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스트리트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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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겼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글은 아직 보지 않은 분과 이미 본 분이 번갈아 묻는 꼴로 썼다. 두 분 다 내가 지어낸 사람이다. 지어낸 사람 앞에서도 나는 말을 더듬는다는 것을 먼저 적어 둔다.
기본 정보를 앞에 둔다. 사쿠라이 키타오가 연출했고 각본은 T. J. 픽스먼과 감독이 함께 썼다. 121분. 2026년 10월에 개봉했다. 앤드류 코지가 류, 노아 센티네오가 켄, 칼리나 리앙이 춘리,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이 독재자 바이슨, 제이슨 모모아가 블랑카, 코디 로즈가 가일, 앤드류 슐츠가 단이다. 1993년, 샤달루의 독재자 바이슨이 메트롤라오에서 두 번째 월드 워리어 토너먼트를 열고, 아버지를 죽인 그에게 복수하려는 인터폴 요원 춘리가 류와 켄을 끌어들인다.
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봤다. 봐도 되나.
된다. 나도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은 기억보다 뒤에서 구경한 기억이 많은 사람이다. 영화는 1987년의 첫 대회를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보여 준다. 류가 사가트를 이기고, 그 승리에 깃든 어두운 힘이 고우키라는 존재를 부르고, 고우키가 두 사람의 스승 고우켄을 죽인다. 여기까지 보면 류와 켄이 왜 6년 동안 등을 돌렸는지 알게 된다. 캐릭터 이름을 몰라도 따라갈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알면 더 웃을 자리가 많아 보였다.
격투 대회 영화라고 들었다. 격투는 많은가.
많지 않다. 이게 가장 많이 나온 불평이고, 나도 그 불평에 한 표를 보탠다. 가일과 베가의 경기는 화면 밖에서 끝난다. 켄이 복서 발로그를 이기고 준결승에서 달심을 꺾는 경기는 제대로 나오는데, 그 뒤 대회는 기권으로 흘러간다. 결승은 켄이 나타나지 않아 킥복서 조가 그냥 우승한다. 대회표가 곁가지 줄거리에 묻힌다고 쓴 평이 있었는데 정확하다. 대회 전날 밤 술집에서 모두가 한꺼번에 붙는 장면이 대회 경기보다 기억에 남는다. 격투 게임 영화에서 격투가 적다는 건 노래방에 마이크가 하나 모자란 것과 같다. 노래는 되는데 할 말은 남는다.
그러면 영화는 무엇으로 두 시간을 채우나.
형제 이야기다. 류와 켄은 같은 스승 아래 자란 의형제다. 1993년의 켄은 유명인이 되었고 류는 숨어 산다. 춘리의 제안에 류는 처음 거절하는데, 고우키가 대회 우승자를 없애겠다고 위협하자 마음을 바꾼다. 켄이 우승할까 두려워서다. 켄을 말리러 호텔 방에 갔다가 오래 묵은 원한이 몸싸움이 되고, 켄이 끝내 거절하니 류는 스모 선수 혼다를 사우나에서 이기고 그 자리를 빼앗아 대회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류가 대회에 나간 이유는 이기려는 게 아니라 동생이 이기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뒤틀린 보호가 영화의 뼈대다. 뼈대는 좋다. 살이 너무 많이 붙었을 뿐이다.
악당은 누구인가. 포스터에는 바이슨이 크게 나오던데.
바이슨은 대회를 미끼로 류를 끌어내 그 안의 힘을 뽑아내려는 사람이다. 류를 탑에 가두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 하고, 거절하자 감옥에서 블랑카와 싸우게 하면서 장치로 힘을 빨아낸다. 류의 파동권이 감옥 벽과 장치를 함께 날려 블랑카가 풀려난다. 여기까지는 바이슨이 악당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타나 우승자 조를 죽이는 건 고우키고, 류가 어두운 힘을 끌어내 고우키를 꺾는다. 바이슨은 고우키의 몸을 챙겨 떠나고 주인공들은 쫓아가지 못한다. 캐미가 로켓으로 차를 날려 버리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악당은 둘인데 주인공은 어느 쪽과도 끝장을 보지 않는다. 악당이란 무엇인가. 영화가 끝나기 전에 한 번은 마주 봐야 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는 그 정의를 다음 편으로 미뤘다.
