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4

극장판 닥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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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놓아준 아이가 메스를 들기까지

삐딱선· 2026. 11. 03.· 2,518자

개구리 얘기부터 할게요. 극장판에서 제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는 장면은 수술실이 아니라, 히로시마 구레의 어느 동네에서 모리모토 히카루 선생이 전해 듣는 옛날 얘기예요. 초등학교 과학 시간, 해부하려던 개구리를 다이몬 미치코라는 아이가 놓아줬다는 거예요. 「약골」이라는 말이 붙어요. 그 아이가 의대에 가서도 실습 시간에 토했다고, 지금은 구레에서 개업한 동기 카와노 아키히코 씨가 말해 줘요. 열두 해 동안 「나는 실패하지 않으니까」를 외치던 사람의 출발이 개구리 한 마리를 놓아준 손이라니, 저는 그 대목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영화는 이 얘기를 말로만 두지 않아요. 의대생 시절 회상이 붙어요. 젊은 배우가 연기하는 그 시절 미치코는 지금의 그 사람과 하나도 안 닮았어요. 눈빛이 아니라 자세가요. 실습실에서 버티지 못하는 몸이에요. 저는 이 회상이 짧아서 좋았어요. 길었으면 「그래도 될성부른 떡잎이었다」는 식으로 미화했을 텐데, 영화는 그냥 못하는 사람을 못하는 대로 보여 주고 넘어가요. 그러고 나서 스물다섯에 테이토의 의국에서 쫓겨나 쿠바로 건너갔다는 얘기가 이어지고, 거기서 칸바라 아키라 씨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들은 수술이 있었다는 게 나와요. 처음이래요. 낙제생이 스승에게 처음 들은 칭찬 한 번. 저는 그 「처음」이라는 말에 걸렸어요.

이 과거를 캐러 간 사람이 모리모토 선생이라는 것도 좋았어요. 미치코 선생에게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몸으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여행을 가요. 잠수함 기지 앞에서 묻고, 어항까지 가고, 낚시터에서 옛 어른을 만나 미치코 선생 아버지 얘기까지 들어요. 모리모토 선생은 탐정처럼 하지 않아요. 그냥 묻고 듣고 머쓱해해요. 그 머쓱함이 저랑 비슷해서, 그 사람 뒤를 따라다니는 기분으로 봤어요.

극장판 닥터X 스틸컷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런 밤이 있었어요. (일 시작하고 첫 달이었어요. 제가 맡은 걸 망쳤고,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나 이 일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혼자 돌았어요. 그날 선배가 저를 끌고 나가 국밥을 사 줬는데, 제가 그 문장을 입 밖에 내자마자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런 질문은 밥 다 먹고 해」 그랬어요. 밥 다 먹고 나니까 그 질문을 할 기운이 없더라고요. 그게 다예요. 그 선배는 지금도 가끔 국밥을 사요. 칭찬은 그 뒤로 딱 한 번 들었고, 저는 그 한 번을 아직도 꺼내 봐요.) 개구리를 놓아준 아이가 실습실에서 토하던 밤에도 아마 같은 문장이 돌았을 거예요. 영화가 그 밤을 직접 보여 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 밤이 있었다는 걸 알고 보면, 이 사람이 매번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좀 다르게 들려요. 자랑이 아니고요.

그래서 두 번째 장면이 아팠어요. 폭발한 차에서 살아난 코즈 히로토 씨가 깨어나서, 자기가 살아 있어도 되는 사람이냐고 묻는 장면이에요. 그에게는 그렇게 물을 이유가 있어요. 쓰러진 칸바라 아키라 씨를 해변에 두고 혼자 떠났고, 동생 타카토 씨의 간과 오른팔을 받았고, 멈춘 심장 자리에는 자기가 평생 원망하던 사람의 심장이 들어와 있어요. 그 질문이 나올 만한 몸이에요. 미치코 선생은 그 질문에 다정하게 답하지 않아요. 꾸짖어요. 저는 이 사람이 누굴 꾸짖는 걸 열두 해 동안 수없이 봤는데, 이번 꾸짖음은 좀 달랐어요. 교수들한테 하던 것처럼 통쾌하게 던지는 말이 아니고, 짧고, 물러서지 않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그 오른팔이 동생에게서 통째로 온 팔이라는 것, 그러니까 다시 메스를 쥘 수 있는 팔이라는 것이 거기서 밝혀져요.

처음에는 이 꾸짖음이 좀 차갑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면 일단 안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개구리 장면이랑 국밥 밤을 겹쳐 놓고 다시 생각하니까 다르게 보였어요. 그 질문을 안 해 본 사람은 그렇게 못 꾸짖어요. 해 본 사람만 그 질문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아요. 밥 다 먹고 하라던 선배처럼요. 미치코 선생이 히로토 씨에게 한 건 위로가 아니라, 질문을 걷어 내고 팔을 보여 주는 일이었어요. 네 팔은 이제 수술할 수 있는 팔이다. 그게 답이에요. 아마 그 사람이 낙제생이던 시절에 누군가 자기에게 해 줬던 방식이 그거였을 거예요. 이건 제 추측이에요. 영화는 그렇게까지 말해 주지 않아요.

극장판 닥터X 포스터

이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건 알아요. 의식 없는 사람의 심장을 꺼낸 게 맞느냐, 거부 반응은 어디 갔느냐, 인공심장이 있었으면 그걸 먼저 쓰지 왜, 하는 말들요. 저도 그 수술 장면에서는 「이게 되나」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그 장면으로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개구리를 놓아준 손이, 토하던 실습실을 지나, 총 든 경비병 사이에서 수술을 끝내고, 마지막에는 자기가 살아 있어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의 팔을 들어 보여 주는 데까지 간 길로 기억할 거예요. 열두 해짜리 시리즈가 마지막에 꺼낸 게 개구리 한 마리라는 것, 저는 그게 이 영화가 한 일 중에 제일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길 어디에서 울었어요. 어느 장면인지는 말 안 할게요. 개구리였어요. 아니, 말 안 하기로 했는데 벌써 말했네요 ㅋㅋ

그 선배한테 이 영화 보라고 했어요. 개구리 얘기까지만 하고요. 나머지는 국밥 먹으면서 들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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