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연애박사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뻔한 장애물을 넘는 사람이 누구인가
열두 회 가운데 여덟 회가 방영된 시점에 이 글을 쓴다. 결말은 아직 없다. 그러니 이 글은 끝난 작품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것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논쟁을 미리 정리해 두는 글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밤 열 시에 방영되는 열두 부작이고, 로봇 연구실의 박사과정생 박민재와 의류학과에서 건너온 석사과정생 임유진의 연애가 내용의 전부다. 재벌도 없고 살인도 없고 시간 여행도 없다. 이런 드라마를 싫어할 사람의 논리는 분명하고, 나는 그 논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그쪽 편을 들어 보려 한다.
반론
장애물이 전부 어디서 본 것이라는 반론. 5회에서 민재에게 미국 대학의 박사후연구원 자리 제안이 오고, 7회에 채용 확정 메일이 도착한다. 5회 끝에서 유진의 오빠 임유성이 학교에 나타나 민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시작하고, 8회에서는 민재가 의족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 오빠가 그를 찾아와 헤어지라고 요구한다. 같은 무렵 연구실 동기 김세진은 유진에게 내기를 걸어 두 사람의 관계를 판돈으로 삼는다. 유학, 가족의 반대, 제삼자의 내기. 연애 드라마의 장애물 목록에서 위에서부터 세 개를 뽑아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8회 끝에서 사계절이 지나고,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유진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 민재가 아니라 수학과 교수 이지훈이라는 것도, 다음 회를 보게 하려고 붙인 장치로 읽힐 수 있다.
속도가 들쭉날쭉하다는 반론. 2회에서 유진은 환영회 뒤 취한 채로 골목에서 민재의 옷자락을 잡고 「싫으면 지금 말해요」라고 한 뒤 입을 맞춘다. 그러고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만남에서 입맞춤까지 두 회면 빠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는 다시 세 회가 걸리고, 8회에서는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민재가 같은 회 안에서 마음을 바꿔 떠난다. 빠를 때는 너무 빠르고 느릴 때는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면이 길다는 반론.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컴퓨터를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다투는 장면에 긴 시간을 쓴다. 민재는 합리적으로 나누자고 하고 유진은 자기가 특별히 대접받기를 바란다. 대화는 엇나가고, 한쪽이 상대의 눈치를 보고, 다시 풀린다. 이 과정을 끊지 않고 따라간다. 사건을 원하는 시청자에게 이것은 지루함이다. 이것을 연출의 느긋함이라 부르면 칭찬이고 늘어짐이라 부르면 비판인데, 양쪽 다 같은 장면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야 공정하다. 이 작품은 연출자가 올여름 세상을 떠난 뒤에 방영된 마지막 작품이다. 그 사실이 평가를 후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은 정당하다. 유작이라는 이유로 더 좋아 보여서는 안 된다.
변호
먼저 받아들일 것부터. 장애물의 종류가 익숙하다는 지적은 맞다. 유학과 가족 반대와 내기는 새로운 재료가 아니다. 8회의 미국행 결정이 한 회 안에서 뒤집힌다는 지적도 맞다. 번복이 빠르다. 긴 장면에 관한 반론은 사실 판단으로는 전부 맞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장면이 길다.
반박할 지점은 재료가 아니라 재료를 다루는 손이다. 가족 반대 장면을 보자. 8회에서 오빠가 헤어지라고 하자 민재는 「저 다른 건 포기해도 유진이는 절대 포기 안 합니다」라고 답한다. 흔한 대사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다르다. 민재는 1회에서 사은회장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 갔을 때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말하고 자기가 확인한 것만 진술하는 사람이다. 4회에서 유진이 좋아한다고 말하자 「나는 소심하고 겁도 많고 상처도 있어」라며 물러선 사람이다. 5회에 와서야 빗속에서 「나는 한 번 삼키면 절대로 안 토해. 타 죽어도 절대로 안 토해」라고 말한다. 확인한 것만 말하고 확신 없는 것은 말하지 않던 사람이 「절대」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까지의 거리가 이 드라마의 내용이다. 장애물이 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장애물을 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여덟 시간 동안 쌓아 두었기 때문에, 뻔한 대사가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는 무게가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장애물은 시험 문제가 아니라 답안지를 보여 주기 위한 구실이다.
속도에 관한 반론에 대해서. 2회의 입맞춤이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드라마는 그것을 관계의 시작으로 쓰지 않는다. 유진이 기억하지 못하는 입맞춤은 민재 혼자 짊어진 사건이 된다. 그래서 3회에서 유진이 민재의 상처를 마주하고 연구실을 뛰쳐나갔을 때 혼자 남는 사람이 또 민재다. 4회에서 유진이 퇴원하자마자 민재를 찾아가 자기 수술 자국을 보여 주며 당신 것도 보여 달라고 하는 장면은, 2회에서 한쪽만 기억하던 일을 두 사람이 같이 기억하는 일로 바꾸는 장면이다. 빠른 입맞춤과 느린 확인은 들쭉날쭉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것이다. 한 번은 모르고, 한 번은 알고. 8회의 번복은 다른 문제다. 민재가 메일을 거절하고 유진이 가라고 말하기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것은 받아들인다. 다만 7회에서 유진이 「부모님이 반대하면 만나지 않겠다」고 먼저 말해 두었고, 민재가 메일을 받고 유진을 안은 채 아무 말도 못 하는 장면이 그 회의 끝이었다는 것은 적어 둔다. 번복은 빨랐지만 준비가 없지는 않았다.
긴 장면에 관한 반론은 가장 받아들이기 쉽고 가장 반박하기 어렵다. 그래서 반박 대신 그 장면이 무엇을 하는지만 적는다. 컴퓨터를 나누는 다툼에서 유진은 「내가 좋아하는 거에 비해 날 안 좋아해」라고 말한다. 다툼의 표면은 장비 배분이고 속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8회의 카드 내기 뒤에는 같은 말을 두고 민재는 이별 통보로, 유진은 분풀이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크게 싸운 뒤 몇 마디 만에 웃는다. 이 드라마가 긴 시간을 쓰는 곳은 사건이 아니라 말이 어긋나는 자리다. 어긋난 말이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오는지를 끝까지 보여 주려면 시간이 든다. 그 시간을 지루함으로 느끼는 사람에게 나는 반박할 말이 없다. 다만 이 드라마가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즉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유작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하겠다. 위의 변호 어디에도 연출자의 이름이나 죽음이 근거로 들어가지 않았다. 장면만으로 변호가 되면 유작이라는 사실은 덤이고, 장면만으로 안 되면 유작이라는 사실로도 안 된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 8회의 공항 장면이다. 사계절이 지났고, 유진이 기다리던 사람은 이지훈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민재가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그날이 민재가 오는 날이 아닌 것인지, 유진이 기다리는 사람이 바뀐 것인지. 위에서 변호한 모든 것은 남은 네 회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다. 뻔한 장애물을 정직하게 넘어온 드라마가 마지막에 뻔한 반전으로 돌아선다면 첫 번째 반론이 이긴다.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의 변호는 유지된다. 11월 10일에 다시 확인할 일이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