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연애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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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연애에 관한 민원 다섯 건과 답변서 한 통

예민한책장· 2026. 10. 31.· 3,414자

구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어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접수 번호가 나오고, 담당 부서가 배정되고, 열흘쯤 지나 「귀하의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리며」로 시작하는 답변이 온다. 우리 골목 가로등은 그 뒤에도 한참 안 켜졌다. 그래도 나는 민원을 넣는 쪽이다. 안 켜져도 적어 두면 누가 읽기는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 하겠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도 민원을 넣기로 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밤 열 시에 하는 열두 부작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여덟 회까지 나왔다. 로봇 연구실의 박사과정 선배 박민재 씨와 의류학과에서 건너온 석사과정 신입 임유진 씨가 연애를 하는 이야기다. 접수 시점에 결말이 없으므로, 아래 민원은 남은 네 회의 처리 결과에 따라 자동 취하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민원 1. 거절 직후 병원 직행 건

4회. 유진 씨가 민재 씨를 찾아가 좋아한다고 말하자, 민재 씨는 자기는 소심하고 겁도 많고 상처도 있는 사람이라며 물러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유진 씨가 급성 충수염으로 쓰러진다. 고백이 거절된 인물은 병원으로 보낸다, 이것은 이 장르의 오랜 운영 규정이다. 아프면 상대가 달려오고, 병상에서 마음이 정리된다. 과연 그 수순대로 가는데, 이번에는 달려와 상담을 맡는 사람이 민재 씨가 아니라 수학과 교수 이지훈 씨라는 점이 변칙이다. 교수님은 「네 문제를 찾고, 그 문제의 답을 찾아. 왜 도망갔어?」라고 묻는다. 수학과 교수가 어떤 경위로 연애 상담 업무까지 겸임하게 되었는지 극은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시정 요청: 거절당한 인물이 마음을 정리할 장소로 병원 외의 선택지, 예컨대 도서관이나 버스 정류장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다만 교수님의 저 질문은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어 보류 처리한다.

민원 2. 첫사랑 당일 입장 및 퇴장 건

6회. 연애가 시작되자마자 첫사랑이 나온다. 차서현 씨, 민재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제일 친한 친구이자 첫사랑으로, 같은 대학에 가면 사귀기로 약속까지 한 사이였다고 한다. 「연애 시작 직후 첫사랑 등장」은 이 장르의 표준 공정이라 그 자체는 민원 사유가 되지 않는다. 유진 씨가 앞으로 단둘이 만나거나 집에 찾아오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하고, 민재 씨가 「가장 친한 친구일 뿐」이라고 답하는 것도 서식 그대로다. 그 서식에 서명한 남자가 보통 어떻게 되는지는 이 장르를 두 편 이상 보신 분들이 다 아실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첫사랑을 같은 회 안에서 결혼시켜 버린다. 변수를 꺼내 놓고 변수가 스스로 퇴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 결혼식에서 축가까지 부른다. 시정 요청: 첫사랑을 꺼내셨으면 최소 한 회는 더 써 주시기 바란다. 다만 삼각관계가 성립하기 전에 한 변이 결혼해 버린 것이 설계 오류인지 설계 의도인지는 내가 알 도리가 없다.

연애박사 스틸컷

민원 3. 어머니의 비공개 면담 건

같은 6회. 민재 씨의 어머니 홍은주 씨가 유진 씨를 따로 불러 만나고, 아들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유진 씨 가족에게 값비싼 과일을 보낸다. 호의의 외양을 갖춘 이 선물이 유진 씨 집에는 상처가 된다. 「아들 모르게 여자친구를 호출하는 어머니」와 「받는 쪽이 아픈 선물」, 두 항목이 한 회에 접수되었다. 이 장르에서 어머니가 등장하면 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다. 봉투, 조건, 눈물, 그리고 아들이 나중에 알고 뛰쳐나가기. 유진 씨는 그 수순을 밟지 않는다. 민재 씨에게 누가 우리 엄마나 가족을 건드리고 상처 주는 것은 절대 못 참는다고 말하면서도, 선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박민재는 내 거니까. 절대 안 뺏길 거야」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어머니 쪽에서 봉투를 꺼낼 틈도 없이 며느리 후보가 먼저 소유권을 등기해 버렸다. 시정 요청: 홍은주 씨에게도 발언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 내가 확인한 범위에서 어머님은 과일만 보내고 퇴장하셨다.

