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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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 확률은 사람을 고르지 않는다는 것

막판뒤집기· 2026. 10. 09.· 1,374자

서로 다른 공 마흔다섯 개에서 여섯 개를 고르는 방법은 814만 5060가지다. 어느 조합이든 꼭 한 번씩 들어 있다. 공은 자기가 몇 번인지 모른다. 통은 누가 기다리는지 모른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열 편짜리 드라마다. 홍성인터내셔널 영업5팀장 공은태가 주인공이다. 1회에서 그는 맥주를 사러 들른 편의점에서 로또 한 장을 산다. 그 한 장이 1등이 된다. 2회의 부제가 「8,145,060분의 1」이다.

놀라운 것은 당첨이 아니다. 표가 수백만 장 팔리면 1등은 대개 나온다. 큰 수 안에서는 드문 일이 꼬박꼬박 일어난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다. 극 중 부동산 중개인은 그의 연봉이 7,000만 원이라고 확인한다. 두 숫자의 세금을 따지지 않고 그냥 나눈다고 치면, 13억은 연봉 열여덟 해치쯤이다. 열여덟 해를 미리 벌어 둔 사람이 다음 날 아침 다시 출근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포스터

확률에는 기억이 없다. 앞면이 다섯 번 나온 동전, 어제 나온 주사위 눈, 지난주의 당첨 번호. 셋 다 다음 차례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당첨은 그의 지난 십수 년과 아무 관계가 없다. 그가 매일 가장 먼저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추첨기에 입력되지 않는다. 그는 성실해서 당첨된 것이 아니다. 두 가지는 한 사람에게 따로 일어난 일일 뿐이다.

2회에서 그는 당첨금을 찾느라 처음으로 늦게 출근한다. 814만분의 1을 통과한 사람에게 일어난 첫 변화가 지각이다. 은행에서 만난 다른 당첨자는 돈으로 무엇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화 한 번 제대로 못 내봐서 화 좀 내고 살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싼 물건을 고른 셈이다.

그 말은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그가 회사에서 배우는 쪽은 다른 문장이다. "회사도 믿지 말고 팀장도 믿지 말고 내가 한 일의 가치를 믿어라." 가치는 통장에 적히지 않는다. 적히지 않는 양은 측정하기 어렵고, 측정하기 어려운 양은 대개 없는 것 취급을 받는다.

마지막 회의 부제는 「로또 1등도 계속 출근합니다」이다. 늘 혼자 가장 먼저 사무실 문을 열던 자리에, 끝에 가서는 양준호와 박기태, 이지혜, 장향은이 함께 선다. 한 사람이던 것이 다섯 사람이 된다. 인원은 셀 수 있다. 왜 늘었는지는 셀 수 없다.

확률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숫자가 적힌 종이도 모르고, 공이 든 통은 더 모른다. 814만 5060가지 조합 가운데 어느 것도 사람을 고른 적이 없다. 고르는 일은 추첨기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고르는 쪽을 보았다. 매일 같은 자리로 가는 일은 추첨이 아니라 선택이다. 열여덟 해치를 미리 쥐고도 그는 같은 쪽을 골랐고, 그 선택은 확률표 어디에도 없다. 의미는 숫자에 있지 않고 숫자를 읽는 쪽에 있다. 그렇게 읽은 것은 공이 아니라 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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