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6)
경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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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03개에 있어요.
고백하건대 나는 트렁크에 사람이 실린 채 출발하는 영화를 몹시 좋아한다. 짐칸에 무엇이 들었는지 관객만 알고 길가의 행인은 모르는 상태, 그 불공평한 앎이 두 시간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거기에 식구 전원에게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혔다면 나는 이미 반쯤 넘어간 셈이다. 제목부터가 능청이다. 도시 경주와 막내 경주, 여행이라는 뜻의 기행과 기이한 짓이라는 뜻의 기행을 한 단어에 겹쳐 놓았으니, 이 영화는 간판에서부터 두 겹 장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경주기행」은 첫 장면부터 관객과 계약서를 쓴다. 엄마 옥실과 세 딸 장주, …

딸 잃은 엄마가 복수하러 간다는 영화라고 하면 나는 일단 의심부터 해요. 그런 영화는 보통 엄마를 울리거나 성자로 만들거나, 둘 중 하나거든. 둘 다 보는 사람이 피곤해요. 울어라, 울어라, 하는 영화를 두 시간 앉아서 보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이에요. 딸을 죽인 남자를 트렁크에 싣고 간다길래, 이번엔 또 얼마나 비장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봤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하더라고. 엄마 옥실이 세 딸을 봉고차에 태우고 경주로 가요. 여덟 해 전에 수학여행 갔다가 못 돌아온 막내 경주 생일이라고. 티셔츠까지 맞춰 입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