민원 4. 방해꾼 소개팅 주선 건

7회. 연구실 동기 김세진 씨가 두 사람의 데이트에 자꾸 합류한다. 비밀 연애 중이니 쫓아낼 명분이 없다. 두 사람이 택한 해법은 세진 씨에게 유진 씨의 친구 정수빈 씨를 소개하는 것이다. 「방해꾼에게 짝을 붙여 준다」는 수순은 교과서에 있다. 그 소개팅이 뜻대로 안 풀리고, 기분이 상한 세진 씨가 두 사람의 다정한 장면을 목격해 비밀 연애가 들통나는 것까지도 교과서다. 교과서대로 하면 교과서대로 들통난다는 것을 두 대학원생이 몰랐다는 점이 이 건의 설계 오류라 하겠다. 시정 요청: 소개팅에 동원된 정수빈 씨에게도 사후 처리 장면을 한 번 배정해 주시기 바란다. 지금 상태로는 소개팅만 하고 서류에서 사라졌다.

민원 5. 공항 건

8회. 민재 씨는 미국 대학의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거절했다가, 유진 씨가 기다리겠다고 하자 결국 떠난다. 그리고 사계절이 한 번에 지난다. 유진 씨가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나타나는 사람은 이지훈 교수다. 이 장르에서 공항은 관공서로 치면 민원실 같은 곳이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안 돌아오는 사람이 전부 거기서 처리된다. 「기다리던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나타남」은 다음 회 예고를 대신하는 가장 흔한 수법으로, 이 건은 「설계 오류」가 아니라 「설계 관행」으로 분류한다. 시정 요청: 9회 첫 장면에서 교수님이 공항에 왜 오셨는지 바로 밝혀 주시기 바란다. 사계절을 한 번에 넘기셨으니 그 정도 속도는 유지하셔야 공평하다.

연애박사 포스터

그래도 구수한 것 하나

민원 4의 후속이다. 소개팅이 틀어진 세진 씨는 유진 씨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로봇 연구실에서, 2026년에, 결투. 8회에 가면 그 결투가 카드 내기였다는 것, 유진 씨가 민재 씨와의 관계를 판에 올렸다는 것이 드러나 민재 씨가 화를 낸다. 결투라는 단어를 진지한 얼굴로 입에 올리는 인물이 있는 드라마를 나는 꽤 오래 기다렸던 것이다. 이 건은 민원이 아니라 감사 서신으로 분류한다. 아무튼.

답변서

귀하의 민원은 다섯 건 전부 접수되었다. 아래는 드라마를 대신해 내가 써 본 답변이다.

귀하께서 지적하신 충수염, 첫사랑, 어머니, 소개팅, 공항은 모두 사실이다. 다만 본 드라마는 장애물을 새로 발명하는 것을 업무 범위로 삼지 않았다. 누구나 아는 장애물을 가져다 놓고 당회 안에 처리하는 것이 본 드라마의 원칙이다. 첫사랑은 등장한 회에 결혼했고, 어머니는 한 번 만나고 과일을 보냈고, 소개팅은 한 회 안에 들통났고, 미국행은 거절과 출국이 같은 회에 끝났다. 처리 기간이 짧은 것을 성의 부족으로 보신다면 유감이지만, 본 드라마는 장애물이 아니라 장애물 앞에 선 두 사람의 얼굴에 방송 시간을 쓰기로 했다. 공항 건은 본 드라마 최초의 이월 건으로, 11월 2일 밤 열 시에 답변하겠다.

이상이 답변이다. 나는 이 답변에 대체로 승복한다. 장애물을 당회에 처리하는 드라마는 사건을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심심하고, 두 사람이 어떤 얼굴로 서 있는지를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넉넉할 것이다. 어느 쪽이신지는 보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추신. 우리 골목 가로등은 지난주에 켜졌다. 민원은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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