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이기는 것과 끝내는 것

조용한근육맨· 2026. 10. 09.· 1,860자

우리가 흔히 이겼다고 말할 때, 그 말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상대를 아래에 두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대와의 일을 끝내는 일이다. 둘은 늘 같이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일이 아니다. 아래에 두는 데는 성공했는데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 채 다음 주에 같은 사람과 다시 마주 앉는 경우를,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본다. 말하자면 이기는 것과 끝내는 것은 다르다. 이 구분을 끝까지 쥐고 가 보려 한다.

나는 이 드라마가 그 구분을 해냈다고 생각하고, 왜 그런지를 말해 보려 한다.

홍성인터내셔널 영업5팀장 공은태(이준혁)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세금을 떼고 손에 남은 것이 13억이다. 열 편짜리인데 당첨은 앞쪽에 놓이고 나머지는 거의 전부 회사 안에서 흘러간다. 거래처가 있고 협상이 있고, 가까웠던 사람이 적으로 돌아선다. 정선혁(오대환)이 그랬다. 마지막 두 편에서 그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협상에 나가고, 맞은편에는 마르티나(윤세아)가 앉는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뼈대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포스터

질문은 이것이다. 이 드라마가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시킨 일은 이기는 일인가, 끝내는 일인가.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이 드라마는 이기는 자리가 본래 돌아가는 자리라는 것을 먼저 못 박는다. 마지막 편에 "영원한 갑은 없다고 했을 텐데?"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대목에서 이 바닥의 갑과 을은 늘 바뀐다는 말도 함께 나온다. 갑이라는 말은 사람의 성질이 아니라 자리의 이름이다. 자리가 돌아가는 것이라면, 이긴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잠시 앉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기는 일은 끝내는 일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이 드라마는 그 사실을 반전으로 쓰지 않고 전제로 깔아 둔다.

둘째, 그래서 마지막 협상 장면이 중요해진다. 공은태와 양준호(서현우)는 평온한 얼굴로 탁자에 앉아 있다. 그런데 공은태는 손을 매만지고 있고 양준호의 눈은 절박하다. 맞은편의 마르티나는 빈틈이 없고 여유롭다. 이 배치가 정확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유로운 쪽은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잃을 것이 적은 사람이다. 손을 매만지는 쪽은 겁이 난 사람이 아니라, 이 자리를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끝내려는 사람의 몸은 이렇게 생겼다.

물론 13억은 사표를 던지기에 애매한 금액이어서 그가 남은 것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틀린 데가 없지만 정확하지도 않다. 액수가 애매하다는 것은 그가 떠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줄 뿐, 그가 남아서 무엇을 했는지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는 남아서 버틴 것이 아니라 남아서 끝냈다. 버티는 일과 끝내는 일은 겉이 비슷하고 속이 다르다.

끝은 이렇게 온다. 늘 혼자 가장 먼저 사무실 문을 열던 자리에, 양준호와 박기태, 이지혜, 장향은이 함께 선다. 적으로 돌아섰던 정선혁과는 담담한 미소로 마주한다. 여기에 보상이나 화해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어진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화해는 둘이 다시 가까워지는 일이지만 저 미소는 가까워지는 얼굴이 아니다. 저것은 더 이상 셈할 것이 남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다. 끝낸다는 것은 상대를 용서하는 일도, 이긴 값을 받아 내는 일도 아니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남은 계산을 닫는 일이다.

이 드라마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끝내는 일에는 이기는 일과 달리 혼자 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기는 데는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끝내려면 맞은편이 있어야 하고, 끝난 다음에 그 자리에 함께 서 줄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가 열여덟 해치 연봉을 미리 쥐고도 같은 문으로 다시 들어간 이유를 나는 그렇게 읽었다. 이긴 사람은 자리를 얻고, 끝낸 사람은 아침을 얻는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드라마는 끝낸 쪽을 골랐고,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