춘리는 복수를 하나.
못 한다. 바이슨의 집무실까지 가서 베가와 경호원 줄리를 쓰러뜨리지만, 바이슨의 한 방에 쓰러진다. 아버지의 죽음을 갚으러 온 사람이 그 상대 근처에서 끝나는 셈이다. 혼자 움직이는 복수자라는 설정은 분명한데, 그 분명한 설정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나는 춘리가 이 영화에서 할 일이 가장 많은 사람인데 가장 적게 한 사람으로 보였다.
웃기긴 한가.
반쯤. 바이슨이 눈을 뒤집으며 황홀해하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웃긴다. 가일은 나올 때마다 장면을 가져간다는 평이 많았고 나도 동의한다. 블랑카를 맡은 배우는 녹색 피부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편안한 연기다. 문제는 농담의 절반이 1993년에서 가져온 농담이라는 점이다. 한 평은 좋은 개그 하나마다 그 시절 영화에서 바로 꺼낸 것 같은 낡은 개그가 하나씩 따라온다고 썼다. 나는 그 낡은 농담에서 웃지 않았고, 웃지 않는 내가 고지식한가 잠시 의심했다. 의심은 금방 끝났다. 고지식한 게 맞다. 그래도 낡은 건 낡은 것이다.
류와 켄은 결국 화해하나.
싸운 뒤에 한다. 둘이 다시 만난 자리에서 류가 고백한다. 1987년 첫 대회에 켄도 초대받았는데 질투가 나서 초대장을 자기가 없앴다고. 켄이 줄곧 2등으로 살아온 이유는 아마 형의 손에 있었을 것이다. 둘은 바로 싸우고 류가 파동권으로 이긴다. 그리고 류가 고우키를 꺾은 뒤 어두운 힘에 삼켜져 폭주할 때, 켄이 생애 첫 불꽃 파동권을 쏘아 류를 되돌린다. 화해의 순서가 묘하다. 고백, 주먹, 그다음에 구원. 말로 푸는 대신 서로를 한 번씩 날려 버린 뒤에야 끝난다. 나는 이런 화해를 못 한다. 말로도 못 하고 주먹으로도 못 한다. 그래서 부러웠다는 것을 적어 둔다.
켄의 불꽃 파동권은 어디서 왔나.
답을 못 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유대에서 왔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설명인지 선언인지 나는 가리지 못했다. 6년 동안 못 쏘던 것을 그 순간에 쏘는 이유를 영화가 더 말해 주지 않는다. 다만 그 장면에서 이유를 묻는 건 나 같은 사람뿐일 것이다.
끝은 있나.
있다고 하기 어렵다. 다음 날 류, 켄, 춘리, 단이 가일과 달심의 차를 얻어 타고 샤달루를 떠나며 바이슨을 함께 치자고 다짐한다. 크레딧 중간에는 안대를 쓴 사가트가 바이슨 일행을 맞는다. 절정에 들어가려는 순간에 끝난다는 불평이 많았고 반쪽짜리 영화라는 말도 나왔다. 나는 그 불평이 맞다고 보지만, 이 영화의 끝이 어디인지는 처음부터 보였다고도 본다. 1987년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 주고 1993년을 실사로 보여 준 영화는 그다음 해도 보여 줄 작정이었던 것이다. 약속 어음으로 끝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음에 적힌 금액이 크다는 건 인정한다.
문답을 마치고 혼자 남아 생각했다. 이 영화를 두고 나온 말은 거의 다 「격투가 적다」와 「끝이 없다」인데, 두 불평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 영화가 보여 주기로 약속한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영화가 보여 준 것은 따로 있다. 동생이 이길까 봐 대회에 나가는 형과, 형이 자기를 지웠다는 걸 알고도 형을 구하러 가는 동생. 약속한 것을 안 주고 약속 안 한 것을 준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맛있는 탕수육이 나온 셈이다. 화를 내야 하는데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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