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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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안 만들어 줘서 좋더라고요

무뚝뚝· 2026. 10. 09.· 1,169자

제목만 보고는 안 볼 생각이었어요. 로또 1등 당첨되는 얘기라는데, 그런 건 결말이 뻔하잖아. 돈이 생기고 사람이 변해서 망하거나, 돈이 생기고 갑자기 착해지거나. 대개 둘 중 하나거든. 그런데 이건 둘 다 아니더라고요.

영업5팀장이 로또에 당첨돼요. 열 편짜리인데 로또는 앞쪽에 잠깐 나오고 그걸로 끝이에요. 당첨금으로 뭘 사고 어디로 떠나는 장면이 거의 없어. 그 사람은 그냥 회사에 나와서 회의하고 거래처 만나고 그래요. 그게 다예요. 나는 그 안 보여 준 자리가 마음에 들었어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포스터

이 사람 하는 일이 영업이에요. 거래처 재계약 받아 내고, 회의 자료 만들고, 감사 받고. 최연소로 팀장이 됐다는데 그게 대단하다기보다 그만큼 오래 참았다는 뜻이지. 드라마가 그 일에 사명 같은 걸 안 붙여요.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잖아. 그걸 그냥 일로 보여 주는 게 그 일을 제대로 대접하는 방식이라고 나는 봐요.

마지막 회에 이런 게 있어요. 거래처가 무리한 요구를 해서 팀원이 힘들어하거든. 팀장이 그 자리에서 분명히 해요. 상대가 나를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여기는 상황에서는 거래를 이어 가기 어렵다고.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 말을 대신 해 주는 윗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말로 감쌀 거면 일도 좀 덜어 줘야지. 그래도 말이라도 해 준 게 어디예요.

그 배우가 참 잘하더라고요. 당첨된 걸 알고 나서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13억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중얼거리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 안 울어. 복도에서 주먹 쥐고 소리 한 번 지르는 장면도 있는데 딱 그 한 번이에요. 기쁜 거하고 들뜨는 거는 다르잖아요. 그 둘을 구별해서 하는 사람이 흔치 않아요.

일곱 번째 편에서 내부 감사를 성공시켜요. 이긴 거지. 그런데 그러고 나서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데서 사람을 다치게 해요. 그 길로 고향에 내려가더라고. 이기고 나서 고향에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거기서 좀 웃었어요. 사람이 그래요.

돈이 있는데도 회사에 나오는 게 답답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게 억울한 일이냐 하면,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안 나와도 되는 사람이 나오는 거하고 나와야만 하는 사람이 나오는 거는 다르잖아. 같은 출근인데 무게가 달라요.

배울 건 없어요.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 되는 거지. 나도 이게 좋은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근사하게 만들려고 애쓴 자리가 안 보여서 끝까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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