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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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 그래도 출근한다

즉흥한모금· 2026. 10. 09.· 948자

당첨금은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바뀌는 것은 대개 마음가짐 하나뿐이고, 대부분의 행운이 그 정도에서 끝난다.

영업5팀장 공은태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 당첨금은 19억, 세금을 떼고 손에 쥔 것은 13억이다. 1·2회에서 그는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던지고 고급 세단을 모는 자기 모습을 상상한다. 상상은 상상으로 끝난다. 그는 13억을 품은 채 회사로 돌아간다. 이 드라마가 하지 않은 것은 그 상상을 실제로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런 장면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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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이 생기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달라지지 않는다. 7·8회에서 그는 모든 것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고 혼잣말한다. 상사에게 질책을 듣고, 후배와 부딪히고, 자기 판단이 늘 옳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통장의 숫자는 그 자리에 있지만 아무 일도 해 주지 않는다.

회사는 그를 봐주지 않는다.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막힌다. 나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화가 나지 않았다. 회사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부당함은 사건이 아니라 배경이다. 배경에 대고 화를 내면 화를 낸 사람만 지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공은태는 억울해하지 않는다. 통장을 꺼내 보이지 않는다.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기를 불쌍히 여기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는 사원증을 걸고 다시 출근한다. 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회에서 그는 또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평온한 얼굴로 앉아 손을 매만진다. 옆자리의 양준호는 절박한 눈을 하고 있다. 대단한 장면이 아니다. 대단하지 않아서 좋았다. 적으로 돌아섰던 정선혁과 다시 마주한 얼굴에도 담담한 미소가 있다. 이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의 얼굴이다.

내일도 사원증을 걸어야 하는 당신에게 이 드라마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숫자가 바뀌어도 자리는 그대로다. 그래도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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