을 칭찬한다. 같은 회차에서 자마스는 오공과 겨루고 지고, 그 패배를 잊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진다. 9화에서는 둘이 어느 행성의 원주민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다. 원주민 하나가 고와스에게 달려들자 자마스가 망설임 없이 베어 버린다. 고와스가 꾸짖는다. 신은 기르고 만드는 쪽이지 없애는 쪽이 아니라고. 자마스는 끄덕이지 않는다.
여기까지의 「인간」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부르는 이름이다. 관찰 대상에게 붙이는 말. 그 말을 쓰는 사람은 그 말 바깥에 서 있다. 바깥에 서 있다고 믿는다.
뜻풀이 2. 인간 — 자마스 자신
통념은 이렇다. 자마스는 신의 자리에서 인간을 심판하려는 자다. 작품의 대사도 그렇게 말하고, 자마스 본인도 그렇게 말한다. 나는 다르게 보았다.
오공블랙의 정체가 밝혀지는 14화와 15화를 보자. 블랙은 다른 시간대의 자마스다. 슈퍼 드래곤볼에 소원을 빌어 오공과 몸을 바꾸고, 원래의 오공을 죽였다. 그 몸으로 치치와 오천까지 죽이는 장면이 회상으로 짧게 나온다. 인간을 없애려는 신이 인간의 몸을 훔쳐서 가장 강해졌다. 블랙은 또 말한다. 트랭크스가 시간을 넘나든 것이 신의 법을 어긴 죄이고, 그 죄가 지금의 자기를 만들었다고. 그런데 시간을 넘나드는 고리는 신의 물건이고, 그것을 스승을 죽이고 손에 넣어 미래로 온 쪽은 자마스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상대의 죄목으로 읊는다.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신의 버릇이 아니라 사람의 버릇이다.
그래서 나는 자마스가 없애려는 「인간」에 자마스 자신이 들어 있다고 읽었다. 그는 바깥에 서 있지 않다. 오공에게 진 신, 스승의 가르침을 못 견딘 제자, 남의 몸을 입은 자. 그 전부가 사전적인 뜻의 인간이다. 18화에서 두 자마스가 합체해 자기 모습이 곧 정의이고 세계라고 선언할 때, 그 몸의 절반은 여전히 오공의 것이다. 정의가 되려는 자가 훔친 몸을 벗지 못한다.
이 풀이는 깔끔하다. 깔끔해서 의심스럽다. 작품이 거기까지 생각했는지 나는 모른다. 자마스가 저렇게 된 이유로 작품이 보여 주는 것은 한 번의 패배와 원주민들의 싸움, 그 둘이 거의 전부다. 어쩌면 작품은 이유를 짧게 둬서 그의 「인간」이 공허하게 들리기를 바랐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짧게 쓴 것일 수도 있다.
뜻풀이 3. 인간 — 손을 드는 사람들
20화. 오공과 베지터의 합체가 풀리고, 트랭크스가 부러진 검을 든다. 그 검에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힘을 보낸다. 2기에서 처음으로 「인간」이 자마스가 아닌 쪽에서 정의되는 순간이다. 자마스의 사전에서 인간은 내려다보이는 것이었다. 여기서 인간은 손을 드는 것이다. 트랭크스는 그 검으로 합체 자마스를 반으로 벤다.
그리고 결말이 두 뜻의 차이를 가른다. 반으로 베였는데 자마스는 죽지 않는다. 몸을 잃고 하늘로 퍼져 그 세계 전체를 덮는다. 끝낸 것은 사람들의 손이 아니다. 오공이 불러온 미래의 전왕, 또 하나의 신이다. 전왕은 자마스를 지우면서 그 세계를 통째로 지운다. 손을 들었던 사람들도 같이 지워진다.
그러니 이 작품 속 「인간」의 뜻은 결말에서 이렇게 갈라진다. 신의 사전에서 인간은 지워지는 것이다. 사람의 사전에서 인간은 지워지기 전까지 하는 것이다. 작품은 두 사전을 다 펼쳐 놓고 어느 쪽도 닫지 않는다. 사람들의 손은 반으로 베는 데까지 미쳤고, 그 이상은 신의 일이었다. 나는 이것이 비관인지 아닌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손을 든 일이 지워졌으니 없던 일인가. 지워진 세계를 본 사람이 둘 남았으니 있던 일인가.
15화의 제목으로 돌아간다. 인간 제로 계획. 계획은 실패했다. 인간은 영이 되지 않았다. 그 세계에서 트랭크스와 마이, 둘이 살아 나왔다. 둘은 영이 아니다. 그런데 둘이 떠나간 새 시간대에는 이미 또 다른 트랭크스와 마이가 산다. 둘 더하기 둘은 넷인가. 작품은 세지 않는다. 인간은 세는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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